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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운진 May 01. 2018

두 한식 브랜드의 엇갈린 운명

브랜드를 확장하되, 정체성을 잃어선 안된다

이 글의 구성


- 놀부가 '놀부'했다

- 놀부는 한때 성공한 한식 브랜드였다

- 본그룹은 지금도 성공한 한식 브랜드다

- 놀부는 어디로 가야 하나?


3 Keywords & 한 줄 코멘트


브랜드, 놀부, 구심점


브랜드 확장에 있어, 구심점을 잃어선 안된다



놀부가 '놀부'했다


출처. 중앙일보(http://news.joins.com/article/16908772)


 이스라엘에 탈무드가 있다면, 한국엔 흥부와 놀부전이 있다. 놀부는 흥부가 제비다리를 고쳐주고 팔자를 고친 모습을 보게 된다. 놀부는 그 날로 제비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리고, 고쳐준다. 이윽고 제비는 흥부한테 갖다 준 거처럼 놀부에게도 씨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 일 이후 놀부의 가세는 기울게 된다.


출처. 밥상머리뉴스(통계) http://bapsangnews.com/article/5adfc8a19ce8d84169201380

 끝없는 욕심으로 파멸에 치달은 놀부처럼, 대표 한식 브랜드 ‘놀부’도 과거의 명성을 잃고 추락하고 있다. 추락의 중심엔 미국 사모투자회사 모건스탠리 PE가 있다. 2011년 모건스탠리 PE는 창업주 김순진 회장의 지분 90.44%와 그의 딸인 정지연 부사장의 9.56%를 1200억 원(지분 100%)에 매입했다. 창업주가 일선 은퇴를 고민하고, 공격적인 해외진출을 위한 자금 확보 및 해외 네트워크를 필요로 했던 놀부에겐 기회였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 극대화라는 모건스탠리 PE의 기업가치에 있다. 그들은 지속 가능한 건강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단기간에 규모를 키워 값어치를 인정받고, 다른 기업에게 브랜드를 파는 것이 목표다. 이렇다 보니, 모건스탠리는 전문경영인을 통해, 브랜드 확장으로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했다. 카테고리 확장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킨다는 전략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인 구심점을 벗어난 확장이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인수 후 놀부가 인수-런칭한 브랜드는 (벨라빈스커피, 옛날통닭) 등 한식과 관계없이 '꾸준히 잘 팔리는 제품'이다. 결코 보편적인 한식 브랜드로 인식이 되어오던 놀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걸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샘표의 흑역사인 샘표 커피다. 검은 물이라고 다 같은 검은 물이 아닌 것을.



놀부는 한때 성공한 한식 브랜드였다


출처. 놀부 공식 페이스북


 지금의 우왕좌왕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놀부는 성공적인 한식 브랜드다. 무려 30년이 됐다. 놀부는 신림동에서 12평 크기의 놀부 보쌈으로 시작했다. 당시 한식은 대우받지 못했다. 한식은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식사보다는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이란 인식이 강했다. 비위생적인 환경과 레스토랑 같은 다른 매장들과 달리 불편한 서비스 때문이었다.


출처. 놀부 공식 홈페이지


 때문에 놀부는 이런 문제에 답을 내놓았다. 바로 한식의 표준화와 대중화이다. 복작복작한 시장 한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먹는 한식이 아니라, 놀부는 위생적이며 표준화된 매장에서 한식을 제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가족단위 고객을 집중 공략했다.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한 1980년대의 상황에 맞춘 타겟 설정이었다. 90년대 들어 놀부는 보쌈을 넘어,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부대찌개&철판구이로 브랜드를 확장한다. 외에도 놀부 솥뚜껑 삼결삽 등 한식을 고급화하기보단, 표준화하고 대중화하는 전략을 지속했다. 놀부는 가족과 함께하기 좋은 한식 브랜드로 인식됐다. 그 결과 어느새 놀부는 12평짜리 매장에서 1200억 원의 가치를 가진 대표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이 됐다.



본그룹은 지금도 성공 한식 브랜드다


출처. 2017 본그룹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놀부와 비슷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본그룹(본아이에프)다. 본그룹은 '죽'이라는 한국의 일상음식을 대중화해 성장한 기업이다. 어느 누구도 죽을 팔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 이들은 세상에 본죽을 내놓았다. 죽을 보편화하고 대중화했다는 점에서 놀부를 오버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놀부는 휘청거리고 있고, 본죽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두 한식 브랜드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한식을 한식답게; 브랜드의 구심점을 더욱 엣지(edge)하게
변화에 발맞춘 카테고리 확장; 본죽 -> 본죽&비빔밥 -> 본도시락

한식을 한식답게; 브랜드의 구심점을 더욱 엣지(edge)하게


출처. 2017 본그룹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놀부는 한식을 대중에 소개하는 것에 정체되어있는 반면, 본죽은 한식을 가장 한식답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먼저 본아이에프를 들여다보면, 본죽을 통해 본아이에프는 '사랑을 담은 정성'이라는 브랜드 감성의 구심점을 갖고 있다. 죽을 끓이는 동안 한눈을 팔면 냄비 바닥에 눌어붙게 된다. 때문에 죽을 꿇이는 동안은 절대 눈을 떼선 안된다. 그리고 '죽'이 갖는 본질적 이미지가 아픈 사람을 위한 음식이다. 정확히 말해, 죽은 사랑하는 사람이 낫길 기원하는 간절한 사랑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본아이에프는 사랑이 담긴 정성으로 만들어진 한식 브랜드로 인식된다.


