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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찰언니 Oct 08. 2015

몇 단이세요?

왜 축구, 야구가 아니고 태권도,검도, 합기도인가

경찰 무도대회가 해마다 이맘때쯤 열립니다. 10월21일이 경찰의 날이라 기념하는 의미와 직업특성상 무도를 끊임없이 연마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몇 단이세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경찰은 제복만 입어도 무도 3단의 포스를 풍긴다고 합니다. 실제로 예전부터 올림픽이나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를 특채하여 형사부서에 근무하는 제도가 있어 (중간에 잠시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고 있음), 국가대표급의 엄청난 실력자들도 내부에 포진해 있구요. 채용시 무도 가산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본 1단을 받고 임용되어 교육을 받는 동안 2단이상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검도 5단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젓가락으로 범인을 제압하고 신문지를 둘둘말아 칼과 겨룰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다시 합니다. 그러나... 그렇진 않습니다. 달인의 수준으로 특별한 기술을 연마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말이죠. 잘 모르는 일반인이 볼때  기술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것 같아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무도를 배우라고 하나요?


에너지 발산을 통해 편안한 휴식을 하게 도와줍니다


제가 배우던 검도 선생님은 청소년들이 운동을 해야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아기들도 움직임을 통해 몸의 힘을 빼고나서야 편안히 푹 자게 됩니다. 에너지가 남아있다면 끊임없이 이것저것 만지고 부수고 매달리고... 엄마가 보기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머리는 끊임없이 혹사당하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아서 에너지가 많이 남습니다. 이게 어디로 뻗어나갈지 모르는 것이지요. 성적인 호기심을 발동할 수도 있고,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데 쓸 수도 있습니다.

야구나 축구를 해도 에너지 발산이 되는거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단순히 에너지를 발산하고 체력을 키우는것이라면 어떤 운동이든 좋습니다. 그러면 다른 이유를 또 찾아봐야겠네요.



내공을 쌓게되어 자신감으로 표출됩니다


어떤 사람을 보면 굉장히 자신감있어보이고 씩씩한데,어떤 사람을 보면 어두워보이고 위축되어 보입니다. 타고난 인성의 차이일 수 있지만 무도를 배우며 연마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일부러 그런 자세를 만들어도 풍길 수 없는 그 자신감있는 태도가 나오는 것입니다. 검도를 할때 70대의 노장과 30대의 팔팔한 청년이 시합연습 하는것을 보았습니다. 우수한 체력과 기술을 갖추고도  작달막한 노장을 상대로 쉽게 공격을 들어가지 못합니다. 망설이고 주저주저합니다. 더이상 체력싸움은 아니라는걸 보여줍니다. 수련에 시간이 더해지고 세월이 흐를수록 내면의 강인함이 표출됩니다. 그런 내공은 숨기고 싶어도 나와서 자신을 보호합니다. 굳이 동작을 취하지 않고 기술을 보여주지 않아도 느껴집니다.



호신용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안싸우고도 이길 수 있는 내공을 보여주는게 두번째 이유라면 세번째 이유는 무도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실전이 가능해 진다는 말입니다. 싸워야 할 상황이 생기면 상대를 보다 쉽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헛점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수련을 통해 쌓여가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축구나 야구 그리고 다른 운동은 레벨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잘한다 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무도는 단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면 승단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 다시 시작할때도  내가 보유한 단의 실력에 맞게 꾸준히 노력하게 됩니다. 상대에게도 인정받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다시 다음 목표로 나아가게 됩니다. 무도의 승단은 끝없는 성취욕을 자극해 자신을 단련하게 합니다.


이래저래 장점을 수두룩하게 적어본 이유는 혹시나 학교생활에서 폭력피해를 당하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 그리고 너무 천방지축으로 설치며 다니는 아이들에게 장래를 위한 보험처럼 꾸준히 무도를 연마하게 하십사 하는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태권도장에서 유도장에서 검도장에서 합기도장에서... 상대를 이겨보지 못할지라도, 무도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지 않더라도, 공부할 시간조차 모자란다 생각들어도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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