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기 한 달 전이면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스타벅스에 들려 신년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것이다. 아직 E-프리퀀시를 끈질기게 차곡차곡 모아서 현명한 소비를 해본 적은 없다. 주로 생일 선물로 받은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한데 모아 새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데 사용한다.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일은 나에게 일종의 신년 리추얼과 같은 행위다.
두렵지만 주먹 불끈 쥐고 다시 나아가야 할 때,
괴롭지만 먼지 털듯 툭툭 떨쳐내고 다시 일어서야 할 때,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의식처럼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다이어리 쓰기'다.
종이 위에 계속해서 뭐라도 끄적이다 보면 혼란스러운 감정이 정리되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글을 쓰는 이유도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유독 나의 존재감이 희미해져간다고 느낄 때면 다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넓디넓은 세상 속 티끌 같은 나의 존재감을 글로 써서라도 세상에 선명히 새겨놓고 싶기 때문이다.
"나 여기 있어요. 나 같은 사람이 여기 살고 있다고요. 나 좀 위로해 주세요. 끝끝내 나의 세계를 지킬 수 있게 나 좀 응원해 주세요."
어떤 사람들은 개나 소나 책 쓰는 시대라며 글 쓰는 일을 폄훼하기도 하고, 돈도 안 되는 일에 시간을 허비한다며 나무라기도 하지만 나의 존재감을 비추는 일만큼 당사자에게 또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에 닳는 하루를 보내는 날이면 끄적이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아마도 세상 속 나의 존재감을 어떻게든 확인받고 싶어 하는 안간힘일 것이다.
'나'라는 이상한 존재가 세상에 아직 현존하고 있어요. 힘든 당신이 '나'의 존재로 인해 조금이라도 안도했다면 나는 그걸로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