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봉사활동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다.
가방을 챙겨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왜 도서관으로 가냐고요?"
나의 봉사활동은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한 번, 하루 4시간, 정해진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서 반납된 책을 꼽거나 잘못 꼽힌 책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일은
은퇴를 했어도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조금은 있다는 안도감과,
필요한 책을 넉넉히 볼 수 있다는 풍요로움을 주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의 봉사활동이다.
지식과 정보에 관하여 스스로를 평가할 때 나름 '수준이 낮지 않아'라고 생각했는데
도서관 봉사활동 이후 이 생각은
이렇게 변했다.
나의 지식은 아주 편협했고, 깊이가 낮았으며, 나는 잘하는 것 같았지만 그동안 사회의 평가는 기대보다 낮을 수 밖에 없었겠으며, 나의 주장이 옳다고 큰 소리 칠 때 말을 아끼며 골똘히 생각하는 답답해 보였던 그 사람들은 어쩌면 나보다 한 수 위였을 거라고.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된 이유는 봉사활동 이후 무작정 천권은 읽어보자는 계획을 세웠던게 한 몫했다.
그렇게 시작한 책읽기는 겨우 140여 권을 정독하고 필요한 부분을 필사했을 무렵,
내가 생각해도 나의 말 수는 많이 줄었다.
말을 하기보다는 생각이 앞섰다. 상대가 왜 그런 행동, 그런 말을 하는 지를 생각해보고, 그에게 항변하거나 행동을 고치라고 다그치기 보다는, 이럴 때 상대보다는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와 나, 둘 다 원하는 목적에 가까이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나의 이어폰에는 긴 줄이 있다. 꺼낼 때면 엉켜서 한참을 풀어야 한다. 예전엔 잘 안풀리면 화가 났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조용히 생각하며 줄을 풀고 있다. 다음엔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까?
산을 오르다 보면 작은 돌들은 미끄러지는 원인 중 하나다.
예전엔 미끄러져 넘어지며 투덜거렸다. 이제는 돌을 옆 풀섶으로 옮겨 놓는다. 다음의 나,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그 자리의 주인이었던 돌에게 미안한 마음도 함께 한다.
지금은 점차 화가 줄고 대신 새롭고 신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래서인지 요즘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예전과 비교하면 성인군자가 된 것 같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이런 생각들도 한다.
책을 꼽다 보면 책갈피용 끈이 있는 책들이 여럿 보인다.
편리하다.
그런데 서가에 꼽혀 있을 때 늘어져 있어 보기가 좋지 않아 늘 책 속으로 정리를 하고 다닌다.
끈이 너무 긴 것도 있는데,
물자를 조금이라도 아끼자면 줄의 길이를 너무 길지 않게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나는 없는 것을 선호하지만.
또 하나 국내 책은 외국 도서에 비해 무겁다. 외국도서는 갱지라고 하는 재생지의 사용이 많아서인듯.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무거운 책이 많은 날엔 손목이 아프니까.
도서관에 있는 책의 종류별로 그 양을 보면
문학 분야가 가장 많고, 다음은 제테크, 주식, 부동산 등 사회과학 분야가 많다. 그 외는 비슷하다.
그 많은 책들을 정리하는데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도서관에서는 아래와 같은 한국십진분류표에 의해 책을 분류하고 분야별로 보관한다.
나의 책장도 이렇게 분류해 놓으니 책 찾기가 수월해졌다.
이쯤되면 도서관의 봉사활동은 내 인생에서 잘한 선택 중 상위에 속하지 않겠는가?
오늘도 나는 도서관에서 재미있게 놀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