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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찰언니 Feb 24. 2016

'냄새' 새로운 증거에 도전하다

드라마 시그널 재미있게 보기

3D 영화관에서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것이 식상해 질 즈음 4D영화가 나왔다. 음식의 냄새까지 흘려보내주어 더 리얼한 체험을 하게 해 준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연쇄살인범의 집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극중 차수현 형사가 기억을 되살리는 장면에서 '차가웠다' '물방울 소리가 났다'라는 진술에 이어 '시궁창 냄새가 났다' 는 말을 하며 또 다른 수사의 단서를 제공한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그 집 주변을 탐문하던 중, 시궁창냄새와 빛의 방향을 통해 그날의 잊고싶었던 기억의 순간을 떠올리며 확신을 한다. 이 집이다....


냄새는 남들에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일종의 취향과 경험이 바탕이 된, 다분히 개인적인 소산물이라 증거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똑같은 향수의 향기를 맡고도 '달짝지근하다, 풀향기이다, 살짝 싱그러운...' 너무도 다양한 표현이.나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그 사람외에는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피해자들의 기억을 상기시켜 수사의 단서로 활용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인간의 감각중 다른 감각들은 다른 계통(시상)을 거쳐서 뇌로 도달하지만 후각은 바로 뇌에 도달하여 여과장치 없이 기억이 된다고 한다. 바로 뇌에  저장이 되기 때문에 냄새를 통해 당시의 기억들을 바로 떠올리는게 가능하다고 한다.


프루스트 현상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의  잃어 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의 냄새를 통해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과거의 특정한 냄새를 맡으면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 한다.

실제로  미국의 헤르츠박사는 사람들에게 사진과 특정 냄새를 함께 제시했고 이후에 사진을 빼고 냄새만 맡게 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냄새를 맡게 했을 때가 사진을 보았을 때보다 과거를  더 잘 기억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냄새의  증거활용 분야는 과학수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구가 진행중이다. 스태포드셔대학의 범죄과학수사전문가인 앨리슨 데이비슨교수 연구팀은 범죄 현장에 남겨진 향수, 비누 냄새를 분석해 범죄자를 검거하는데 도움이 되는 냄새 프로파일(scent profiles​)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며, 우리나라의 경찰 과학수사센터에서도 전자코를 활용한 냄새증거수집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냄새 자체가 직접 증거가 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억을 떠올리고 수사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이라면 냄새는 충분히 자신의 할일을 다하고 있다.


차수현 형사에게 범인의 멱살이 딱!! 잡혀들어가기만 하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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