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주호 Apr 17. 2018

#2017.09.21 아그라 희로애락 Part.2 인이

아그라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이야기!

 # 인이: 인도 이야기의 줄임말. 다음(daum) 포털사이트에 인이를 검색하면 글이 나옵니다.


  “확실하다니까, 이름만 다를 뿐이야”


    헤어짐을 뒤로한 채 10분 정도를 달려 저녁 10시 30분쯤 버스 에이전시에 도착했다. 예약지를 펼쳐 버스 직원에게 보여줬다. 직원은 여권과 예약지의 이름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아쉼’이 버스 예약을 할 때 내 이름을 잘못 적었다. 1370루피 (27400원)를 내고도 버스에 타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나는 최대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돈 주고 예약한 거야. 예약해준 사람이 이름을 잘못 적었어. 예약 번호로 확인해봐”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난 후 나를 봤다. 그리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꺾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꺾는 건 알겠다는 뜻이다).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며 가방을 사무실에 놓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아까부터 나를 주시하던 동양인 남자가 있었다. 이름은 아사히였고 일본에서 온 20살 남학생이었다. 나는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

“안녕, 인도 여행 중이야? 언제 왔어?”

“응 저번 주 9월 11일부터 인도 여행하고 있어. 오늘은 바라나시로 넘어갈 예정이야.”

“나랑 일정이 똑같네! 버스 티켓은 얼마에 샀어?”

“난 2000루피 정도 냈어, 그것도 할인해줘서 싸게 산거야”

“난 1370루피에 샀는데.. 좀 비싸게 샀네, 다음부터는 핸드폰으로 미리 티켓 가격 확인하고 제시하는 게 좋을걸”

“난 핸드폰이 없어. 갖고 있는 거라곤 나침판 밖에 없어”

그 후 난 아사히의 더욱더 특별한 모습을 볼 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 대화를 하던 중간에 툭툭은 경적을 내면서 우리 앞에 섰다.


     툭툭 기사는 무심하게 직원과 몇 마디 말을 하고 난 후 큰 박스 2개와 우리의 배낭을 뒷좌석에 싣었다. 그리고 툭툭에 시동을 걸고 출발할 준비를 하면서 말했다.

“뒷자리는 자리가 없으니까 둘 다 내 양쪽에 앉아야 돼”

앞 좌석은 상당히 좁았다. 일반 버스 2인석 정도 크기에 3명이 끼어 앉아야 했다. 너무나 가까이 앉은 탓에 툭툭 기사의 채취는 물론이고 모공까지 보일 듯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앉았다. 난 출발하기 전에 한번 더 물어봤다.

“우리 바라나시로 가는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거 맞지?”

툭툭 기사는 말했다.

 “No problem, 10분 정도 달리면 돼”

툭툭 기사는 엑셀을 당겼고, 툭툭은 덜덜거리며 힘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분위기 좀 바꿔볼 겸 툭툭 기사에게 질문공세를 했다. 툭툭 기사는 귀찮았는지 짧게 대답했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시계를 봤는데 출발한 지 10분이 지났는데도 툭툭 기사는 열심히 오른손으로 엑셀을 당기고 있었다. 난 의심 쩍은듯 말했다.

“우리 바라나시로 가는 버스 정류장 가고 있는 거 맞지, 10분 지났는데..?”

툭툭 기사는 어김없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꺾으며 “No problem,”이라고 말했다. 모든 일에 “No problem”이라고 말하는 인도 사람들을 믿지 못해 몰래 GPS를 확인했다.  GPS를 따라 이동경로를 보니 고속도로가 나왔다. GPS를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우리 고속도로 타는 거야?, 그리고 출발한 지 벌써 25분이나 지났어”

툭툭 기사는 말했다.

“우리 사실 델리로 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그 말을 듣고 나와 아사히는 소리를 지르면서 말했다.

“뭐라고? 델리랑 바라나시는 정반대잖아. 뭐 하는 거야 빨리 툭툭 돌려”

 툭툭 기사는 진정을 하라면서 말했다.

“버스정류장이 델리 쪽이야 걱정 마, 잘 가고 있어”

하필 출발하기 전에 인도주의사항을 본 게 의심을 산 것 같다.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툭툭 기사의 말만 믿어야 했다.


    10분 정도 더 달려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그리고 허름한 건물 앞에서 멈췄다. 허름한 건물에는 버스 간판도 없고 오로지 강아지 한 마리와 인도 남자 5명밖에 없었다.  툭툭이 멈추자마자 툭툭 기사는 박스 2개와 우리의 배낭을 내려놓고 사라져 버렸다. 인도 남자 5명은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둘러쌌다. 그중 한 남자는 각목을 들고 있었다. 그 남자는 각목을 들고 건물 안을 가리키며 들어가라고 했다.  난 조금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버스정류장 간판도 없고, 버스정류장 아닌 거 같아”

인도인 두세 명은 소리치며 말했다.

“그냥 들어가!!”

