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심리학 에세이 (1)
어떤 모임에 참석해서 다니는 직장을 소개할 때면 으레 듣게 되는 얘기가 있다.
"예쁜 사람들 많이 보시겠네요!"
이런 부러워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뭔가 겸연쩍어 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나 또한 타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PD를 만날 때면 여배우나 여자 아이돌에 대한 질문들을 하곤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홈쇼핑 PD가 예쁜 사람들을 많이 보는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배정된 방송의 쇼핑호스트와 일부 모델, 그리고 게스트로 출연하는 여자 연예인을 가끔 지나치며 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 회사보다 여직원 비율도 높고 연령층도 젊은 편이니 '예쁜 사람들'이 많이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인간에게는 아름다운 것이 선한 것이라는 잠재의식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외형에 따라서 좋고 나쁜 것을 평가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색깔이 변하고 주름진 과일은 썩었거나 상한 과일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만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미(美)'에 대한 본능은 우리로 하여금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이를테면 외모가 출중한 사람은 착하고, 친절하며, 똑똑하고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이렇게 한 대상의 두드러진 특성이 그 대상의 다른 세부 특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후광효과'라고 부른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외면에서 오는 ‘후광효과'를 가장 강하게 느끼게 될 때는 면접을 볼 때가 아닌가 한다. 같은 점수면 외모가 더 나은 지원자에게 관심이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평범한 외모의 지원자들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용모만으로 지원자를 판별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이므로, 면접관들은 최대한 용모를 배제한 채 지원자를 평가하려고 한다. 게다가 성공한 사람들의 외모는 평범한 사람일 경우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외모가 평범한 사람은 더 친근하고 인간적인 신뢰를 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배우를 뽑는 자리가 아닌 이상 단정한 용모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특이한 것은 쇼핑호스트 면접을 볼 때이다. 다수가 시청하는 TV에 출연할 사람을 뽑는 자리이므로 외모를 중요하게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예쁜 사람을 선발하는 미인대회의 모습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외모를 보더라도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인상인지가 중요하며, 몸매를 보더라도 옷을 입었을 때 옷맵시가 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는 후광효과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화장품을 방송하는 호스트의 피부가 좋아야 제품의 품질이 좋다고 인식하게 되고, 운동기구를 방송하는 호스트의 건강미가 넘쳐야 운동효과가 있다고 여기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처럼 까다로운 선발과정을 다 통과하고 최종 합격을 해도, 극히 일부만 톱클래스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 쇼핑호스트라는 직업도 상당히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품 판매는 외모 외에도 다양한 능력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일류 쇼핑호스트들은 반드시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보통 개성 있는 마스크에 고객들을 사로잡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얘기를 거슬리지 않게 잘 전달하되, 무한한 신뢰감을 주는 사람들이다.
혹자는 그것을 쇼핑호스트 특유의 '기(氣)'라고 얘기를 하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일류 쇼핑호스트들은 하나같이 이 '기'가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인 것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인 듯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의 본능을 감안하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맛이 없을 경우에는 더 큰 실망을 하게 마련이니, 외모를 중시하는 세태에 대해 너무 불공평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쯤에서 모과의 도(道)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가장 못생긴 과일이지만 동시에 가장 향기로운 과일에 대해 우리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있지만, '탱자는 매끈해도 거지의 손에서 놀고, 모과는 얽어도 선비의 방에서 겨울을 난다'는 속담도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예쁜 사람보다 향기 나는 사람을 더 많이 만나게 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