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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찰언니 Feb 05. 2016

부모라면 언젠가 무릎을 꿇을날이 온다

비행기를 탔습니다.

아직 돌이 안된 아이를 데리고 타는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미 서너번이상 탔고, 잘 자주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비오는 날씨에 해는 져서 캄캄하고, 구름위로 올라가던 비행기가 기류변화로 흔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는 자지 못하고 결국 칭얼대며 울고 짜증내기 시작했습니다. 달래며 물먹이며 20 여분을 거의 버텼지만, 다시 소리지으며 울기시작하자 진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눈을 감고 자는 분위기에 쩌렁쩌렁 울리는 아기 울음... 입을 막아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같이 울고싶은 기분이 든 그 순간..


구원병이 나타났습니다.

뒤에 앉은 초등학생 누나 두명이 손으로 눈을 가렸다가 떼면서  ' 까꿍!'

옆에 앉으신 아주머니께서  '우쭈쭈쭈'

건너편 할머니께서도 '아이고 아기가 힘들구나~'

앞자리의 아저씨도'물 먹이면 좀 괜찮아져요'


눈물이 날 것같은 위로와 도움들.

미안하고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꾸벅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주위의 도움이 필요없을 것같은 사람도 자식때문에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무릎을 꿇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라고 조언을 해주십니다.


 소년 법정의 풍경도 비슷합니다. 전교 상위권을 달리는 선생님들에겐 모범생인 녀석이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고 돈을 상납받다가  법정에 섰습니다. 부모들 역시 '설마 내새끼가'하는 마음을 갖다가 그 자리에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무릎을 꿇습니다.

'제발 선처해 주세요'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던 학생이 마음을 바꾸고 새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엄마가 나 때문에 선생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어요'

 

예상치 못하게 자식 때문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자식 잘 되라고 뭔들 못할까 하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혹시 자식에게 미안하다고 무릎을 꿇어본적이 있으신가요?


어쩌면 한번보고 말 다른 사람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 일입니다. 정말 무릎을 꿇을 일이있다면 내 자식에게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부모가 잘못했다면 미안하다고 진심을 담아서 마음을 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화나서 너를 때렸구나,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엄마라고 다 잘 아는 건 아니야. 오해해서 너를 다그치게 되었구나. 정말 미안하다'


내가 나 혼자 처신 잘 하고 다니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일에 전혀 관심을 안 갖는것도 문제입니다. 누군가가 골목에서 맞고있는걸 모른척하고 간다던지, 폐기물을 바다에  버린다던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맞고있던 그 아이가 내 아이일 수 있고, 버린 쓰레기가 돌고 돌아 가축이나 농작물이나 물고기를 통해 내 아이의 입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부모라면, 부모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누군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날이 오게 됩니다. 그 때를 대비해서 미리 공덕을 쌓아두는 건 어떨까요. 잘못을 저지르거나 실례되는 행동을 하게 된 나에게 '상대가 이렇게 해주었으면 이 상황을 잘 넘기고 다신 그렇게 하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면, 평소에 남에게도 그렇게 관대하게 대해준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그런 당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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