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은 수개월 간의 스터디를 통해 우리 회사의 목적에 맞는 LMS를 선택하였고 상부의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또한 선정된 기술 파트너와 함께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규명하고 시스템 설정/연계 등 IT적인 준비사항의 내용과 순서, 시스템 런칭 일정까지 모두 정했습니다.
교육담당자인 당신은 기대가 큽니다. "아 이제 생각한대로만 진행된다면 꿈에 그리던 최신식 교육시스템을 멋지게 런칭하고 우리 임직원들이 들어와서 활발하게 학습도 하고 소통도 하겠지?"
이러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교육시스템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신규 LMS의 확산이 어려운 이유
회사에서 쓰는 모든 시스템 안에는 프로세스가 녹아들어있습니다. 따라서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크고 작은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 교육 업무를 완벽히 반영한 시스템을 따로 개발하지 않는 이상, 신규 LMS로 인한 프로세스 변화를 배우고 이에 적응하는 것은 오롯이 사용자의 몫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시스템 변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컴플라이언스 교육만 듣고 나가는 일반 임직원 사용자들보다 새 교육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교육 실무자 (관리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HRD 담당자 입장에서는 분명 더 효율적이고 최신 기능이 많은 시스템을 큰 노력과 비용을 들여 도입했는데, 그 시스템을 매일 사용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 사용자들도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특별히 더 잘 쓰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선, 아래의 두 가지 전제를 잘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 우수한 교육 시스템의 도입이 성공적인 안착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 교육시스템의 확산은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가 필요하다.
2. 변화에 대한 사용자의 저항
조직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 중 대표적인 르윈(Lewin)의 변화 모델을 살펴보면, 변화는 Unfreezing, Movement, Refreezing의 3단계로 되어 있습니다. 이 이론의 요지는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 명쾌합니다. 조직의 변화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하자!"라고 하달식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시키고 저항을 줄이는 Unfreezing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충분히 조직원들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놓고 (Unfreezing), 변화를 진행하고 (Movement), 그 변화를 다시 새로운 일상으로 굳히는 (Refreezing)하는 과정을 거쳐야 조직 변화의 한 사이클이 완성됩니다.
교육시스템의 변화에 있어서도 Unfreezing의 개념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신규 LMS 오픈 발표할 때 공지 메일이나 사용 가이드 등을 제공해주고 임직원들에게 변화 이유를 잘 설명해주면 되는거 아닌가요?" 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는, 사용자들이 아래의 두 가지 사유로 시스템 변화에 저항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리스크와 습관입니다.
리스크는 시스템 변경으로 인해 내 업무가 더 불편해질까 하는 우려와 연관이 높습니다.
교육시스템이라는 것을 최초 도입하는 아주 드문 케이스가 아니라면, 신 시스템은 항상 기존 시스템과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신 시스템 도입 후 아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니, 사용자가 시스템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 괜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시스템이 바뀌었는데, 승인 절차가 너무 많아져서 예전보다 시간이 더 걸려! 이게 말이 되?"
"교육생 변경하는데 그걸 한명 한명 따로 찾아서 입력해야 된데. 원래 시스템에서 엑셀 업로드 하는게 있었잖아. 그 기능이 없어졌어. 몇 백명을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입력하고 있을거야?!"
습관은 익숙한 현재 상태를 벗어나기 싫은 마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누구나 편하고 익숙한 것을 좋아합니다. 바뀌어야할 명백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당연히 저항감이 들것입니다.
이럴 때는 시스템의 변화로 인해 사용자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알려주고 설득해야합니다. 사용자들은 신 LMS에서 어떤 포인트를 매력적으로 느낄까요? 과연 도입 주체인 HRD담당자들이 생각하는 포인트와 실제 사용자들이 느끼는 부분이 일치할까요?
사용자들은 같은 시스템을 쓰더라도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으냐(ex. 관리자, 일반사용자)에 따라 각기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시스템은 한번 선정하면 일정 기간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주요 사용자 그룹의 우려사항(=LMS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을 불식 시키고, 신규 시스템의 매력 요인을 잘 알려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3. 이해관계자의 파악과 설득
LMS 도입의 성공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반응입니다. 물론 앞서 말한 교육실무자와 일반 사용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겠지만, 사실 그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맡은 사용자들이 존재합니다. 또한 사용자는 아니지만 신규 시스템 도입의 성공을 위해 이해와 지원이 필요한 조직 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범위를 좀 더 넓혀 이해관계자들을 파악해보고 그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소통해야할 지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LMS 도입의 이해관계자를 목록으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인사 임원, 현업 부서장, 현업 부서 교육담당자, 사내 컨텐츠 개발 담당자, 사내 강사, 시스템 운영 담당자, 일반 임직원
이 사람들 중 대부분은 아마도 신규 LMS가 런칭되었을 때 처음으로 그 소식을 전해듣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중요한 사용자 그룹이라면 LMS 도입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부터 그들의 주요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헤아려 시스템 관련 의사결정과 사후 커뮤니케이션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중 어떤 그룹을 일찍부터 참여시켜야 LMS 안착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까요?
간단히 Power-Interest Grid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우선순위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이 표는 이해관계자 파악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니, 개개인이 속한 조직과 업무환경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나올 수 있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면같습니다 될 것 같습니다.
(1) 파트너쉽 (Partner)
LMS에 대해 높은 영향력과 높은 관심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신규 LMS에 대해 만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현업 교육담당자가 파트너쉽에 해당되는데요. 이들은 LMS를 활용하여 매일매일 실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므로 시스템 선정 단계부터 워크샵 등을 통해 이들의 니즈/우려사항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이후에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시스템 런칭, 안정화, 확산에 필요한 피드백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2) 적극적인 개입(Involve/Engage)
이 카테고리는 LMS 도입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크지만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에 해당됩니다. 예시에서는인사임원이 이 카테고리에 해당되는데요. LMS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담당 임원의 지속적인 서포트가 매우 중요한 만큼, 회의/보고 등을 통한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LMS의 도입이 인사의 방향성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또한 단기, 장기적으로 인력 양성 및 관리 전반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점을 명확히 설득하고, 주기적으로 프로젝트 진척상황 및 이슈 사항을 보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의견 청취 (Consult)
LMS 도입에 대한 영향력은 낮지만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해관계자들은 LMS 도입과 관련하여 좋은 의견을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서는 현업 부서장, 사내 컨텐츠 개발 담당자, 시스템 운영 담당자가 해당됩니다. 포커스그룹인터뷰(FGI) 등을 통해 이들의 의견을 파악하되 모든 의견을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저항이 발생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를 감지하고 방안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겠습니다..
(4) 정보 제공 (Inform)
마지막으로 낮은 영향력과 낮은 관심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은 가장 우선순위가 낮은 카테고리에 속합니다. 이들에게는 LMS 도입 진척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예시에서는 사내강사와 일반 임직원 사용자가 이에 해당됩니다. 만약 이들의 니즈나 애로사항의 취합이 필요한 경우에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LMS 도입과 관련된 주요 이해관계자를 도출하고 그들의 우선 순위에 따른 이상적인 의사결정 개입 수준에 대해 분석해보았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다 개입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LMS 도입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는 이해관계자의 인풋을 놓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전반적인 상호작용의 방향성과 수준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신규 LMS가 최종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활용되도록 하기 위해서 HRD 담당자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