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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찰언니 Feb 22. 2016

스누핑과 프로파일러

드라마 시그널 재미있게 보기

'형사님의 책상을 스누핑해보면 잔뜩 쌓아둔 서류는 신경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제대로 처리하는 일이 없다고..'


 또 다시 경찰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거기다 경찰의 꽃이라 불리우는 형사와 셜록 저리가라를 노리는 프로파일러의 조합이다. 거기다가 첫회부터 스누핑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물건만으로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


스누핑이 도대체 뭐길래?

스누핑을 알고 싶다면 샘고슬링의 스눕이라는 책을 보면 도움이 된다. 스누핑이라는 것도 샘교수가 처음 명명한 기법이다. 원래는 심리학에서 내담자의 물건이나 방의 상태를 관찰하여 심리상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탄생한 기법이었다고 한다.

 

굳이 스누핑이 아니더라도 셜록홈즈 이야기를 보다보면 셜록의 신기에 가까운 때려맞추기 실력은 주변을 살피고 기억하는 세밀한 관찰에서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스누핑 역시 어느 정도 이미 활용되어 온 기법을 정리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셜록홈즈 시리즈 중 보헤미안의 추문에 보면 왓슨이 답답한 마음에 셜록에게 대놓고 묻는다

자네와 나의 차이가 뭐지?

셜록의 대답은

'우리가 매일 오가는 이 집, 베이커가 223번지' 현관에서 이 방으로 올라오는 계단은 자네도 수없이 봤겠지?'

'물론이지'

'몇번이나 봤을까'

'수백번은 봤겠지'

'그럼 계단 모두 몇개인지 아는가?'

'계단수?????'

 

어이없어 하는 왓슨에게 홈즈는 보는것(See)과 관찰(Observation)의 차이를 알려준다.  바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눈으로 보고 스쳐지나가는건 '본다' 라고 하지만, 사소한것 하나하나 흥미를 갖고 보는것을 '관찰한다' 라고.  관찰이 바로 스누핑의 기본인 것이다.


시그널에서 극중 이야기이긴 하지만 경기남부 살인사건을 단 3회만에 해결을 하는 쾌거를 보여준다. 그리고 프로파일러 박해영이 단서를 찾아 사망자의 집을 스누핑한다.

'피해자는 정리를 잘 하지 않아요. 평상시 입던 옷을 찾아 봐야 해요'

그리고나서 바로 차표를 찾아낸다. 이런게 바로 스누핑의 묘미이며, 프로파일러만의 특기가 아니라 현장을 조사하는 모든 형사와 경찰에게도 필수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중고등학생들의 로망 프로파일러

모 검색사이트에 보면 어떻게  하면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 질문이 많다. 대한민국 경찰의 프로파일러는 대부분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심리학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분들이다. 최근 범죄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하는 대학도 있지만, 범죄심리학 역시 세계적으로 볼 때 완전히 분화되지 않은 분야이며 아직 학계에서는 막 태어난 아기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사회심리학, 이상심리학 쪽과 관련이 깊다.


막상보면 한국에서의 프로파일러의 역할은 산넘어 산이다. 프로파일링의 기본은 광범위하게 축적된 자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프로파일러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않아 한국형 자료 유형화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건에서 정말 눈부신 역할을 해준것은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일념 때문일 것이다.


'저의 프로파일링은 사건이 해결된 후에 보면 허황되고 짜맞추기식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딱 맞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냥 사건 수사에 참고자료 정도로 들어주십시요'

시그널에서 박프로는 갑자기 저자세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머쓱해진 형사들도 경청하기 시작한다.


잡고보면 비슷하긴 하나 프로파일링을 단서로만 하여 범인을 잡는건 정말 힘들다. 독신에 20대후반의 남성, 키는 170정도...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이다.


그런데 찾아낸다.드라마 뿐만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대한민국 형사들은 정말 대단할 따름이다. 점점 대한민국의 프로파일러들이 프로가 되어간다. 시간이나 역사는 중요하지않고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철철 넘치는 프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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