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예지 Mar 13. 2022

신혼집을 보러 다닌 날

이미지로 읽는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 6


"그런데 사장님. 이 집엔 누가 살고 있어요?

살림 짐이 꽤 많은 걸 보니 식구가 많은 것 같아서요."

목이 갑갑하게 죄어 왔고, 숨통을 트고 싶어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아, 여기. 신혼부부가 산다고 들었어. 애가 하나 있다던가, 없다던가.아무래도 애가 생기면 짐이 많아지니까, 뭐.

돈 모아서 이사를 간다고 하더라구?"

"아... 그렇구나. 그런데 거실에 창문이 없네요."

"어, 그랬나? 창문이 없나?"



는 창문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부러 이 집의 단점을 부각하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거실에 잠자코 서서 창문이 없는 집에서 살았을,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신혼부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들에게도 이 집을 얻기까지, 창문이 없는 거실이 있는 집을 선택하기까지 말 못할 고충의 나날이 있었을까?



그 집을 선택한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선택하지 않은 것 또한 나의 잘못이 아니듯.


------

글/이미지 출처 :

꿈꾸는인생(@life_withdream )

https://www.instagram.com/p/Ca_9y--rqv-/?utm_medium=copy_link



매거진의 이전글 살구 밭에 딱새가 날아든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