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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하루 onharuoff Jun 19. 2023

수해를 입었던 산딸기가 다시 살아났다

집 앞에 바로 하천이 있다. 그리고 도로가 있다. 이사를 왔을 때 냇가 쪽으로 흙무덤이 있었다. 산딸기, 오디나무들과 폐자재가 어우러져 있는데, 비가 오면 그 흙들이 도로 쪽으로 흘러내렸다. 그것이 싫어서 폐자재는 버리고 그곳에 돌담을 쌓고, 절반은 잔디를 심고, 일부는 꽃씨 등을 뿌렸다.

심으면서 땅을 파보니 아래는 온통 돌 투성이었다. 잔디를 심으면서 파낸 돌이 꽤 많다. 일부는 너무 커서 손으로 파낼 수가 없어서 포기하기도 했다. 즉 돌땅이다.


산딸기와 오디나무는 그러한 돌땅에 뿌리를 내려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던 나무였다. 몇 년 동안 잔디는 이 산딸기를 따먹는 분들로 인해서 자라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풍성한 열매를 우리에게 주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 이 하천이 범람을 했다. 하천의 위쪽이 아니라 내려가는 중간쯤이어서 그 무시무시한 물들이 쏟아지면서 냇가에 자리 잡은 나무들도 쓸어갔다.


아침에 보니 그 많은 나무들이 사라졌다. 꺾어진 나무들은 이미 사라졌고, 일부 냇가의 벽에 붙어서 살아남긴 했지만 그 큰 나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화단에 있던 꽃들도 모두 없어졌지만 다행히 잔디는 뿌리를 드러내긴 했지만 살아남았다.

물난리 후 화단을 정리하다 보니 큰 산딸기나무의 뿌리가 화단으로 뻗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봄에 그 뿌리에서 가지들이 새로 돋아 났다. 아직은 작은 가지들이라 얼마나 크겠나 싶었는데, 그 척박한 땅에서도 자라더니 이렇게 열매가 열렸다. 크지는 않지만 익은 것을 따먹는 소소한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나무 이름, 꽃 이름을 전혀 모르던 내가 요즘은 궁금증이 생긴다. 폰을 열고 사진을 찍으면서 이건 무엇일까를 검색해 본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아님 이제야 땅을 쳐다보는 삶을 갖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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