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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오 May 04. 2023

하루에 하나씩 좋아하는 것 찾기

일상의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찾아서

한 게 없어. 아무것도...

애초에 이 글들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지난 2023년, 2022년을 돌아보면서 퇴사 후 내가 뭘 했지? 싶은 생각이 드니 급격히 우울해졌다. 


"야 남들이 들으면 진짜 웃어. 네가 얼마나 뭘 많이 하고, 열심히 사는데 또 그 소리냐."

"나야 뭐 맨날 시도는 하는데 이뤄낸 게 없잖아. 보이는 성과가 하나도 없어..."

"나는 네가 하고 있는 거 반도 시도조차 못했을 텐데 넌 다 해보고, 또 다른 것도 하고 있는 거잖아."


그러고 보면 넌 진짜 너한테 너무 가혹해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나한테 만족하지 못하고, 나 자신에게 좀 가혹하다는 것을. 근데 그게 참.. 알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정신과 상담을 받을 때 선생님께서 내줬던 것이 바로 '칭찬일기'였다. 다 큰 성인이 나를 칭찬하는 방법을 매달 보험적용도 안 되는 병원비를 내면서 배워왔었다.


약효가 떨어진 건지, 아니 고쳐지기는 했던 건지, 요즘 다시 나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래서 일기를 다시 쓰기로 했다.


선생님이 숙제로 내줬던 칭찬일기 쓰기, 또 내가 자주 시도했던 감사일기 쓰기는 매번 1-2주를 넘기지 못했다. 작심삼일로 365일을 채우는 어설픈 J라서 그런지 지속력이 문제였다.


그래서 전부터 계속 쓰고 싶었던 브런치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14일째! 순항 중이다. 정작 인생의 바닐라 라떼를 찾겠다고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어쩌다 보니 예전 정신과 상담 기록일지가 됐는데, 이제부터라도 처음 의도대로 일상 속에서 아바라를 찾아보려고 한다.


아주 잘 포장해서 디지털 노마드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의 일상은 꽤 단조롭다.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평일에는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면서 잠을 깨고 하루종이 노트북과 태블릿으로 뭔가를 열심히 하다 저녁에 운동을 하고 와 잠을 잔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반복한다. 그러다 주말이 되면 임신한 언니의 천방지축 2살 아이와 놀아주러 본가에 간다. 


울고 불고, 이리 들고 저리 들고, 쫓아다니고 놀라고 소리치다 보면 정신없던 주말이 지난다. '집에서 일해도 되잖아', '맛있는 거 사줄게', '하루만 더 있다가'라며 나를 붙잡는 언니에게서 도망치듯 돌아와 다시 저번주 평일을 반복한다. 


원래 평일과 주말에 하나씩 스터디를 오랫동안 참여했는데, 내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점점 나가는 횟수를 줄였고 현재는 잠시 쉬고 있다. 이따금씩 사람을 너무 만나지 않은 것 같을 때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 한바탕 수다를 떨다 들어온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2023년, 어느새 3월, 어느새... 5월이 됐다... 아니 돼버렸다..


한 번씩 달력을 보면 너무 시간이 빨라 허망하고, 해놓은 것이 없어 우울해질 때가 있다. 내가 원했던, 내가 생각했던 '디지털 노마드'는 이게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여행을 가서 일을 하기에는 '아직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단골 카페가 아니면 이것저것 신경 쓰여 1시간을 채 있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거나 다시 단골 카페로 향한다. '여행을 하면서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가 가장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 내 상태를 보니 여름에는 어디든 떠나서 바닷가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단조로운 일상에서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찾아보자. 오늘은 평소에는 별 감흥이 없었던 택배 도착 알림 문자가 반갑고 소중하다. 어린이날에 주기로 했던 조카 선물이 도착했는데 오늘 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본가에 가지고 가지 못해서 마음을 졸였던 물건이다. 


내게도 선물처럼 5월 4일에 도착해 준다니 이리도 기쁠 수가 없다. 뽀로로 포장지로 잘 뜯기게 포장해둔 선물을 보고 좋아할 조카를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다. 저 장난감이 내게도, 조카에게도 선물이 됐다.


오늘의 아바라는 장난감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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