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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호 Apr 24. 2018

#2017. 09.23. 바라나시 들었다 놨다 인이

정신없이 여권 놓고 오고, 바라나시의 삶을 보는 하루

# 인이: 인도 이야기의 줄임말. 다음(daum) 포털사이트에 '인이' 또는 '정주호' 를 검색하면 글이 나옵니다.

검색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택시 안으로 들어가니 택시기사가 말했다.

“넌 진짜 운이 좋아”


쉐어택시를 부른 사람들이 모두 취소한 탓에 운이 좋게 나 혼자 택시에 탔다. 오늘 하루 일진이 좋은 듯 보였다.  난 뒷자리에 앉아 GPS를 간간히 확인하면서 창밖을 구경했다. 아무 말 없이 창밖을 쳐다보자 택시 기사는 분위기 좀 바꿔 볼 겸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어?”

“Korea에서 왔어”

“North Korea야? 아니면 South Korea야?”

항상 듣는 질문이기에 장난으로 말했다.

“North Korea에서 왔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지더니 대답을 안 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장난이야 나 South Korea에서 왔어, 항상 받는 질문이라 장난쳐봤어”

택시 운전기사는 다행이라는 듯이 웃으면서 “김정은 뚱뚱한 놈 미쳤지” 라며 받아쳤다.


  바라나시 기차역에 도달할 때쯤 택시기사는 갑자기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너한테 157루피를 받아야 하는데 오늘은 57루피 밖에 못 받네”

쉐어 택시를 탔지만 혼자 타는 마음에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래서 거스름돈을 안 받을 생각으로 100루피를 건넸다. 택시 기사는 100루피를 받더니 “거스름 줘야 돼?, 너 혼자 탔잖아” 라며 뻔뻔하게 말했다. 거스름돈을 안 받으려 했지만 뻔뻔한 질문에 20루피를 돌려 받았다.


  바라나시 정선역 주변은 공사 중이었다. 그런 탓에 모든 차들과 툭툭은 움직이지 못했다. 자동차들과 툭툭은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경적만 울렸다. 거리에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뜨거운 연기와 뜨거운 햇빛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툭툭 기사들은 밑에 준비한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고, 페트병에 있는 물을 마셨다. 툭툭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바라나시 정선 역에 있는 외국인 티켓 창구로 향했다.


티켓 창구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려고 하던 찰나 몸이 굳어져 버렸다.


티켓을 사기 위해 여권이 필요했지만 여권을 숙소에 두고 왔다. 놀란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40분쯤 걸려 힘들게 도착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티켓 창구 손잡이를 잡고 안으로 들어갈지 말지를 수만 번 고민했다. 일단 한번 부딪쳐보자 라는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창구에는 외국인 3명이 여권과 예약 종이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 창구 직원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억지웃음을 지으며 긴장하지 않은 티를 냈다.


  티켓 창구 직원의 인상은 좋지 않았다. 외국인 여행자들을 대할 때 무관심한 표정과 딱딱한 말투로 여행객을 대했다. 앞에 있는 외국인 손님마저 긴장하게 만들었다. 창구 직원은 티켓을 주기 전 여권을 펼쳐 이름을 대조해보고 기차 티켓을 손님에게 줬다. 더욱이 좌절감은 커져만 갔다. 순간 여행하기 전에 미리 찍어둔 여권사진이 불현듯 생각났다. 내 차례가 되기 전에 핸드폰에서 여권사진을 찾아 준비를 했다. 창구 직원은 나에게 손짓을 했고 당당히 직원 앞에 앉았다. 속으로는 ‘긴장하지 말고 침착하게 하자’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예약 종이를 건네며 목적지와 시간을 말했다. 창구직원은 종이를 보며 기차 정보를 적어내려 갔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마지막으로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핸드폰에 있는 여권을 보여주었다. 직원은 이름을 대칭해보고 “오케이”라고 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여권에 찍혀 있는 인도 비자도 보여주세요”


인도 비자는 생각도 못했다. 핸드폰에는 미리 찍어놓은 인도 비자사진이 없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뒤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비자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바짓가랑이를 잡는 심정으로 부킹닷컴 어플에 들어가 예약한 숙소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나 여행자 비자로 왔는데 오늘 여권을 두고 왔어, 나 이제 첸나이 갈 거고 11월 초에 출국해, 제발 믿어줘”

창구 직원은 “음..”이라고 말하면서 팔짱을 끼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다음에는 티켓 살 때 꼭 여권 꼭 갖고 와야 돼”

“고마워!!!!”

