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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영 Aug 13. 2021

여름의 냄새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꽉 차는 것 같아


이번 여름은 다른 때보다 좀 무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순간 순간들의 냄새를 맡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낮의 열기가 가시고 모든 것이 식으면서 나는

은은한 거리의 냄새

한여름 습기가 만드는 큼큼하면서 시원한 상가 지하 냄새

에어컨이 틀어진 버스에서 내리면 느껴지는

조금 덥지만 선선한 바람냄새


이런 것들이 있어야 여름이다 그러니 잠깐이라도 코를 내어 냄새를 맡자 그리고 여름이 다 가버리기 전에 기억하자 그러면 그 냄새의 입자들은 다시 만났을 때에 사진 같은 것들보다도 더 힘있게 나를 어떤 곳으로 끌어가줄 것이다


그 냄새가 가진 것이 좋은 추억이든 아픈 상처든 다시 맡게 되면 나는 내가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걸 확신할 수 있고 이는 어떻게든 내가 앞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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