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 온라인 교육의 Pull 전략(1) - 에서는 LMS의 기능을 활용하여 직원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데 편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HRD 부서가 고려해야할 사항에 대해 다뤘습니다.
Pull 전략의 핵심이 누가 시켜서 하는 교육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 학습을 하도록 돕는 것에 있긴 하지만, 실상 풍부한 컨텐츠와 학습 인프라가 마련된다고 해도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을 바로 실행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여러모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회사는 일터이지 학습을 위한 환경이 아니며, 빠른 업무의 흐름 속에 개인이 자신에게 어떤 지식 혹은 학습 경험이 필요한지 개인이 명료하게 판단하여 학습을 수행하는 것은 실은 굉장히 도전적인 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포스트에서는 HRD부서가 어떤 제도를 마련해야 개인의 학습에 대한 자유와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직원들을 지원할 수 있을 지 그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해보겠습니다.
1. Learning Pathway (교육체계)
예전에는 회사마다 교육체계라고 하여 직군 * 커리어 단계별 필수교육을 한눈에 보여주는 테이블을 제시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교육체계를 공지함으로써 개인이 회사로 부터 어떤 교육을 어떤 순서로 받게될 지 알려주는 것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정형화된 형태의 교육체계는 많이 줄었습니다.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장기적인 역량개발의 방향성도 확정짓기 어려운데 HRD 부서가 정형화된 교육체계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려면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기술직을 위한 정형화된 교육체계를 만든다면, 주기적으로 영역별 전문가들이 모여서 교육체계의 유효성을 검토해야 하는데 기술이 2-3년만에도 확확 바뀌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기회 비용이 많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직급별 리더십 및 승격교육 등의 필수 교육은 제도로 남아있고, 정형화된 교육체계는 일부 특수 직군(ex. 영업직, 엔지니어)의 전략적 양성을 목적으로 시험과 연계하여 사용하는 등 적용범위가 축소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Pull 방식이 강조되는 교육 환경에서도 개인의 학습 의사결정을 돕기위한 목적의 교육체계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이러한 목적의 교육체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요?
우선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임직원들에게 시그널을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 내에서의 학습이라는 것이 결국 조직의 목표와 맞닿을 때 가장 의미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개개인들이 회사에서 필요한 스킬을 습득하도록 힌트를 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또한, 개인이 교육을 고르는데 있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쳐주는 역할을 해줘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임직원이 블록체인에 대해 학습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해봅시다. 블록체인에 대해 지식이 없는 개인이 어떤 컨텐츠를 어떤 순서로 들어야 할지 잘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아마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정보가 많다 못해 흘러넘치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나의 직무/ 커리어 레벨에 맞게 어떤 교육을 어느 순서대로 들어야 할지 가이드를 제공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관점에서 교육체계 활용의 예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1) 인증제: 회사에서 전략에 부합하는 역량을 가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육체계와 시험을 결합하여 구성. 시험을 패스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으므로 목표의식을 제공. 인증 취득을 추구할지는 개인 선택이지만, 한번 시작하면 책임감을 가지고 지속하도록 제도를 설계. 인증 취득 시 인사적인 보상을 제공한다 (승격 가점 등)
2) 오픈형 교육체계: 나의 직무 및 직급에 맞는 추천 과정을 매트릭스 형태로 제시한다. 직무 교육을 위한 개인의 교육 선택을 도와주는 도구로 큰 의미의 교육 추천임. 교육 체계를 따라야 할 강제성은 없지만, 개인별 권장 교육시간 등이 존재할 수 있음. 직무에 전문성을 가진 부서 리더나 업종 전문가가 개발한다.
눈에 띄는 특징은 강제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학습에 대한 결정권을 존중하되 역량개발 방향이나 교육 선택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2. 역량 진단
역량 모델 역시 예전만큼 많이 쓰지는 않지만, 직무 기준으로 완성도 있게 역량을 정의할 수 있다면 Pull 전략의 도구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역량은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가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필요로 하는 지식/스킬/태도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앞서 언급했던 "시그널을 보내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사가 '디지털 리터러시'이라는 역량을 역량 평가에 집어넣는다면 직원들이 그 역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역량 평가 결과에 따라 개인이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를 결과로 제공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학습의 방향성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역량 진단은 개인 커리어 관리를 위한 학습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커리어 관리의 주체가 회사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커리어 패스가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개인에 따라 현재 직무와 연관성이 적더라도 미래에 원하는 타 직무 역량을 쌓고 싶다면 역량모델을 참고하여 학습을 계획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회사의 필요에 따라 인력들이 직무 전환을 해야하는 경우에도, 역량모델을 참고하여 어떤 스킬을 개발해야할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LMS를 통해서 역량 모델과 교육을 맵핑할 수 있다면 이는 임직원에게 맞춤화된 교육 추천과 동일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3. 개인 역량개발 계획 (Individual Development Plan)
IDP라고 부르는 개인 역량개발 계획은 외국계 회사에서는 수십년전부터 정례화된 주요 HRD 프로세스입니다. 우리나라도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간단한 구글 서치로 IDP의 일반적인 정의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 문구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An individual development plan (IDP) is a tool to assist employees in career and personal development. Its primary purpose is to help employees reach short and long-term career goals, as well as improve current job performance. An IDP is not a performance evaluation tool or a one-time activity. It should be looked at like a partnership between the employee and the supervisor. It involves preparation and continuous feedback.
source: https://www.opm.gov/
간단히 말해 IDP는 개인이 스스로 세우는 연간 학습 계획입니다. 다만 학습 계획 수립의 과정에서 상사와 함께 커리어나 성과 향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그에 기반하여 학습의 방향성을 세우기 때문에 개인 맞춤화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스스로 결정하고 상사에게 승인을 받은 것인 만큼 개인이 학습동기와 책임감을 가지고 계획을 이행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IDP는 개인의 자발적인 학습을 지원하는 강력한 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프로세스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외국계 회사의 HR은 연초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국내 대기업에서는 IDP가 잘 정착되지 못한 면이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역량 진단과 결합하여 적용한다면 개인이 필요한 학습을 선택하도록 돕고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콘테스트/ 챌런지
콘테스트(대회)는 앞서 소개한 여러 제도와 비교해보았을 때, 딱히 정해진 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해서 자발적인 학습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만 사용한다면 임직원들의 주의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학습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크고 작은 인정과 보상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심리적인 것이든 금전적인 것이든 보상이 매력적이라면 콘테스트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보통 콘테스트는 원하는 성과에 대한 기준과 정의가 명확한 대신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은 개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은 보상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서 다른 참가자들과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회사가 정한 영역에 대한 학습이 일어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학습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 뿐만아니라 그것을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르는 강도 높은 학습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콘테스트의 진행 과정을 영상이나 글로 잘 담아 전파할 수 있다면,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콘테스트 주제에 관심있는 다수의 임직원에게 문제해결 혹은 성과향상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도울 수 있어, 시그널링이나 관심끌기 이상의 학습 동기부여 효과를 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총 4가지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이미 존재하는 제도의 경우에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라고 볼 수 있지만, 익숙한 제도라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임직원의 자발적인 학습을 유도하고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의 밑바닥에는 강제성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원하는 학습이었다면 지겹고 졸리고 힘든 일이 없거나 적었을 텐데요.
개인에게 의미있는 학습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자유를 주면서도 그 과정이 최대한 회사의 방향과 얼라인되고 원하는 주제를 학습하는 데 있어 발생가능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것, 그것이 Pull 전략을 추구하는 HRD 부서가 집중해야할 성과의 To-Be 모습이라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