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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Dec 16. 2024

혼자서도 잘 노는 은퇴자입니다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 

자주 가는 정상 어귀에는 쉬어갈 수 있는 의자 세 개가 놓여 있다.

숨 가쁘게 올라온 뒤 의자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생각들을 내려놓기도 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곳은 그리 많지 않은 행복한 시간 중 하나를 보내는 장소다.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에는 인적이 드물 때가 있다.

그러면 산속이 무서워지기도 한다.

이럴 때 사람 소리는 참 반갑다.

나를 지켜 줄 친구를 만난냥.


그런데 깊은 산속에서 사람의 흔적을 

쓰레기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안타깝기도 슬프기도 한 일이다.

심심찮게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보이는 것들은 

음료수 캔, 귤껍질, 계란 껍데기, 담배꽁초, 휴지 등이다.


어떤 날은 산을 오르내리며 가끔 뵙던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산 정상 의자에 앉아서 계란과 귤을 드시며 껍질을 훌훌 산속으로 던지고 계셨다.

"산 짐승들 먹이야."라면서......


그럴까?

정말 그렇다면 이 자리는 짐승들의 먹이가 있는 장소? 

사람이 위험해질 텐데......


아무튼 나는 아무 말 없이 산을 내려왔다.


그곳에는 사람이 많이 올수록

쓰레기의 종류와 양은 많아지고 있다.

한 번은 담배꽁초를 모아서 수북이 쌓아놓아 보았다.

버리는 사람이 보고 느끼라고.

그런데 아직도 담배꽁초는 여전하다.

바짝 마른 나뭇잎을 보면서 불이라도 날까 봐 걱정된다.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


방도가 있을까?

대대적 운동을 벌일 만큼 나는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작은 실천을 해 보려고 한다.

쓰레기를 하나씩 하나씩 주워오는 걸로.

조금은 좋아질 수 있겠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보다

줍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분의 '집게'를 찾는다.


내일부터 쓰레기를 주워야 하니까!!!

음료수 캔과 귤껍질, 담배꽁초 등


버려진 휴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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