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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Dec 06. 2021

MZ 세대 ‘조각 투자’…그 조각들은 어디에?

1000원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일명 소액 투자, 소수점 투자, 조각 투자라 불리는 투자들이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각 투자를 정의해본다면 ‘개인 투자가 쉽지 않은 고가의 자산들을 지분 형태로 쪼갠 뒤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000원부터 몇 만원 내외의 적은 금액으로 투자를 할 수 있어, 모아 놓은 돈이 많지 않은 MZ세대 입장에선 또 다른 투자 기회일 수 있다. 

투자 대상도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음악 저작권, 미술품, 강남 빌딩, 한우, 페라리 슈퍼카, 롤렉스 시계, 로마네꽁띠 와인, 에르메스 백, 운동화, 국내 영화·드라마·웹툰 같은 콘텐츠, 해외 비상장 스타트업 주식 등으로 파블로 피카소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살아 있는 생물까지 다양하다. 앞으로 더 기발한 투자 대상들이 선을 보일 듯하다. 지금까지의 투자 수익도 적지 않아 관련 시장은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투자 대상으로 문제 없을까

이렇게 조각 투자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투자 대상으로 과연 괜찮은 것일까. 

돈을 누군가에게 맡길 때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돈을 맡긴 곳이 도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돈 관리를 잘하는 곳인지, 투자 대상이 지금은 수익률이 높다고 하지만 지속적인 수익 발생은 가능한 것인지, 원할 때 언제든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는 있는지 등 말이다.

먼저 투자자 보호 관점이다. 가장 쉽고 편리하게 돈을 맡기는 곳은 1금융권인 은행을 비롯하여 2금융권인 새마을금고, 신협, 저축은행 등이다. 돈을 맡기는 입장에서 이들은 100% 안전한 곳일까? 아니다. 간간히 부도도 발생했다. 그렇기에 2금융권은 물론이고 1금융권인 은행도 예금자보호법을 따져가며 예치를 한다.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는 곳은 금융기관이 도산을 해도 5000만원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회수할 수 있다. 최소한의 투자금이 법으로 보호가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조각 투자 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는 이러한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금액이 없다. 



투자한 조각들은 어떻게 보관되나

주식을 예로 들어본다. 주식 투자는 증권회사를 통한다. 투자자가 매입한 주식은 누가 보관하고 있을까? 증권회사가 보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투자자가 매입한 주식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보관한다. 증권회사는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일종의 시장일 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증권의 보관과 권리행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증권회사가 주식 매매와 보관을 겸한다면, 견제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증권회사가 주식 보관 업무를 겸 한다면, 주식을 보관하고 있다고 하면서 다른 곳에 팔아버린다 해도 투자자들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증권회사는 주식 매매 업무만 할 수 있고 보관은 못하도록 법적으로 금지했다. 대신 제3의 기관, 즉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보관한다.

반면 조각 투자 업체들의 견제 시스템은 없다. 매매와 실물 보관 및 관리를 조각 투자 업체가 모두 하고 있다. 실물은 보관하고 있는지, 투자한 고가품들이 진품은 맞는지, 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투자자는 알 길이 없다. 업체가 알려주는 정보에만 의지할 뿐이다.  

또 현금으로 교환 가능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다. 오늘은 인기이지만 내일은 아닐 수 있다. 살아있는 생물은 품질이 균질하지 않을 수 있고, 지금은 인기이지만 그 인기가 사라졌을 때 살 사람이 없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소유권 행사도 어렵다. 말하자면 기획 부동산의 지분 투자처럼 내 것만 처리할 수도 없다. 미술품에 투자했다면 많은 조각 중 내 것이 어느 부분인지 표시도 없을 뿐 아니라 조각내서 팔 수도 없다. 


 

조각 투자 업체들은 검증된 기업인가

코스피나 코스닥시장은 객관적으로 정한 기준에 의거 검증된 기업들만이 진입할 수 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그러나 조각 투자 시장은 누구나 설립 가능하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설립 기준이 없고 진입 장벽 또한 사실상 없어 후발업체들이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구조다. 조각 투자 플랫폼들이 자산 운용 노하우나 내부 시스템 등은 잘 갖춰져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 신생업체들이라 알아보기도 쉽지 않다. 

조각 투자 플랫폼 대부분은 ‘통신 중개업자’다. 자본시장법상 금융사업자로 등록한 곳은 거의 없어 다수가 금융규제 밖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조각 투자 업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자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사고가 나면 결국 피해는 개인투자자에게 돌아온다. 

조각 투자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많기에 투자 대상으로서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물음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위험도 살펴 보았으면 하는 면들을 나열했다. 아직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시장이다. 그것은 투자자 스스로 모든 것을 챙겨야 하는 시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단돈 1000원의 소액 투자라지만 소중한 자산임에는 틀림없다. 투자를 할 땐 기본을 먼저 생각하고 합리적 의심은 가져 볼 필요는 있다.


이글은 <topclass>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topclass.chosun.com/topp/view.asp?Idx=906&Newsnumb=202111906&ctcd=C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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