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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좌라니...

어린 왕자

by 유자차

어린 왕자를 읽기 전 즉 현재의 나다.

살면서 어린 왕자를 읽어본 적이 없다. 꼭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대학교를 지나 대학원까지 와서 과제에 섞여있는 어린 왕자를 읽게 되다니 참 민망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 마저도 어린 왕자를 책으로 읽을지 전자책으로 읽을지 고민하고 있었고, 폰으로 검색하던 중 웃픈 상황이 생겼다 '어린 왕자'를 검색하려고 눌렀는데 손가락이 '어린 왕좌'로 검색해 있었다. 한글을 몰라서도, 어린 왕자를 몰라서도 아닌데 사람들이 다 본다는 자극적인 영상들의 미드, 영드를 따라다니다 보니 미드의 '왕좌의 게임'같은 영상물이 머리에 익숙해진 탓이라고 생각해 본다.

왜 손가락은 왕좌로 검색했을까..?


읽고 나서


먼저 어린 왕자가 주인공인줄 알고 있었지만 (어린 왕자의 시점에서만 시작되고 끝나는 책일 줄 알았다.)

나라는 존재가 따로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 '나'라는 존재에게 설명으로 시작되고 어린 왕자를 만난 후 어린 왕자가 하는 행동 얘기들이 읽는 내내 내 자신에게 물어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물어봤으면 어떻게 답을 했을까?' 또 마찬가지의 생각이지만 '나와 대화가 가능했을까?' 물론

현실적인 생각으로는 순수한 아이의 질문에 답으로 받아줄 수 있긴 할 텐데 깊은 공감과 이야기에 동화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이미 책에 나오는 '나'라는 존재처럼 어릴 적 보아뱀에 대한 크고 재미난 상상력을 가진 '어린 왕자'의 시기가 지나가 버린 것 같지 않을까 싶다.

어린 왕자가 지나쳐간 행성의 왕, 사업가, 허영심 많은 이, 술 마시는 이, 지리학자, 불 켜고 끄는 이 까지 통틀어 현재의 우리 모습을 비꼬는 듯 이 얘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언가에 열중하는 이들 또는 부끄러운 현실에 잠깐 도피를 하는 술 마시는 이 까지 어른이 된 내게는 차가운 슬픈 현실 같고 내 마음 깊숙이 와닿는 얘기들만 하는 이들 이였다. 특히나 매일 불을 켜고 끄는 이는 우리의 잘 살아야 한다는 명령 아닌 명령에 의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과 많이 닮은 것 같다. 그 글을 읽고 어린 왕자의 시점에서 보는 '어른들은 이상해' 보다 '어른은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우리 모두 어린 왕자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별에서 왔다는 게 아닌 사물이나 어른들의 틀에 박힌 사고들을 깬 (어른 들은 이상한 것 같아. 왜 이게 중요하지 않지?) 생각들을 다들 하고 살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인생에서 눈에 보이는 중요한 목록만 체크하게 되고, 정작 중요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킵(Skip)하게 되어 가 살다 보니 어른은 됐지만 어린 왕자처럼 순수함과 중요한 것들은 잃어버린 게 아닐지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시간은 지나갔지만, 아주 느리게 시간이 흘러감을 느꼈다.


여우가 길들여지는 것에 대한 기다림 마저도 같이 느껴진 것 같았다.


특히나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넌 내게서 좀 떨어져서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말이란 오해를 만들어 내는 근원이니까.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이 부분에서 시간의 중요함, 긴 시간에 대한 보상이 기분 좋은 간지럼 같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 이렇게 처음 글을 쓴 후 작가발행을 5년 넘게 지나서야 신청하고 이제야 글을 다시 읽고 올린다.

누군가에게는 이게 무슨 개소리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글이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중요하게 생각된 글이라 누군가의 의견을 듣고 휘둘리고 싶지는 않다.

물론 나도 위 글들을 읽으며 나는 저 때 무슨 뚱딴지같은 글을 쓴 건가..?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수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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