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쾌적한 공간을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도 좋지만, 요즘에는 사장님들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작은 카페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취향: 하고싶은마음이생기는방향. 또는그런경향'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취향이 비슷한 공간에 방문하면 공감대가 형성되어 편안함을 느끼고 취향이 다르면 새로움과 색다름에 그 공간이 더 멋지게 느껴지는 것 같다.(취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면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카페나 식당 등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내가 장사하는 공간이 생기니까, 내취향에 맞춰 꾸며봐야지"라는 생각(욕심)이 있다. 사장의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공간도 매력적이지만 매장 콘셉트와 고객의 눈높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피규어를 잔뜩 진열해 놓을 수 없는 것처럼;; (글로는 쉽게 쓸 수 있지만 균형을 맞추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부부의 취향이 듬뿍 담긴 젤라부
내 취향으로 꾸민 매장이
소비자의 마음을 저격한다면?!
팬덤이 생기고 '취향'을 통해 사업확장을 시도해 볼 수 있다.이 과정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취향(개성)을 담아서 영상을 제작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조회수, 구독 등)을 보면서 기존 콘셉트의 영상을 유지하기도 하고, 다른 방향으로 전향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팬덤을 구축하고 팬층(구독자)을 대상으로 굿즈 상품을 판매하여 광고 외 추가 수익을 확보한다.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매장들도 '취향'을 잘 활용해 팬덤을 형성하면 매출에 긍정적 효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에 내 취향을 반영할 수 있을까?
1. 인테리어와 소품
매장의 인테리어는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소개팅에서 첫인상이 중요하 듯 소비자가 매장을 파악하는 첫 번째 요소이다. 간판, 로고, 내부 마감재, 조명, 컬러 등 다양한 요소로 취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젤라부는 귀여움을 추구합니다
이미 인테리어가 끝난 매장이라면 다양한 소품을 활용할 수 있다. '처음부터 비싸고 좋은 걸 사야 오래 사용해'라는 말을 믿지 말고 저렴한 소품으로도 충분히 매장을 꾸밀 수 있다.
젤라부는 '다이소'를 애용하고 있다. 2023년 흑묘년을 맞이해 매장에 포인트 줄 소품을 고민하다가 다이소에서 찰떡 아이템을 발견했다. 흑토끼 저금통이었는데, 앙증맞게 생긴 외모에 바로 2마리를 구매했다. 가끔 꼬마손님들이 자기 집에도 이 토끼가 있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렇게 손님들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2. 메뉴
카페에 가도 메뉴가 정말 다양하다. 요즘은 가볍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해도 원두를 골라야 한다.(산미가 있냐?, 고소하냐?) 여러 사람들의 취향을 맞추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똑같은 레시피의 메뉴라도 새로운 메뉴명을 붙여서 사장님의 취향을 반영할 수도 있다.
젤라부에서는 6월 메뉴로 참외와 홍성 딜을 활용한 이달의 메뉴를 새롭게 선보였다. 원래라면 '참외 소르베'처럼 재료가 돋보이게 메뉴명을 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위트 있는 메뉴명을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참외롭다'로 이름 붙였다. 주문할 때 약간 오글거려하시는 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젤라부 6월의 메뉴 '참외롭다'
3. 향과 BGM
손님들이 매장에 방문해서 무의식 중에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이 향과 소리(노래)이다. 지하철역에서 무심코 맡은 고소한 향에 이끌려 델리만쥬를 사 먹듯이, 매장 내 향기도 취향에 맞춰 항상 신경 써야 한다. 꾸준한 환기와 디퓨저는 필수이다.
홍성 3개 산을 모티브로 제작된 레이럴의 룸스프레이
소비자가 먹고 있는 동안 두 귀는 바쁘게 매장의 소리를 탐색한다. 노랫소리, 옆 테이블의 수다, 기계소음 등등. 매장 내 흘러나오는 노래는 사장님의 취향을 잘 반영해 주는 도구로써,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요소로 사용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이상순님이 운영하는 '롱플레이' 카페에서 오늘의 BGM을 알려주기도 하고 신청곡을 받아 손님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오늘의 선곡은?
4. 이벤트
이벤트 기획부터 운영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은 많겠지만, 사장님의 취향과 매장을 홍보하는데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산에 위치한 카페 메이트는 비정기적으로 지역 내외 예술가를 초빙하여 미니 콘서트를 열기도 하고 드로잉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젤라부에서는 올해 특별한 경험을 했다. 관광객들이 홍성으로 많이 놀러 왔으면 하는 마음에 맛집과 관광지를 정리해서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에 사연을 보냈는데, 사연이 선정되어 전화통화를 하게 됐다. 그리고 얼마 후에 송은이님이 유튜브 촬영차 홍성에 방문해 주셨다. 우리 부부가 땡밍아웃(비보 청취자 '땡땡이'들은 부끄러움이 많아서 정체를 숨기곤 한다.)을 했는데, 지역의 땡땡이분들이 자기도 청취자였다면서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고 매장에 방문해 주셨다.
너무 특별하고 감사한 경험을 선물해주신 송쎄오님 감사합니다.
5. 사장과 직원
뭐니 뭐니 해도 매장의 매력과 취향을 어필하면서 팬덤을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사람이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사장님의 외모나 인상, 아웃핏(유니폼이 없다면)도 중요하지만, 손님과 나누는 짧은 인사와 대화는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
안부를 묻거나, 주변 여행지를 추천하거나, 꼬마손님의 이름을 물어보거나, 반려견의 나이를 물어보거나, 가볍지만 편안한 대화는 손님이 매장에 느끼는 친밀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재방문하는 손님을 기억하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본인이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홀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손님응대하는 교육은 필수이다. 직원의 작은 태도가 매출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