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시 태어날래!
한국을 다녀간지 2년.
회사에 취직을 했고, 남편의 일이 바뀌었고, 큰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됐다. 정신없는 일상 중 한숨 돌릴만한 3주가 생겼는데, 이 기회를 놓칠쏘냐 한국 비행기 티켓을 결제해 버렸다.
‘그 3주. 집에서 조금 여유 있게 보내도 되는 것을 괜히 한국 간다고 했나?‘라고 생각했지만
길고 긴 12시간의 비행은 설레었고, 기분이 좋아서 한숨 안 자고 날아왔다.
3주 동안 하루 2개 이상의 스케줄을 잡아가며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났다. 멀리 있어서 전해 듣지 못했던 그동안의 소식들을 들으니 기뻤고, 슬펐고, 감사했다.
피곤함이 쌓이고 쌓여 혓바늘이 돋아나도 더운 날씨를 뚫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3주가 지나가버렸다.
출국 전날, 이별의 시작
추모공원에 가서 아빠를 만났고, 아주 오랜만에 막내딸로 돌아가 어린아이마냥 투정을 잔뜩 늘어놓았다.
점심은 친정식구들을 만나 배가 터져라 먹었고, 옛날이야기를 하며 실컷 웃었다. 마지막 헤어질 때는
‘이제는 그만 울어야지. 그만 울 때도 됐지. 조카들과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생각하며 도망치듯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돌아서고 나서야 햇살에 눈이 부신 듯 눈이 따가웠고, 울음을 얼마나 참았던지 물고 있던 이가 욱신거렸다.
저녁에는 아버님의 생신을 미리 축하해 드렸다. 케이크와 선물 그리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소주 한잔.
주변에서는 한국을 왜 이렇게 자주 가냐고 하지만, 나는 할 일이 무척 많다. 주름의 개수가 늘어가는 부모님과 한 번이라도 더 마주 보고 웃어야 하고, 아이들에게도 가족과 친척들의 만남을 한번 더 갖게 해주고 싶다.
내일은 공항에 가야 하는데,
언제 뉴질랜드에서 살았냐는 듯 한국 일상에 흠뻑 젖어버렸고 그동안 살았던 날들에 대한 자신감이 사그라들었다.
돌아가면 더 많이, 더 잘해야 하는 일들이 줄 지어있는데. 돌아가면 이렇게 복작거렸던 가족과 친구들이 그리울 텐데.
나 어쩌지?
이번에도 나는 역시 이별에 자신이 없었다. 매번 겪는 어려운 이별.
내 인생 왜 이래?!
나 다시 태어날래!
이별은 이제 지겹다며 짜증을 부리는 지금은 공항으로 향하는 길. 한국은 언제 더웠냐는 듯 바람이 시원해졌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