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생의 숲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들잎 May 25. 2024

투자 실패기2 그만하고 싶어

그래도 계속해야지

이제 그만하고 싶어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고 지방으로 이사갔다가 꼬이고 꼬여 다시 서울로 돌아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대출을 너무 많이 받고 그 쳇바퀴 안에서 굴러야 하는 인생을 살지 않기로 했는데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만하고 싶었다.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 당연히 티가 났는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건강이나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주식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나의 몸과 마음이 무너져가는 느낌을 알아차린 것이 다행이었다. 나는 명상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해보았다. 위로가 될까 싶었다. 그럴수록 아내는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말도 못하고 참.


  양도세를 내기 위한 돈을 벌고 멈췄어야 했는데 못했다. 그리고 하루 아침에 추가로 800만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그동안은 주식을 그만하고 싶었는데, 이제 모든것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무했기 때문이다. 약간의 반등으로 마이너스 480만원에서 손절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삶을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쉽게 얻는 것은 쉽게 떠난다. 그것은 돈도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날의 나를 찾기 위해 과거에 썼던 글을 읽어보았다. 꿈 많고, 삶의 목표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읽어보니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60살에 누구나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재단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이 꿈 때문이었다.


  시골 중의 시골 바닷가 마을에서 나고 자란 나는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한 사람이 주변에 많았다.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 친구와 그 가족들의 삶은 늘 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교육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렸을 적 기억나는 아버지의 일기속에 자주 나오는 말이 있었다. ‘가방끈 짧은 서러움’. 아버지는 그 서러움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내가 서울 사립대를 가는데 자신의 온 인생을 바치셨다.


그런 내가 돈을 소홀히 여긴것도 아닌데, 잘해보려다가 이렇게 되었다.


  그만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무엇까지인줄 몰라 잠깐 나도 삶을 그만하고 싶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으로서 살아가는게 너무 힘들어 이세상 모든 부모님들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  하지만 정말 그만하고 싶었다. 무엇인가 그만두지 않으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을까봐 겁이 났다.


계속해야지, 가족과, 꿈이 있잖아.


  삶을 그만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단단해진다. 어쩌면 몇백 몇천은 핑계였을지 모른다. 가장으로 살아가는게 너무 힘들어 내일 죽을만큼도 아닌 손해에 모든 핑계를 붙였다. 잘해보고 싶은데, 잘 살고 싶은 마음에 몇 년을 이사와 이직과 공부와 투자를 했지만 10년 전과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오히려 거꾸로 가버린 것은 아닌지 온갖 나쁜 생각이 들었다.


  21년~22년은 일을 쉬며 육아를 했다. 첫째가 태어나고 2달을 쉬며 아내와 육아를 했지만 곧 다시 일을 해야했다. 짧은 시간 이후 바쁘게 살아서 그랬는지 너무나도 감사해서 사랑했던 큰 딸이 나에 대한 애착이 거의 없다. 그 충격으로 둘째 출산에 맞춰 자발적 실업과 이사와 육아를 했다. 일년 동안 매일같이 돌본 둘째는 지금 나를 많이 좋아한다. 나 또한 솔직하게 말해서, 둘째에게 더 애착이 있다.


  일년의 육아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혼자 올라가 2달 동안 직장에 적응하고 살 집의 준비를 마치고 다시 가족들을 데리러 갔는데, 그만 둘째가 나를 잊어버렸다. 누군지 모르는 얼굴로 울며 도망가던 모습이 나에겐 너무나 충격이었다. 두 달 동안 가족들과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리며 준비를 했던 시간이 허무했다.  사랑하는 둘째와 계속 같이 있어줬어야 했을까? 매일 함께 있던 아빠의 부재가 아기에게는 상처였겠지.


  대출을 해서 주식투자 하지 않은게 다행이다. 잃었지만 근로수익을 잃은 것이 아니고 투자 수익을 잃었다. 나에겐 포기 하지 않아야 하는 가족이 있고, 내 삶과 직장이 있다.


  돌이켜 생각하니 내가 스트레스 받은 것이 잘못된 투자습관이 시작점이었다. 좋은 투자와 좋은 육아는 인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당장 눈앞의 결과만 좇아 다니다보니 삶의 모든 부분에서 빨리 결과가 나오고 도파민이 분출되는 것을 찾아다녔다. 단타 수익, 자극적인 음식, 특히 술, 현실과 거리가 먼 드라마.


  다시 시작해보려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자연과 책과 글쓰기와 사람과 가족을 가까이는 삶을 이제라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글 쓰려고 노트북 사려고 단타를 하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단타를 하려고 노트북은 덮어두고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삶을 다시 보자.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 4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이사를 돌고 돌아 다시 5년 전에 살던 곳에 살고 있고, 세번째 다시 입사한 첫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계좌는 다시 주식에 대해 공부하기로 마음 먹은 때로 돌아갔다. 투자는 계속 할 예정이다. 올바른 투자 방법을 다시 찾기로 한다. 올바른 투자란, 잃지 않는 투자이다.  삶과 가족을 잃지 않는, 내 삶의 가장 소중한 것이 투자보다 늘 우선인 방식이다.


  다른 삶을 살기 위해 허송 세월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거울 속의 내가 늙었다. 그리고 그만큼 자라난 아이들이 지금 자고 있다. 나에게는 이 가족이 남아 있구나.


나, 살아야지, 잘 살아야지.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그러셨듯이, 나 내 가족 곁에 언제나 든든하게 있어줘야지. 열심히 나답게 사는 일을 계속하며 멋진 인생을 계속 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투자 실패기1 삶을 잃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