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
자주 가는 산 정상 어귀에는 쉬어갈 수 있는 의자 세 개가 놓여 있다.
숨 가쁘게 올라온 뒤 의자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생각들을 내려놓기도 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곳은 그리 많지 않은 행복한 시간 중 하나를 보내는 장소다.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에는 인적이 드물 때가 있다.
그러면 산속이 무서워지기도 한다.
이럴 때 사람 소리는 참 반갑다.
나를 지켜 줄 친구를 만난냥.
그런데 깊은 산속에서 사람의 흔적을
쓰레기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안타깝기도 슬프기도 한 일이다.
심심찮게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보이는 것들은
음료수 캔, 귤껍질, 계란 껍데기, 담배꽁초, 휴지 등이다.
어떤 날은 산을 오르내리며 가끔 뵙던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산 정상 의자에 앉아서 계란과 귤을 드시며 껍질을 훌훌 산속으로 던지고 계셨다.
"산 짐승들 먹이야."라면서......
그럴까?
정말 그렇다면 이 자리는 산 짐승들의 먹이가 있는 장소?
사람이 위험해질 텐데......
아무튼 나는 아무 말 없이 산을 내려왔다.
그곳에는 사람이 많이 올수록
쓰레기의 종류와 양은 많아지고 있다.
한 번은 담배꽁초를 모아서 수북이 쌓아놓아 보았다.
버리는 사람이 보고 느끼라고.
그런데 아직도 담배꽁초는 여전하다.
바짝 마른 나뭇잎을 보면서 불이라도 날까 봐 걱정된다.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
방도가 있을까?
대대적 운동을 벌일 만큼 나는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작은 실천을 해 보려고 한다.
쓰레기를 하나씩 하나씩 주워오는 걸로.
조금은 좋아질 수 있겠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보다
줍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분의 '집게'를 찾는다.
내일부터 쓰레기를 주워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