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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예지 Sep 23. 2024

염치없이 맛있는, 알아서 더욱 무서운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속 "잡곡미숫가루"


염치없이 맛있는, 알아서 더욱 무서운

잡곡미숫가루는 과연 맛있었다.

'맛있다'는 표현만으로는 어쩐지 부족할 정도였다.

구수했으며 깊었다.

눈을 감고 한 잔 마시자,

햇볕에 바짝 건조된 곡물에서 날 법한 은근한 향이 입안에 묵직하게 감겨왔다.



해소되지 않는 감정까지 한데 뒤섞여

안 그래도 염치 없는 년을

더욱 염치없게 만드는 맛이 있다면 바로 이런거겠지 싶었다.


아는 맛이라 슬픈,

아는 맛이라 두려운,

아는 맛이라더 더욱 무서운

햇살의 맛을 찬찬히 음미하여

다시 한 번 눈을 질끈 감았다.


/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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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기다렸던 것 같은데,

하룻밤새 급격히 와버린 가을 탓일까.


식어버린 찻잔을 바라보는 오후.


바쁜 틈 바늘 같은 틈을 내,

가을의 묵직한 햇살을 헤아리며

(5종) 잡곡미숫가루의 원재료를 뒤적뒤적 말리고 있을  엄마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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