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가져오는 실망감
Sometimes we create our own heartbreaks through expectation.
-Unknown
살다 보면 기대가 가져오는 실망감으로 인해 얼마나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지 깨닫는다.
그래서 좀 나이를 먹었다(?) 싶은 사람들 중 많은 이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마음 한구석에서 자꾸 피어나는 기대감을 애써 외면하고 모르는 체하며 마음을 졸인다.
나도 기대감을 마음껏 만끽하기보다는 1+1처럼 따라와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실망감 때문에 마음을 졸이는 편이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닌 소소한 기대감은 피어나기도 전에 묻어버리는 쪽을 택한다.
기대감도 소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뉘지 않는가.
어릴 적 '엄마가 저 장난감을 사줬으면'하는 기대감은 나중에 되돌아보면 소소한 것이었고,
'저 회사에 꼭 들어가고 싶다' 등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결코 소소한 것으로 치부될 수 없다.
그랬던 내가 작년 여름, 방콕의 한 카페에서 다른 것도 아닌 이 소소한 기대감으로 휘청한 경험을 했다.
그날은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 및 태국 락다운으로 세 달 넘게 칩거만 하다 밖으로 나온, 방콕에서의 첫나들이였다. 타들어가는 무더위를 견디다 못해 도망쳐 들어간 카페의 메뉴판에 <밀크티>가 보였다.
그 카페라테조차도 홀짝거리다 보면
부드러운 우유 거품 사이로 남아있는 쓴 맛이 목구멍으로 들어와
몇 년 전 직장인 시절, 퇴근 무렵이면 아직 다 마시지 못하고 남아있는 커피를 버리는 것이 마지막 일과였다.
그래서 가족들이 각자 입맛에 맞는 커피 종류를 시킬 때,
난 혼자 달달한 밀크티에 쫀득쫀득한 타피오카 펄을 추가하며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
'정말 완벽한 첫나들이야'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몇 분 뒤, 행복한 내 손에 쥐어진 건 난생처음 보는 오렌지 색의 밀크티였다.
*타이 밀크티에는 밝은 오렌지 색의 식용색소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