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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Jan 30. 2022

착한 선택

 처음 보는 사람들은 늘 나를 오해한다. 화장을 진하게 해도 위협적이지 않은 얼굴 탓에 나에게 상냥한 태도를 기대하는 일이 잦다. 좋은 인상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하지만 그만큼 쉽게 오해받는 인상이다. 마치 착하고 상냥하지 않으면 큰 배신감을 선사할 것 같은 인상이랄까. 안타깝게도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실상 나는 싸움닭이다. 아니다 싶은 일을 잘 넘기지도 못하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도 못한다. 그 싫어함의 정도를 표현하자면 그렇게 사느니 그냥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돈을 번다면 하기 싫은 일이 하고 싶은 일이 되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다.


"00씨는 참 착해보인다. 딱 봐도 좋은 사람 같아."

"00이는 어쩜 이렇게 착하고 얌전하니? 천생 여자네."

"그 집 아들딸은 참 착해. 걱정이 없겠어."


내 첫인상에 단단히 속고 있는 이들의 평가다. 정말 착해야만 할 것 같은 나에 대한 좋은 평가들은 오히려 단단한 족쇄가 될 때가 많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자주 드나드는 큰 집에서 자랐다. 어른 앞에 선 아이는 유독 얌전함과 착함을 강요받는다. 암묵적인 강요를 받고 자란 아이는 유독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조심스러운 아이가 된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준 선택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 아이가 된다. 나는 20대 후반이 돼서야 뒤늦은 방황을 시작했고 그제서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혹시 착한 친구,  , 결혼하기 좋은 연인이라는 평가 때문에 괴로운데도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나를 위한 선택을 연습해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물론 부모, 연인, 아이, 상사를 위한 선택이  보람으로 되돌아올 때도 있겠지만  삶에 행사하는 선택권이 좁아질수록 내가 주인공이 되는 삶은 평생 가지지 못할 테니까  늦기 전에 용기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맛집에 가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마음껏 고집부려 주문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익명으로  소설이나 책을 출간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어느 것이든 시작해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좀 비장할 수 있지만 나는 마음껏 욕심부리며 살다가 후회 없이 가고 싶다. 아직 먼 일이겠지만 말이다. 살다가 후회하는 순간이 올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탓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을 원망하며 보상받지 못할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 내가 받아들이고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이라면 그것이 '착한 선택'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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