난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나의 몸은 자동적으로 건물 안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건장한 인도인들과 같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편의점 테이블 몇 개와 의자가 있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으니 4명은 건물 밖으로 나갔고 각목을 든 남자와 강아지가 우리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목을 든 남자는 몇 마디 되지 않는 영어로 말했다.

“움직이지 마, 그리고 그냥 앉아있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이어리를 꺼내 적는데 다이어리까지 보기 시작했다. 대충 끄적거리고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때 마침 버스 티켓 예약해준 ‘아쉼’이 생각났다. 각목을 든 남자가 한눈파는 사이에 주변을 찍어 보냈다. 그리고 감금이 됐다고 말했다. 아쉼은 버스회사에 물어보라며 답장을 했다. 마음속으로 ‘이 XX도 한패구나, 당했다’라는 생각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내가 만약 각목을 빼앗으면 2명 정도는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사히가 3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모든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생각을 정리할 수 없어서 아사히에게 말했다.

“여기는 버스정류장이 아닌 거 같아. 우리 아무래도 감금당한 거 같아. 우리 뭐라도 해야 돼”

아사히는 말했다.

“난 죽음에 대해 두렵지 않아. 어차피 사람은 죽기 마련이야”

아사히는 나랑 다르게 마음이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아사히는 말을 이어갔다.

“난 핸드폰이 없지만 칼과 나침판이 있어”

죽음에 대해 두렵지는 않지만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칼을 들고 다니는 게 상황이 맞아 보이진 않았지만, 칼이 있는 아사히가 3명 정도는 처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본 인도 남자 5명은 고함을 지르면서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이미지 트레이닝 따위는 먹히지 않았다. 다시 자리에 다시 앉았다. 우리를 감시하던 각목을 든 남자는 나갔고 다른 남자가 교대로 들어왔다. 벌써 건물에 도착한 지 30분이나 지났다.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에 조용히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와 반대로 아사히는 갑자기 가방에서 피리를 꺼내더니 불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피리로 인도 사람들을 놀리는 듯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흔들면서 혼자 신이 났다. 난 전혀 아사히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았다. 인도 남자 3명이 들어오더니 아사히가 피리 부는 걸 보고는 인도애들이 웃기시작했다.


    건물에 있는지 40분이 지날 때쯤 택시 한 대가 건물 앞에 섰다. 그리고 인도 커플이 내렸다.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택시 이후에 연달아 툭툭이 버스 승객들을 싦어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다. 인도 남자 5명은 그제야 움직이게 해줬고 노래를 틀더니 버스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아 괜히 민망해졌다.


    가방을 메고 버스에 올랐다. 예약지에 적힌 번호로 갔다. 내 자리에 커튼쳐 있는 상태로 문이 닫혀있었다. 버스기사는 자신있게 문을 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인도 여자가 누워있었다. 나와 버스기사는 당황해하며 다시 예약지를 봤다. 다시 봐도 인도여자가 누워있었다. 인도여자와  같이 누워서 바라나시까지 가게 생겼다. 인도 여자는 갑자기 화를 내며 두 자리를 다 예약했다고 말하면서 문을 닫아 버렸다. 나와 버스기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서로 쳐다봤다. 다행히 아사히 옆자리가 비어서 아사히와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 하기로 했다.


    내가 생각했던 슬리핑 버스는 포근한 침대와 이불은 물론 텔레비젼까지 있는 상상을 했다. 현실은 텔레비젼은 당연히 없었고, 아빠 다리 한 상태로 앉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았다. 심지어는 두 명이 누우면 팔이 닿을 정도로 엄청 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자리가 있음에 감사했다. 아사히는 버스가 출발하지도 않았는데도 벌서 잠이 들었다. 나보다 더 긴장을 하다 긴장이 풀렸는지 바로 잠이 드는 것 같았다.


    사실 아사히는 대단한 친구다. 20살인 나이에 학교를 휴학하고 세계여행을 하고 있었다. 인도 오기 전에는 핸드폰 없이 자전거로만 2달 동안 대만을 전국일주 했다. 여행을 하며 핸드폰을 갖고 다니면 핸드폰을 보는 동안 좋은 풍경들과 좋은 생각들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놓고 왔다고 했다. 바라나시에 도착하면 다시 나침판을 들고 자전거로 600KM 이상을 달려 콜카타로 간다고 했다. (정확히 683KM다.) 같이 있을 때 말은 못 하였지만,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핸드폰을 들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나에게 배울 점이 상당히 많았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연락처 교환을 못했다. 항상 잘되길 응원하며, 용기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From. Toronto

Instagram : Jooho92


인스타그램에 인도사진,영상들 있습니다! 심심하시면 인스타 구경오세요!

40분동안 감금 되어있었던 장소
슬리핑 버스
나와 아사히를 데려다준 툭툭기사
나와 아사히가 같이 썼던 공간.
좁은 공간 같아서 2명이서 가는 자리


매거진의 이전글 #2017. 09.21 아그라 희로애락 Part.1인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