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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하루 onharuoff Dec 03. 2023

청소를 싫어하는 청소업체를 만나다

공포스러웠던 시간

이번 이사한 전셋집은 5년 차 신축아파트였다. 지방의 경우 같은 지역이라도 확실히 구축과 신축의 가격차이가 있다. 우리가 이사하려 하는 때에 전세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는 시기라 집을 구하느라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시세보다 좀 저렴한 매물이 보였다.

부동산에 전화해서 물어보았더니 대출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등기등본상 깨끗함) 집이 너무나 지저분해서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전셋값을 올려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부동산에서 소개를 기피하는 집이라 소개하며, 집을 보러 갔을 때도 세입자가 보지 않는 곳에서 문제가 되는 곳을 다 지적해 줄 정도였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졌고 집은 입주청소를 부르면 되겠다 싶어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집을 다 빼고 난 뒤의 집 상태는 더 처참했는데,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한참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안방 벽지는 뜯겨있었고, 거실 쪽은 낙서와 종이 찢김으로 도배가 필요한 상황, 창틀은 사는 4년 내내 한 번도 청소 안 한 상태, 가스레인지는 폭탄 맞아 있고, 곳곳에 스티커가 붙어 있으며 욕실의 욕조는 시커멓게 때가 한가득 등 5년 신축아파트가 20년 이상 오래된 아파트로 변모(?)해 있었다.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 유치원생 남자아이가 1명이 있는 세 가족이 살던 집이었다.

 

* 아래 사진 혐주의





이런 상황이라 입주청소 업체도 찌든 때 청소비를 추가 요청했고, 현장에서 오케이를 했다. 그런데 처음 상담 때 4명이 와서 청소를 한다는 업체가 달랑 2명이 왔고, 제시간에 과연 끝낼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결과는… 청소를 하기 싫은 청소업체였다.

청소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된 다음에 들어갔는데, 청소를 했다고 이야기한 욕실은 변기 외에 청소가 하나도 안되었으며, 레인지후드도 그냥 닦여 있는 상태였다. 창틀도 먼지만 닦여 있었을 뿐 실리콘(?) 부분은 거의 물걸레로 닦은 정도만이었다. 창틀의 시커먼 부분 청소를 해달라고 했더니 추가요금이 든다고 하면서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비용을 들어 청소해도 다시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돈 들여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냥 창틀의 실리콘을 모두 바꾸는 것이 낫겠다고 한 것이다. 청소 전문가라고 생각할 때였으니 그 말을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좌측이 청소업체에서 청소한 직후이다. 이 상태에서 곰팡이 제거 청소를 해도 소용없다고 했다. 우측은 내가 곰팡이젤 제품을 사서 직접 바른 뒤 닦았고, 한 달 동안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결국 청소업체는 시간을 들이기 싫었던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 작업을 하려면 집안 곳곳 창틀에 약을 바르고 2~3시간 지난 뒤 닦아야 하는데 적은 인원으로 그렇게 하기 싫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좌측의 하나도 안 닦아놓아서 이야기했더니 한번 닦고 그냥 갔다(안 지워진다나….). 그래서 이곳도 나중에 내가 위 곰팡이젤을 살짝 발라서 젖은 걸레로 닦았더니 어느 정도는 닦였다….ㅎ


기본 청소비에 들어가 있던 청소 끝난 후 상태가 좌측이다. 이것은 업체가 가고 난 뒤에 이삿짐 들어오고 나서 밤에 다시 꼼꼼하게 보았더니 안방화장실 샤워기의 비누 받침대 상태였다. 당시 현장에서 기본 청소비 외에 찌든 때 비용을 지불하겠다고(10만 원) 이야기했음에도 이런 기본적인 청소조차 안된 것이다. 거실화장실도 마찬가지 상태…ㅠㅠ,

자기네 기본 청소라 불리는 전등은 아예 청소가 하나도 안되어 있었음. 먼지가 그대로 쌓여 있다는.. 뭐 콘센트 위쪽 먼지도 안 닦은 곳이 많은데 전등을 닦아겠나 싶다.


결국 내가 물에 불려서 1차 청소하고(비누받침대를 뺄 수가 없어서 저 상태로) 유튜브에서 여러 검색을 통해서 구연산 희석액을 몇 차례 뿌려서 청소를 했다. 그래도 안 닦이는 곳은 다시 검색하는 중이다. 전 세입자가 사는 4년 내내 한 번도 청소를 안 했다. 가스레인지도 찌든 때가 그대로 있어서 과탄산까지 담갔다 닦았지만 그래도 안 되어서 추후 몇 차례 더 할 예정이다. 당연히 내 손으로 말이다.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그냥 두었지만 손이 닿는 곳 창틀의 곰팡이는 곰팡이젤을 발라서 거의 깨끗하게 닦아 냈다.


청소업체에 컴플레인을 했고, AS는 거절했다. AS 와봤자 보이는 데만 닦고, 거기는 ‘청소 범위가 아니에요. 돈이 추가돼요’ 소리만 또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청소한 팀장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은 내가 원하는 상태가 원래 새집 상태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나 들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욕조의 경우는 아예 청소가 안되어 있었는데, 청소업체에서 집주인에게 ‘저건 코팅이 벗겨져서 찌든 때가 들어서 안 닦인다. 아예 욕조를 다시 설치해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는데, 85세 아버지가 2시간 수세미로 문질러서 윤이나는 욕조를 만들었다(물론 집주인에게 코팅이 벗겨져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시).

결국은 자기네가 청소하려면 청소시간이 길어지고 귀찮기 때문에 안 한 것이다.

할 수 없는데 돈을 들이지 말라는 것과 할 수 있는데도 안 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입주청소를 끝나고 나서는 청소업체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여러 청소팀을 계약 맺어서 청소하는 업체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데려온 외국인 근로자의 훈련 상태도 엉망이기 때문이다. 돈을 싼 업체를 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여러 업체들에 전화를 해서 평균치의 업체를 선정했으며, 숨고에서 나름 좋은 후기가 많은 곳을 선택한 것이다.

데려온 외국인 근로자는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욕실 청소를 했다고 하는데도 엉망이어서 현장에서 재청소를 요청했더니 청소팀장이 오케이 해서 데려온 외국인 근로자를 팀장이 시켰는데, 그때부터 청소 내내 우리가 지나가면 우리 들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변기를 내치는 등 공포분위기를 형성했다. 우리가 지나갈 때만, 그것도 80 노모와 내가 지나갈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느꼈다면 우리가 지나갈 때 쓱 쳐다보고 난 뒤 ‘에이씨’하고 소리를 지르고, 반응이 없으니 나중에는 변기를 내리친 것이다.

그때의 심정은 저들을 빨리 내 보내야겠다 싶어서 미흡한 청소 부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저 외국인 근로자는 시키지 않으면 멀뚱이 서 있고, 시키면 ‘밥도 못 먹었는데 왜 자꾸 일 시키느냐고 ‘ 씨부렁 거렸다. 집 상태도 심난했고, 청소업체는 공포스러웠다. 요즘 같은 험난한 세상에 칼부림 날까 걱정도 되었다. 청소업체를 빨리 몰아내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울 노모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에 못 들으셨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다 들었지만 혹시나 저 사람이 해코지 할까 봐 아무 말 안 했다고 하셨다. ㅠㅠ


돈을 들여서 시간과 노동을 줄이려 했는데, 돈은 돈대로 들고 추가 청소로 내 노동력이 또 들어간 것이다. 이렇게 버라이어티 한 이사가 끝나고 난 뒤에 정말 넋이 나가버려서 며칠은 나간 정신줄 잡느라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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