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집 구하기
서울에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여러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나는 기가 죽었다.
내 인생 처음 가장 큰돈이라 생각했던 보증금은 서울에서 자취방 하나 구하기 어려운 작디 작은 금액이었다. 안전하고, 쾌적하고, 편의시설이 주변에 있고, 적정한 가격대의 집을 찾기란 가진 돈으로는 어려웠고 가격대 맞는 집을 보러 가면 아쉽기만 했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100% 만족하는 집을 찾긴 어렵다' 그 말뜻을 자취방을 구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부동산을 방문하며 가장 서러웠던 말은 '그 예산으로는 이런 집도 구하기 어려워요', '손님 가시면 바로 다음분이 이 집 보러 오기로 되어있어요, 빨리 결정하시는 게 좋아요'의 말들이었다. 나를 돈으로만 보는 말들..
언덕 골목 맨 위에 위치하고 있고 곰팡이 냄새가 나고 습한 방환경, 도배장판도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햇빛이 들지 않던 방. 이게 최선이라니. 맘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던 나에게 덧붙인 말은 '그래도 집주인은 좋아요'. 이 집이 최선이라는 부동산 말에 얼마나 낙담을 했는지 모른다. '이 집이라도 잡아야 하나..' 서러웠고 막막했다. 누구라도 붙잡고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제발 이 넓은 서울 땅에 나하나 편히 쉴 수 있는 집 좀 찾아달라 소리치고 싶었다.
예산도 예산이었지만 한 가지 더 외로웠던 것 중 하나는 '계약 안 하게 생겼네'라는 느낌이 내게까지 전해지던 때였다. 집을 둘러보고 내 반응이 심심치 않으면 '이 정도면 좋지 않아요?' 퉁명스럽게 내뱉는 분들도 많았다. 애 혼자 집을 보러 다녀서 '날 얕잡아보는 건가? 무시하는 건가?'라는 생각들이 들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될 말이었을 텐데. 그때는 당하지 않기 위해 눈뜨고 코베인다는 서울에서 살아가기 위해 온갖 털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니 모든 말들이 가시같이 내 마음에 박혔던 거 같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새 집을 구하기 위해 사이트를 뒤지고 연락을 하고 집을 보러 가고 주말에도 쉼 없이 집을 구하기 위해 혼자 고군분투를 했다. 보증금을 계산하고 고정비를 따져보고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 가격인지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거주하고 있던 쉐어하우스 계약기간이 도래하고 있어 연장을 할지 말지를 정해야 했고, 인턴으로 근무하던 곳에서 정규직이 될지 말지 아직 통보받은 게 없는 상황이었고, 모아둔 생활비와 보증금은 한계가 있었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던 때였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세상을 모르는 나는 물어볼 곳이 없어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답변에 기대어도 보고 누군가의 선심을 바라곤 했다. 그렇게 이것저것 재보고 고민만 하다 하루를 다 보내곤 했다.
그러다 마음에 집을 발견했다. 누가 그러더이다 내 집이 될 곳은 처음 들어가자마자 온기가 감싼다고. 그 집이 그랬다 어지럽혀져 있고 좁은 공간이었지만 문을 들어서자마자 온기가 느껴지던 공간이었다. 나는 그날 바로 그 집을 계약해야겠다 결심하고 그 집에서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집을 결정하고서도 계약서에 이상은 없는지 집에 하자는 없는지 살펴보고 신경을 쓰느라 에너지를 얼마나 썼는지 모른다.
당하지 않기 위해, 나를 지키기 위해 나는 예민했고 무서웠고 힘들었다. 혼자였기에 나는 메말라갔다. 상세히 그때 일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안쓰럽고 위태로워 보여서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