티켓을 받아 들고는 마치 대학교 입학 문자라도 받은 듯 기분이 좋았다.


  기차 티켓을 가슴에 품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그리고 짐을 놓고 바로 갠지스 강으로 향했다. 갠지스 강을 걷다 보면 다른 도시와 다른 점이 있다. 어디를 가던지 많은 소들과 강아지들이 보였다. 특히 강아지들은 눈이 충혈되어 있었고 어디엔가 취해 힘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바라나시에 사는 사람들은 약간은 유 해 보였고 호객행위도 델리에 비해 적었다. 제일 중요한 건 길거리에 소똥이 많았는데 앞과 바닥을 번갈아 보면서 마치 지뢰를 피하듯이 조심히 걸어야 했다. 오후 3시쯤이 돼서야 갠지스 강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갠지스 강에 있는 아씨 가트에서 사람들의 생활을 볼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속옷만 입고 강에서 수영을 하면서 놀았고, 어른들은 강가 주변에 앉아 발을 담그거나 누워있었다. 몇 명의 아주머니는 갠지스강에서 빨래를 다 끝냈는지 옷을 널고 있었고, 다른 아주머니들은 옷을 걷느라 바빠 보였다. 따사로운 햇빛 아래 소들도 더웠는지 강에 들어가 몸을 식히고 있었다. 갠지스강은 마치 사람들에게 그리고 동물들에게 제2의 집인 듯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갠지스 강을 따라 걸으면 어린아이들부터 청년들까지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엄지를 척하고는 떠난다. 인도 카페나 책에서 나오는 듯이 인도 사람들은 참 사진을 찍기 좋아하고 찍어주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몇 명의 승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밥을 먹고 다시 강가에 나왔다. 해는 졌고 더운 날씨도 물러갔다. 갠지스 강에 생각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인도 사람들이 캠프파이어를 하듯 장작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죽은 사람들을 화장하고 있었다. 체크인할 때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아비나브’가 말한 장소가 바로 ‘Harishchandra Ghat’였다. 시체에서 나오는 연기가 주변을 가득 매웠다. 옷으로 코를 막았지만 연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장작이 많아서 인지 장작 타는 냄새가 주를 이뤘다. 냄새를 계속 맡다 보니 기분 탓인지 머리가 조금 띵한 느낌이 들었다. 그 주변에 외국인 여행자는 물론 유가족들 까지도 둘러앉아 화장하는 걸 지켜봤다. 심지어 떠돌이 강아지들은 항상 이 냄새를 맡으니 무언가에 취해 보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리에 앉아 삶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생각에 잠겨 화장하는 걸 지켜보고 있는데 20살쯤 보이는 인도 남자아이가 아까부터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쳐다봤다. 혼자 생각을 하던 중 남자아이 때문에 생각이 중간중간 끊겼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인사를 했는데 조금씩 가까이 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난 단답으로 대답을 했는데, 남자아이는 내가 흥미로웠는지 계속해서 물어봤다. 그리고는 지금 우리 할머니가 저기 장작 안에 있다며 가족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뜬금없는 초대에 약간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거절 하기 미안했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자리에 일어나 숙소로 돌아가는데 저기 멀리서 두 명의 인도 남자가 나를 계속 주시했다. ‘무슨 일이 생기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 내가 그들 앞을 지나갈 때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마리화나?”

“노!!!!!!”


  숙소에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들로 거리를 이뤘고 저녁이라 소똥이 보이지가 않았다. 인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별일 아닌 듯 걸어 나갔다. 오늘 하루 바라나시에서 사는 사람들을 엿보는 날이었다.


From. Toronto

Instagram : Jooho92


바라나시의 해뜰떄 모습
바라나시에 있는 원숭이
바라나시의 밤 모습. 수영을 하거나 저녘에 산책을 한다.
갠지스 강에서 열리는 불쇼
숙소 근처에서 찍은 사진, 한때 나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찍어달라며 브이한 인도남자
빨래를 하는 여성분의 모습
힘들게 얻은 기차티켓, 눈물날뻔 ㅠㅠ
신에게 숭배를 하며 불쇼를 한다고 합니다.
영화 촬영하는데 주무시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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