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의 또다른 모습입니다
학교폭력의 잔인성을 설명하던 한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질문을 던지자 한때 일진이었던 학생이 갑자기 이야기를 하다말고 머뭇머뭇 거렸습니다. 실루엣 처리를 하여 익명을 보장하고자 하는 방송이었지만 마이크를 들고 있던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보였습니다.
그 일진이었던 청년이 받은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런데 , 어떤 계기로 일진 생활을 그만하게 되었나요?'
그의 입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엄마...의 모습을 교무실에서 보게되었어요. 한참 나이어린 선생님께 무릎을 꿇고 빌고 계신 모습을 보고 내가 정말 큰 잘못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죽음을 앞둔 엄마가 나옵니다. 남편의 전처가 낳은 아들을 자신이 낳은 아들보다 더 챙기고 더 아낍니다. 엄마 자신이 같은 경험을 했었기 때문에 그런 설움을 주지 않고 키우겠다 다짐했다 합니다. 아들은 어엿하게 장성하여 군제대를 앞두고 병실로 면회를 왔습니다. 며칠 식사를 못해 힘이 없지만 직접 아들의 군화끈을 매서 보냅니다.
'인생에서 언제 가장 행복했었나요?'라는 물음에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을때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어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커도.. 결혼을 해도 자식은 늘 아이같습니다. 커진 어깨와 길어진 다리속에서도 아장아장 걷던 그 아기가 보입니다.
경찰서 조사실에도, 소년법정에서도 그 아이들이 서게 됩니다. 부모님들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그럴 아이가 아니예요'
학교에 간 그 아이,
사회에 나간 그 아이도
그때 그 걸음마 연습을 하던 아이 입니다.
매 순간순간 걸음마 가르치듯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일러주고 부축해주고 환호와 칭찬을 주었다면 조금 더 행복한 경험속에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늘 한결같습니다. 어느 순간이건 아이를 위해 무릎을 꿇어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런 진심을 아이가 봐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 손자의 아그작아그작 걷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며 안아서 무릎꿇고 걷기 연습을 시키시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암투병중인 당신 관절염의 아픔은 잊고 손자의 상처하나 없는 무릎걱정을 하시는 그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