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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운진 Apr 18. 2018

1500번의 회의로 일궈낸 작은 기적, 가파도 프로젝트

본질과 문화의 결합으로 일군 현대카드의 브랜딩

이 글의 구성


- 가파도 프로젝트는 지키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다

- 지속 가능한 자립만이 가파도를 지킬 수 있다

- 가파도에 현대카드가 내놓은 해답 : 가파도를 가파도답게

- 본질은 기억의 자국이 되어, 영속적인 인상을 남긴다


*많은 이미지와 긴 텍스트로 구성된 글입니다. 2번째 문단인 '가파도에 현대카드가 내놓은 해답 : 가파도를 가파도답게' 문단의 표와 3번째 문단, 마지막 문단을 읽으셔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지키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다



 가파도는 제주도 남단에 있는 섬으로, 마라도와 불과 5km 떨어진 곳이다. 이 곳은 오지 중에 오지다. 그런데 이 곳에 현대카드가 엄청난 비용을 투자했다. 바로 자연생태계의 복원, 섬을 떠난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새로운 경제기반 구축, 문화 예술 공간의 확보와 지역문화 연계를 통해 가파도의 균형 있는 발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가파도 프로젝트는 가파도를 지키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다.



지속 가능한 자립만이 가파도를 지킬 수 있다


1.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

출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도서지역 친환경 관광계획 수립방안에 관한 연구 2012.4

 

 아직 가파도 프로젝트에 대한 분석이 없어, 내 능력선에서 최대한 노력해봤다. 가파도 같은 도서지역의 관광계획은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수립됐는데, 두 방향 모두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골프장-리조트-스키장-대규모 숙박 시설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이다. 이를 위에 제시한 지속 가능한 관광의 개념 관점에서 해석해보자. 먼저 환경적 지속성의 문제다. 이건 자연을 사람이 원하는 대로 재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 생태계 파괴와 같은 심각한 환경문제를 불러온다. 실제로 가파도에도 리조트가 생길뻔했으나, IMF 이후 공사가 중단되면서 흉물 단지로 전락했다. 설령 완공이 되더라도 문제다.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은 거대 자본이 필연적이다. 따라서 완공이 되더라도 지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다.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대기업에 돌아간다. 게다가 이런 시설은 해당 도서지역만의 특수한 사회문화가 반영되지 않은, 단순히 쾌락 중심 공간이다.  따라서 굳이 가파도가 아니더라도 해당 시설이 있는 다른 곳에서 대체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획일적인 경험은 가파도를 방문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지역 고장만의 고유한 문화가 사라진 공간에 관광객은 굳이 오지 않는다.


따라서 과도한 건축개발 대신, 대체 불가능한 가파도의 DNA가 들어간 소프트웨어 중심의 공간이 필요하다



2. 계절적 한계성



 두 번째는 계절적 한계성이다. 가파도엔 청보리 축제가 있다. 4월 초순부터 중순까지 이어지는 축제로, 이 기간에 하루 방문객 수는 수천 명에 이른다. 일시적인 관광객 포화는 가파도의 환경 수용성을 초과하게 된다. 결국 가파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파괴를 불러온다. 그리고 현재 가파도의 사회문화유산을 이용한 콘텐츠는 청보리 축제뿐이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음에도 그 활용이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가파도엔 배가 2시간만 섰다고 한다. 원하는 시간에 들어와 원하는 시간에 나가는, 자유로운 여행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가파도에 마련된 올레길인 제주 올레 10-1 코스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올레길을 한번 돌고 나면 섬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제한적인 시간에 쫓겨 관광객은 그동안 지역민의 주관광수입인 음식점과 소매점등을 이용하지 못했다.


 분명 청보리 축제가 많은 관광객을 불러왔음에도, 단조로운 콘텐츠와 제한적인 현실 조건으로 인해 가파도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가파도에 현대카드가 내놓은 해답 : 가파도를 가파도답게


문제점 정리


 현대카드가 내놓은 해답은 'Back to the Basic'이다

 

1. 먼저 가파도의 본질을 묻다



 이 단계에서 내 머리를 스친 건 CSR의 교과서로 불리는 현대카드 1913 송정역시장 리뉴얼 프로젝트다. (커넥츠 스콜레 - 기보에서 회원가입 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현대카드는 대상의 본질 탐색을 제일 먼저 했다. 이를 통해 현재의 문제점, 차별화 포인트 전략과 강화, 새로운 컨셉을 도출해냈다. 따라서 나도 가파도의 본질에 대한 탐색을 하려 한다. 앞에서 제시한 환경, 사회문화-경제 순으로 진행한다.(농업과 어업으로 1차 산업 중심이기에 경제 부분은 짧게 다룬다.) 사실 인터넷 게재된 정보를 바탕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근거가 빈약할 수 있다.


출처. 현대카드 가파도 프로젝트 공식홈페이지


 우선 가파도는 말했듯 마라도와 함께 우리나라 최남단에 속한다. 구릉이 없어 섬의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0m가 채 안된다. 굉장한 평탄한 지형으로 되어 있다. 섬의 둘레는 4km 정도며, 남-북과 동-서의 길이는 1.4km 정도다. 가로지르면 30분, 해안가를 따라 섬 바퀴 돌면 2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천연자원으로도 유명하다. 170종이 넘는 어류와 100여 종의 패류, 260종의 식물과 204종의 곤충. 여름과 겨울을 오가는 철새를 포함해 총 40여 종의 조류가 가파도에 서식한다.

