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로 잃은 것
2022년 10월 집문제로 해외주식을 모두 팔아 달러를 환전해 대출 부족한 금액을 채웠다. 그때는 코로나 이후 2년 동안 오르던 시장이 일년 정도의 조정을 받는 저점이었다. 계절적으로 저점인 것을 예상했고 포착했지만 집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매도해야했다.
2023년은 이직을 해서 주식투자에 많은 시간을 못썼지만 양도세를 낼만큼은 벌었다. 하지만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급등주 단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몇번의 이사와 이직의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돈이 필요해서, 돈이 부족해서였다. 혼자에서 이제는 네 가족의 가장이 된 나는 이제 온통 머릿속에 돈뿐이다. 돈은 빨리 필요했다. 그래서 단타를 시작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던가, 결과가 좋았다. 운이 좋은 날은 백만원도 금방 벌었다. 글쓰기를 좋아해 노트북을 사야했는데 노트북을 사게 되었다. 좋아하는 맥주와 저녁을 배달해 먹는 돈도 마음 먹으면 몇분만에 벌었다. 그렇게 다 잘될줄 알았다.
단타는 초집중을 해야하지만 아빠로서, 직장인으로서 쉽지 않았다. 매도해야하는데 집안일을 하거나, 자버리거나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어느덧 천만원 이상의 수익 실현에도 불구하고 천만원 이상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천만원? 물욕도 없지만 소비할 때 천원도 고민하는 4인 가족의 가장에게 천만원이란 매우 큰 돈이다. 몇백원씩 아껴보겠다고 귀찮은 교통할인 카드를 쓰는 사람에게 오히려 천만원은 현실이 아니라 가상세계의 매일 보던 숫자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매일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한 몇년의 결과가 이것이라니? 억장이 무너진다.
단타를 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가족과 함께 해야 할 시간에 머릿속은 돈뿐이고, 손과 눈은 휴대폰에서 뗄 수 없었다. 그래도 가족들과 유일하게 하루 저녁밥먹는 시간 만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신경은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 가 있었다.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고 애꿎은 아이들 식습관과 식사예절에 민감해졌다.
내가 옆에 있어야 잠드는 둘째를 매일 재우고 나면 다시 거실로 나와 주식을 본다. 6개월 간 한 번도 잃지 않고 수익을 내서 모은 것이 천만원이다. 그 이유는 손해난것은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절을 못해서 손실은 쌓아둔 체 이익에만 집중했다. 점점 손실이 수익을 넘어서면서 불안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가서도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자꾸 고민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쓸모없는 에너지만 소비하고 있었다.
나는 2020년 3월부터 1년 정도 매일밤 경제 공부를 했다. 그때는 큰 아이가 신생아라서 잠이 들고 나면 밤에 공부를 했다.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3월 폭락장에서 몇년 전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해왔던 국내 주식을 모두 손절했기 때문이다. 거짓말 같이 내가 못버티고 손절하며 주식을 그만해야겠다고 결심한 날 전후가 저점이었다. 그날 이후로 주식시작은 2년 동안 활활 타올랐다.
세상은 온통 주식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래서 정보를 얻기 쉬었다. 유명하다는 사람 유튜브를 구독해서 보았다. 유튜브를 들어도 각종 경제 용어와 지표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공부했다. 그러다 골라서 들어야겠다는 느낌이 들어 글을 쓰는 사람들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3~4 명의 글을 아직까지 읽고 있다. 무료로 글을 써주시는데 감사하다. 많은 유혹을 참고 배운대로 인덱스 ETF와 좋은 회사들에 투자했고 22년 10월 전량 매도시까지 오르고 내렸지만 일을 쉬는 기간 많은 도움이 된 수익이 났었다.
육아를 하고 투자를 하면서 책은 거의 못봤다. 회사일과 집안일, 육아에 시간이 없고 남은 시간은 온통 경제, 특히 주식 시장에 관한 글을 읽었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나는 어떻게 해야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 답을 찾아다녔다.
언젠가부터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단타를 시작하면서이다. 시드머니가 작으니 성장주를 찾다가 대출도 갚아야하고 잔고는 떨어져가는 마음에 단타를 시작한 것이 잘못이다. 즉각적인 보상은 때로는 즐거웠으나 빨리 얻는 것은 빨리 잃다는 진리를 간과했다. 잔고의 시계는 2020년으로 돌아갔다.
뭐든지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급하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주식은 당연하고 삶도 말이다. 아이들이 한 번 말하면 왜 알아듣지 않는지 다그치기 시작했다. 6살과 4살에게 내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나도 모른 체 아이들이 잘 알아듣길 바랬다. 나쁜 아빠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