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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예지 Sep 13. 2024

가장 깊고 아픈 미끼를 문 것처럼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속 "오징어숙회"




결혼 전, 아주 가끔 아빠는 그런 말을 했다.

"아빠는 너희들 곁에서 영원히 살아주지 못해. 알지?

그래서 꼭 결혼해야 한다는 게 아니고, 그저 너희들

옆에 좋은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그 말이 어쩐지 '결혼하라'는 엄마의 말보다도

더욱 깊고 아픈 미끼가 되어

내 가슴에 콕 박혔다.





그것을 알면서도 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줄곧 고민했던 나는,

그때마다 한 마리의 동해 오징어가 되어

깊고 아득한 바닷속을 유영하는 꿈을 꾸었다.

그 꿈속에는 언제나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한

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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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연휴 시작인 오늘,

아빠의 생신이어서 하루 일찍 본가에 내려 왔다.

매번 연휴 직전 주중에 걸쳐 있었던 터라

제때 챙겨드려 본 적이 거의 없는 아빠의 생신.


밭은 열기를 뿜어내는 소고기육개장 한 솥,

그리고 (오징어숙회) 아닌 문어 한 마리,

그리고 막내 사위가 선물한 영광굴비를 구워

 아빠의 생신상을 차렸다.


메인 셰프는 엄마,

그 곁에서 나는 육개장의 국물 간을 맡았다.


그저 소박하게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
말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한 끼의 식사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

식구란 그런 것이 아닐까.


아빠, 사랑해요.
생신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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