문화의 다름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청보리 축제와 함께 가파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바다다. 서해안의 인공 양식장과는 다르게 일명 '바다 밭'이라 불리는 50여 개의 천연 양식장이 존재한다. 이는 어민들과 해녀들, 공동의 삶의 터전이다. 바다와 함께 하는 그들의 삶은 바다에 치성을 드리는 할망당과 재를 올리던 포제단에서 느낄 수 있다. 거친 바다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신기한 건, 섬 중앙의 마을 시설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이 청보리밭이라고 한다. 환경에 영향을 받아, 섬주민의 10%는 농업에, 90%는 어업에 종사한다. 그러다 보니 경제의 규모나 다양성면에서 영세하다. 그리고 '에너지 자립 섬마을'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자립-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되어있다 평가할 수 있다.  



2. 가파도를 가파도답게


 지금까지 가파도는 마라도 가는 길에 잠깐 들리는 그 섬에 불과했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그 섬’에서 ‘가파도’로 불릴 수 있도록, 가파도를 가파도답게 만들어다. 바뀐 가파도를 사진으로 만나보자


*출처. 현대카드 페이스북

대부분 지형이 평평한 가파도를 닮은 터미널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한 가파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가파도 하우스 *우측은 가파도 프로젝트 홈페이지 갈무리


가파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저장하고 있는, 가파도의 승정원


가파도의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어업센터


공사가 중단된 폐리조트 위에 지어져 환경보호의 뜻이 담긴 가파도 아티스트 레지던스


 가파도프로젝트의 핵심인 가파도 아티스트 레지던스의 비전

 주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문화 인프라의 조성이 필수적이다.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는 국내외 다양한 예술 분야의 작가들에게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아낌 없이 작업에 몰입할 기회를 제공하는 창작 공간이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아티스트들은 가파도에서 수개월의 시간을 직접 보내며 저마다의 독창적인 표현을 고민하고, 새로운 영감을 충전한 뒤 각자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각 분야 예술가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이 지역은 또 하나의 문화 창작 허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가파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태와 경제 외에 문화라는 또 하나의 축을 세우는 것, 그리고 바다 밖의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풍경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제주도 남서쪽의 작은 섬이 가파도 AiR를 통해 그리는 큰 꿈이다.


*글이 너무 길어져 생략한 부분이 있는데, 가락도 프로젝트는 일본의 나오시마 섬을 벤치마킹했다고 합니다. 또 가파도 아티스트 레지던스같은 경우,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자문을 받아 기획했고, 2020년까지 운영지원을 약속받았다고 합니다.



본질은 기억의 자국이 되어, 영속적인 인상을 남긴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프로젝트 당시 영감의 발견이란 영상에 출연한 현대카드 사장 정태영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정말 많은 글과 영상을 봤다. 그중에서 단연 기억에 남는 건 현대카드 사장 정태영 님의 영감에 대한 영상이다. 정태영 님은 본 문단의 타이틀처럼 말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그동안 그가 현대카드에 가져온 변화와 본질을 대하는 자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저런 문장이 아닐까 한다.


달라진 현대카드 라인업


 정태영 사장이 부임한 이후, 현대카드의 가장 큰 변화는 카드 라인업이었다. 지금도 많은 카드사들이 그렇지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최적의 혜택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빅데이터 속에서 다른 걸 봤다. 하나는 모든 라이프스타일은 두 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1) 혜택을 더하거나 2) 비용을 뺀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무성한 나뭇가지처럼 보였던 현대카드 라인업을 대폭 줄였다. 프리미엄 - 포인트 - 할인으로 말이다. 여기서 멈췄다면, 연말 지자체 보도블록 공사처럼 생색내기 위한 처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갔는데, 바로 문화 콘텐츠를 통한 배타적인 브랜드 마케팅이다. 해외 대스타를 불러 공연을 하는 슈퍼 콘서트, 쿠킹-디자인-뮤직-트래블을 아날로그한 영감으로 제안한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들이 그 흔적이다. 단순히 혜택-비용 중심의 가격 이점을 소비자에게 소구 하는 대신,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뀐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일종의 브랜디드 문화 콘텐츠로 소구 한다. 개인적으로 도산공원 근처에 위치한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에 정말 가고 싶었다. 그 근처를 자주 지나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카드 소지자와 동반 1인까지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즉, 비용을 지불한다고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카드가 있어야만 경험을 할 수 있다.

가치에 대한 새로운 해석, 혜택 그 이상의 현대카드 브랜딩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점과 '경험'을 간절히 원한다는 점에서 마치 '상상 혹은 환상'의 속성을 갖고 있다. 현대카드는 단지 다양한 실존 경험에서 꿈-상상의 영역으로 새로운 경험 패러다임을 제안했다. 따라서 현대카드의 브랜디드 문화콘텐츠는 기억의 자국이 되어, 그들의 브랜드를 우리에게 인식시키며, 영속적인 브랜드 현대카드로 거듭나는 시발점이 된다.



참고 자료 (기억에 남는 걸 위주로 적었습니다.)


현대카드 가파도 프로젝트 공식홈페이지 (gapado.org)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가파도 프로젝트 시행, HMG JOURNAL

현대카드 브랜드 스토리, 이화여자대학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클래스

인구 170명 제주 가파도, 문화 예술이 샘솟는 島다, 서울경제

현대카드는 왜 가파도를 개발할까...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본질경영'

예술의 섬 나오시마, arte365

예술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재생에 성공한 일본 나오시마, froma

에너지 자립, 가파도의 꿈은 이뤄질까?, 한겨례

도서지역 친환경 관광계획 수립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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