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영 Sep 08. 2021

엄마가 내 사진들을 볼 때

나는 조금 부끄러워지는데 용기가 난다

내가 영국에서 사진 수업을 들으며 구상했던 사진 프로젝트 Foodentity는 총 20장의 사진들로 구성되어있다.



나는 그때의 내가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신기하게 여겼던 것들을 사진에 담고 싶었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진을 찍었었다. 정물 사진이었고 실내에서 주로 찍었다. 원래 야외에서 풍경사진을 주로 찍는 나로서는 새롭고 어려운 시도였다.


가끔 내가 찍은 사진들을 엄마에게 보여주는데 그럴 때 보통 엄마의 가장 순수하게 나오는 첫 반응은 웃음이다. 은은한 미소가 아니라 푸악 하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 엄마는 줄곧 내 사진들이 심오하다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의 웃음이었다. 내 추측으로는 사진들이 조금 독특하고 심오한데 나라는 사람이 그런 걸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웃음이 나오는 것 같다. 사실 나 또한 이 부분은 매번 사진을 찍고 어딘가에 공개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다. 보는 사람들이 너무 심오하다거나 평소 내가 보이는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는 별로 소용은 없는 생각들. 근데 그 생각들이 내 행동을 결정하는 데에 꽤 큰 영향을 준다.


나는 우선 엄마가 웃어서 왜 웃냐고 조금 화를 냈다. 사실 그럴 줄 알았긴 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역시 “너무 심오해.  엄마는 이해를 못하겠어”라고 했다. 근데 뒤에 엄마가 이런 말을 붙였다. 그리고 그 말이 계속 머리에 남았다. “심오하고 뭔가 날카로운데 그래도 세상에서 따뜻한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 하는 네 마음이 드러나는 것 같아.”


나는 엄마가 정확하게 나도 몰랐던 내 의도를 맞춘 것 같아서 당황했다. 맞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을 최대한 창의적으로 그리고 주제 또한 고심하고 어쩌면 남들이 이게 뭐야? 싶을 것 같은 시각적인 구성을 만들었는데 그럼에도 그 안에서 내 마음을 알아차려 주길 바랐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그 사진들이 정말 좋았다.


나는 그 말에 조금 당황해서 “그치? 그리고 이런 사진들이 세상에 있어야 세상도 잘 돌아가는 거야!” 하고서 갑작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스스로 내가 이런 생각을 해왔는지도 잘 모르겠었지만. 근데 엄마가 “그런 사진들이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라고 마무리해버려서 나는 또 엄마에게 내 소신을 말한다며 엄마 입장에서는 피곤한 주장을 펼쳤다. 지금은 엄마 말도 내 말도 둘 다 맞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고서 별로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일에 대한 의미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사진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아니면 그냥 넘길지 나는 모른다. 그렇게 잘 모르겠을 때마다 나는 엄마에게 묻는 것 같다. 엄마가 먼저 웃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항상 웃고 난 뒤에 알려주는 엄마만의 감상이 나도 몰랐던 깊은 나의 마음과 이어질 때가 많으니까. 그래서 엄마겠지.


그래도 다음엔 웃지 말고 봐줘 엄마. 항상 고마워.


*아래는 20장의 사진 중 몇 장을 담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와 8월 말의 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