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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운진 Apr 02. 2018

빅뱅보다 유병재, B급 감성이 먹히는 이유

취향 존중 사회의 도래


이 글의 구성


- 빅뱅 굿즈 보다 더 잘 팔리는 유병재 굿즈

- B급 감성은 어디서 왔을까?

- 확실한 건 'B급 감성'때문만은 아니다

- 취향 존중 사회, '진정성' & '마이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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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dnswls2000/30



빅뱅 굿즈 보다 잘 팔리는 유병재 굿즈


출처. YGfamily(좌), 유병재 인스타그램, y_eng0210 인스타그램(우)


 최근 YG E-SHOP에서 빅뱅만큼이나 많이 팔리는 굿즈가 있다고 한다. 바로 유병재 얼굴이 프린팅 된 핸드폰 케이스다. 평소 유병재 특유의 B급 감성이 잘 느껴진다. 그의 B급 감성만큼 특이한 건 바로 케이스의 활용이다. 핸드폰을 보호하는 기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케이스 뒤편 프린팅을 얼굴에 맞춰 찍은 사진들이 너무 재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유병재케이스'는 17,000 건을 넘어섰다. 과연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B급 감성은 어디서 왔을까?


출처. 유병재 유튜브

 유병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B급 감성'이다. 'B급 감성'은 주류보단 비주류,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취향이자 문화다. 한 단어로 서브컬처(subculture)다. 미디어와 콘텐츠 속 B급 감성은 취향과는 다르다. 주로 딱딱하고 무거운 사회를 풍자와 해학으로 해석하는 도구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 건 분명하다. 


'B급 감성'은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취향이자 문화다



 취향과 코미디가 공존하는 B급 감성은 어디서 왔을까. B급 감성의 어머니는 A급이다. A급인 주류문화는 항상 비주류 문화를 억압했으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단지 문화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만연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패션은 하나의 상징이었다. 패션은 나를 표현해주는 동시에 하나의 신분적 요소로 소비됐다. 때문에 과거 브랜드는 그 속 철학적 정신과 깃든 의미보단, 로고와 가격표를 통해 명품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김치녀, 된장남처럼 우리의 그릇된 소비문화를 비꼬는 단어들이 등장했다.  그렇다고 명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나는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 명품이 주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명품은 단순히 신분과 부의 상징이 아니다.


 브랜드가 그들의 가치를 바탕으로 투철한 그들의 철학을 보여줄 때, 브랜드는 비로소 명품이 된다


 즉, 백만 원인지 천만 원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의 가치가 얼마나 숭고하며, 브랜드만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지가 명품의 지표다. 프라다와 구찌를 비교해보면 이해가 된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주류답지 않은 주류를 꼰대라 부른다. 이들은 자신의 무리가 아니면 멸시한다. 나아가 주류처럼 되기를 강요한다. 이 때문에 나만의 취향을 존중받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심리적 피로감에 지쳤다. 이 피로감을 사이다가 되어 한방에 날려준 것이 바로 'B급 감성'이다. 그럼 유병재의 인기는 오로지 B급 사이다였기 때문일까?



확실한 건 'B급 감성' 때문만은 아니다

출처. 구글 트렌드

 주류에 저항하는 비주류를 모아 구글 트렌드에 검색해봤다. 위 자료는 2008.3.1~2018.3.31 자료다. 보다시피 2011년 전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구글 트렌드에 검색한 4개의 키워드는 비주류를 대변한다


멸시와 강요, 꼰대 VS B급 사이다, 유병재
타인 중심 관계지향 VS 자신의 내적 성숙, 자존감
현재를 희생하는 저축 VS 매순간 진정한 행복을 위한 삶, 욜로
인터넷 방송은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 VS 대세 직업이 된 크리에이터


 2011년쯤 '유병재'에 대한 검색 빈도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항상 같은 자리를 맴돌던 다른 검색어들도 점점 검색 빈도가 높아져갔다. 즉, 주류-비주류가 아닌 취향-취향으로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변화의 분수령이 2010년대 초반이라는 것이다.


유병재의 인기는 B급 감성이 주는 재미는 물론, 취향의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수용하는 사회적 흐름의 변화 속에 있다

 앞서 꼬집은 과거 명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오늘날까지 그대로였다면, B급 감성은 단지 자격지심, 신세 한탄으로 들렸을 것이다. 취향의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수용하는 사회적 흐름의 변화가 있었기에, 유병재의 B급 감성은 우리에게 먹혔다. 오히려 큰 공감을 불러왔다. 이런 유병재의 모습은 탈춤 속 초랭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초랭이는 하인인데도 불구하고, 답답한 유교 패러다임에 갇힌 양반과 선비의 모습을 비꼰다. 비꼼에서 오는 재미와 본질을 보지 않는 그릇된 사회를 꼬집는 통쾌함을 보여주며, 유병재와 초랭이는 재미-통쾌함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한마디로 유병재는 풍자와 해학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취향 존중 사회, '진정성' & '마이크로'


요즘 내가 복습중인 강철의 연금술사와 네이버 웹툰 덴마 명장면 중 하나인 엉클이 죽는 장면


 다양성이 존재하는 취향 존중 사회는 더욱 '마이크로'해질 것이다. 더 이상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부정하고 숨기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춰진 마이크로 한 취향을 먼저 발견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진정성'을 동반해야 한다. 앞서 명품이 되기 위해선, 브랜드의 가치를 바탕으로 투철한 그들의 철학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사람 생김새가 제각각인 것처럼 브랜드의 철학도 저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어느 분야든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는 존재한다. 바로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본질에만 존재한다.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본질이란, 시대와 상황에 맞춰 본질의 표현방식은 달라지되,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유병재 굿즈의 사례처럼, 마이크로 한 취향과 진정성은 시대를 리딩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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