회사의 창립기념일은 언제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다니던 직장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한 것이 2013년 6월 30일이고, 공식적 퇴사일은 7월 15일이었습니다. 법인 등기한 것이 7월 30일이고 사무실을 얻어 첫 출근을 한 날이 8월 12일이네요
맘 속으로는 7월 30일을 회사의 창립기념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가 7월 30일이었습니다. 생각 해 보니 참 금방인 것 같기도 하고 까마득하니 아득한 것 같기도 한 4년이 지났습니다.
어제 아내가 4년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못하게 말리겠다고 하네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지요. 저는 아마 다시 돌아가더라도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그대신 지난 4년처럼은 안하고 조금은 다르게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러나 사람일에 "만약에"처럼 부질 없는 상상이 없을 것 같습니다. 4년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후에 그동안 제가 일할 수 있었던 것이 회사의 시스템이 뒤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며칠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소한 것부터 어려운 것 까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야하니까요.
강남순 교수님의 “배움에 관하여”라는 책 중에 ‘삶의 패러독스, 절망과 희망사이에서’라는 글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글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나는 ‘모든 것이 잘 될 거야’라는 상투적인 희망의 약속이나 위로의 말이 어떤 상황에서는 오히려 고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에서 그렇게 결국에는 모든 것이 잘되는 ‘장미빛 인생’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흑처럼 느껴지는 절망의 터널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인지하는 것, 그 암흑을 바라보는 ‘나’가 가느다란 햇살을 만들어내어 암흑과 햇살 두 축 사이에서 춤추기를 연습하는 것, 그것이 살아 있음에 대하여 우리가 가져야 하는 엄숙한 과제인지 모른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 자신 속에서 돌연히 ‘고도’와 마추하게 되지 않을까.
회사 운영이 3년 넘어가면서 많은 지인들이 “3년 버티면 안망한다던데.. 대단하다”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그 속 마음이 격려와 응원이라는 것을 알지만 제 귀에는 꼭 ‘모든 것이 잘 될 거야’라는 위로처럼 들렸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잘되는 상황이란 없겠지요. 제 아무리 돈 잘 버는 대기업도 문제와 압박은 있으니까요. 책 속의 구절처럼 절망의 터널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인지하고 내가, 우리 팀이 가느다란 햇살같은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을 더 애 쓰려고 합니다. 가늘다고 표현하기에는 하반기에 플라잉로프트 앞에 주어진 기회가 크네요.
내년 창립 5주년에는 좀 더 구체적인 숫자와 성과로 글을 쓸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무엇보다도 함께 고생하는 동료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