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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군 Mar 10. 2023

그래도, 웃고 있는 얼굴이 보기 좋다

군대를 전역하고 복한 한 학교는 많이 변해있었다. 아니, 그 기간 동안 내가 많이 변한 것일 수도 있겠지.


오랜만에 온 학교, 살짝은 설레면서도 긴장된 분위기, 앞으로의 걱정 모든 게 뒤죽박죽인 상황에서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의 전공수업을 듣게 됐다.


교수님의 수업 방식은 다른 분들과 조금 달랐다. 수업 시작 전 세계지도를 그린 학생에게 가점을 주고, 발표와 질문이 학점에 반영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어느 날 수업이 시작되기 전 교수님이 나를 뚫어져라 보시더니 한 마디 하셨다.


"너는 좀 웃어라, 입꼬리 좀 올리고 활짝 웃어봐!"


당황스러웠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는 기분이 창피해서 억지 미소를 짓고 그 순간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뒤로도 교수님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 나를 보며 '웃는 연습은 잘하고 있냐?'며 '오늘은 조금 괜찮네'라고 나의 미소를 확인하셨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언젠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야, 너 고등학교 때 진짜 울상이었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대학 때 그 교수님은 나를 꿰뚫어 보셨나 보다. 그 당시 교수님의 관심은 쪽팔림의 순간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조금은 바꿔 놓았나 보다.


물론 요즘도 환하게 웃는 내 모습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웃음, 미소에 인색하지 않다.


매장에서 손님을 직접 응대하면서 웃음과 미소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낀다. 눈빛과 말투, 행동으로 내 감정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손님들은 무의식적으로  분위기를 알아챈다. 나 또한 환하게 반겨주던 식당에 대한 기억이 더 좋게 오래 기억된다.


책을 읽다가 문득, 대학시절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어본다.


"그래 상용아, 넌 웃고 있는 얼굴이 보기 좋다."


#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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