출처. 요기요 스크린샷


 사랑이 담긴 정성은 프리미엄 도시락으로 구체화됐다. 도시락 자체의 구색은 물론, 자극적인 맛을 가진 편의점 도시락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와 동시에 한식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도 더욱 공고히 했다. 대표적으로 로컬화된 도시락 메뉴다. 한식을 단지 쌀밥으로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맛과 역사, 배경을 지닌 지역을 통해 그들 제품에 스토리를 부여했다. 이런 모습에서 나는 한식을 가장 한식답게 해석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느꼈다. 놀부 옛날통닭, 벨라빈스 커피을 통해 단순히 제품을 파는 놀부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변화에 발맞춘 카테고리 확장; 본죽 -> 본도시락

출처. 본도시락(좌) 네이버 지도(우)

 과거 놀부는 빠른 경제성장을 하는 상황에 맞춰, 증가하는 외식수요를 잡고자 한식 대중화를 핵심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없다. 2년 전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놀부족발보쌈 익스프레스를 런칭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현재 네이버 지도 검색 결과 한국에 문정점 딱 1곳만이 검색된다. 반면, 본죽은 달랐다. 기존의 죽을 통한 브랜드 런칭이 아닌, 본도시락이라는 1인 가구 타겟 브랜드를 런칭했다.



 대게 1인 가구를 위한 제품이라고 하면, 소분된 1인분을 연상하기 쉽다. 사실 본질은 양을 나눈다는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맞춘다에 가깝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도가 필수적이다. 본도시락이 실제 그렇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묵은지찌개가 있다. 반찬-찌개-밥-김으로 구성된 세트, 찌개-밥으로 된 단품, 찌개만을 팔기도 한다. 본도시락의 있는 메뉴 대부분이 이렇다. 그렇기에 메뉴수가 87개다. 메뉴 자체가 굉장히 많다기보다는 개인의 선택 자유도를 극대화했다.  



놀부는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보다 우선 브랜드를 정리해야 한다. 몇몇 브랜드가 잘 나가던 브랜드도 잠식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손에 놀부가 있는 한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고 보인다. 아니면 놀부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한식의 대중화를 세분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 하이엔드 한식 브랜드

- 가족(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다는 공간으로서 대중적인 브랜드

- 1인 가구와 다양한 취향에 맞춘 세분화된 브랜드


출처. 유튜브 최점례(좌),  삼성자산운용블로그(우)


 하이엔드 한식 브랜드를 런칭한다면, 가장 중요한 건 가성비와 가심비를 어느 정도로 책정할 것인가로 보인다. 가성비는 말 그대로 가격 대비 음식의 품질이고, 가심비는 가격 대비 고객에게 주는 심리적 효용이다. 또 타겟을 누구로 할지, 음식 메뉴를 로컬화할지 등 다양한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번째의 경우, 핵심은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양계장처럼 빽빽한 공간이 아니라, 좀 여유로운 공간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더라도 불편하지 않는 공간을 제안하는 게 어떨까 한다. 현재 놀부 부대찌개&철판구이 1인분을 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메뉴를 없애고 이를 세분화된 브랜드의 메뉴로 편입하는 게 더 좋아 보인다. 브랜드간 카니발리제이션을 막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세분화된 브랜드다. 가장 중요한 건 유통비처럼 간접비용을 최소화하고 고객의 효용을 최대로 하는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다. 나의 경우, 혼자 집에서 시켜 먹을 때 철저히 가성비에 따라 움직인다. 내가 지불하는 금액에 대해 제품은 같은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줘야 한다. 홀이 있는 매장보다는 홀이 없는 매장이 더 나아 보인다. 또 이를 단순히 젊은 1인 가구에 국한시키는 게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증가할 경제력이 있는 노인 1인 가구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보다 경제력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선 구독 모델도 좋아 보인다. 반찬이 됐든 국이 됐든 지속적으로 반찬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이미 존재하는 다른 구독 브랜드처럼 음식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따듯한 한마디라도 더 제공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한다. 이런 서비스는 되려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끌 수 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생각해 구독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서비스는 음식을 판다라니 보단, 고객이 아닌 사람과 소통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사람간의 소통에 있어 진정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놀부가 어떤 행보를 보이든, 지금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댓글을 통해 제가 미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정보를 추가하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본죽은 허위 특허를 통해 점주를 상대로 갑질을 해온 사실이 있습니다. 제 글은 이런 부분을 미화하고 옹호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본그룹의 전략과는 별개로, 권력과 재물로 갑질을 하는 행동은 절대적으로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사실확인을 하여, 하단에 서술하겠습니다. 


http://news1.kr/articles/?2957988


http://news.joins.com/article/1756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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