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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Jan 30. 2024

그게 나였고, 그게 너였어.

K 장녀들에게.


10인분이요?! 민박집 하세요? 의 다음 이야기



그렇게 우리는 다가온 이별을 했고, 또 언제 만날지 모를 아쉬움과 아이들의 이 나이대 모습이 그리울 것 같아 참았던 눈물을 훔쳤다.


그렇게 삼 형제가 다녀간 후 우리 집은 다시 고요해졌다. 헝클어진 머리를 빗어내듯 집 정리를 하나씩 시작했다. 원래의 일상대로.


집에는 아이들이 부르던 노랫소리가 남아있었고, 씩씩하게 밥을 두 그릇씩 먹던 모습이 차 있었고, 여러 행복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을 이어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른 뒤 바쁜 하루를 보낸 저녁, 침대에 기대어 인스타그램을 열었다가 나에게 쓴 그녀의 솔직한 편지 글에 아무렇지 않던 마음이 아무렇게 변해버렸다.  


너였구나…

내 인생에 빠져있던 게…

결혼하고 주말부부하게 되었을 때도

‘나는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사실 ‘나는 괜찮아야 해!’라는 스스로의 외침이었었나 봐.

삼 형제를 독박육아하던 시절에도…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하나뿐인 여동생이 이민을 갔을 때도…

코로나 시절에도…

나는 괜찮아!!!라고 늘 말하고 다녔었는데

나를 자꾸 무기력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뭔지 몰랐었는데…

긴 여행에서 돌아와

단단한 안정감과 차오르는 행복감으로 일상을 채우고

마음까지 매일 깔깔 웃던 나의 마음이

필요한 건 ‘너와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어

고마워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안녕: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안정된 상태


K-장녀의 특성을 다 가지고 태어나 언제나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 잘될 거라고 큰소리치며 지내지만, 사실 그 내면에서는 '나는 괜찮다’고 얼마나 자신을 다독이고 타이를지.


어렸을 적에는 큰 소리만 친다고, 철없는 언니라고 말했었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뒤 돌아보니 애틋하고 짠해서 마음 한편이 찌잉 울렸다.


삼 형제가 돌아가고 어느 날 막내가

“엄마는 형아들 있을 때 많이 웃고, 착한 엄마였는데, 형아들 가니까 자꾸 혼내~”라고 말했다. “아닌데?! 엄마 원래 착한데?! “라고 넘어갔지만, 저 글을 보는 순간 알게 됐다.


언니가 있는 동안 내가 많이 행복했고, 언니와 다시 헤어져서 내가 많이 아쉬웠다는 사실을. 그런 내 마음을 나 자신이 못 읽고 그냥 예민해져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애틋한데, 같이 붙어살면 왜 또 그렇게 투닥거리는지, 인생에 이런 동반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인생에서 하나가 빠진 듯 때때로 무기력하고, 때때로 한편이 시렸던 이유는 그게 나였고, 그게 언니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는 '괜찮다'라고 되뇌지만 말고, 감정에 솔직해져도 괜찮아. 이제는 내가 다독여줄게.

‘우리의 시간’을 다시 만드는 그날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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