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기회 찾기
Within crisis, are the seeds of opportunity.
-Marilyn Monroe
"위기 속에 기회의 씨앗이 있다"
여성들의 워너비 <마릴린 먼로>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사실 얼굴이 예쁘고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배우는 그녀 이전에도 많았고 또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그녀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화려해 보이는 겉과 다르게 많은 아픔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러한 아픔과 고통에 굴복하지 않았다. 마릴린 먼로가 생전에 남긴 말, "위기 속에 기회의 씨앗이 있다"를 통해 우리는 사실 그녀가 보여지는 장점보다도 더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힘든 시기에도 긍정적인 사고를 잃지 않는 것.
아픔과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기회를 찾아내는 것.
2002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어 본 우리에게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는 낯선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과는 다르게 장기전을 펼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생각지 못한 많은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물론 아쉽게 무얼 해볼 도리가 없이 묵묵히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분야도 있지만,
어떤 분야는 발전된 기술의 힘을 빌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회를 찾아내고 있다.
그야말로 만물 초지능 혁명이라고 불리는 4차 산업혁명까지 이루어 낸, 21세기의 인류가 우리 아닌가.
통번역 분야 역시 코로나라는 세찬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기술의 힘이 감사하게도 단단하게 뿌리를 잡아주고 있는 모양새다.
하늘 길이 막혀 해외 출장도 어렵고 모임 자체도 거의 불가능해진 지금, 통역은 화상으로 진행되는 화상 통역이 주를 이루고 있다. 번역은 원래도 혼자 일하는 분야지만 가끔은 고객 중 최소 한 번 미팅을 하고 난 후 일을 맡기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가 이러한 접촉을 꺼리는 판이다.
장소의 구애가 사라진 통번역 일감이 코로나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났으니, 이는 태국 방콕에 와서 반강제로 백수가 된 나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분명했다.
그렇지만,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하고 쭉 인하우스로 일을 하다가 태국에 온 나로서는 프리랜서로 뛰겠다고 바로 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프리랜서로 성공, 아니 자리를 잡는 일 자체가 한국에 있더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물리적인 거리까지 있으니 계속해서 나에게 일감을 줄 고객을 찾고 또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어쨌든 나에겐 다른 길이 없었다.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 푹 빠져 "클릭"이라는 산소마스크를 끼고 "타이핑"이라는 오리발을 신은 채 깊고 깊은 심해로 내려가길 수 주, 다행히 큰 번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장장 5개월 동안 진행된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끝나고, 운 좋게 바로 4개월간 진행된 두 번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였으며, 지금도 연이어 세 번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물론 이번 번역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다시 산소마스크와 오리발 장비를 챙겨 인터넷 바다에 딥 다이빙을 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다른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그 심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실의 나도 숨이 막히겠지.
다음 일감을 찾을 때까지 초조해하고 싶지 않다.
커리어가 끊길까 봐 불안해하고 싶지 않다.
마릴린 먼로와 같은 강점이 필요한 시기이다.
예쁜 얼굴과 글래머러스한 몸매 말고 (물론 다시 태어나면 갖고 싶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조금은 여유 있게 사고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