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을 함께하는 분들에게 간단한 파워포인트, 영상만들기 등을 시간이 될 때 교육한다. 내 시간을 들여서 하는 무료교육이다. 보통은 몇 번의 기초적 사용하는 법을 강의하고 나면 각자가 연습을 통해서 자료를 만들고 응용하는 단계로 넘어서게 된다. 그런데 파워포인트를 가르쳤던 분 중 2년이 지나도 글쓰기와 지우기를 단계를 못넘어서는 분을 만났다.
당시 매주 1번씩 1:1 교육을 했었는데 매주 리셋이 되어오신다. 배울 때만 컴퓨터를 키고 돌아가서는 노트북 한 번을 안 키고 다시 교육에 온다. 그렇게 3개월을 매주 했으나 똑같은 말을 매번 반복한다. 어떤날은 노트북 자체를 키지 못해서 전원 누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즉 파워포인트 이전 컴퓨터 사용자체가 미숙했다. 주변에 고충을 토로하니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해서 가르치는 방법을 바꿔도 다를바가 없었다. 3개월 후 1년이 되도록 매주는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번 몇 주에 한번씩 강의자료 때문에 그분의 파워포인트 가르치기는 처음과 똑같은 ‘글쓰기+지우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더욱 문제는 본인이 아예 포기하고 못하겠소하면 더이상 가르치지 않겠는데, 교육날만 꼬박꼬박 참석한다는 점이다. 글을 쓰고 있는 이순간 당시를 떠올려도 스트레스가 스물스물 올라온다.
뭐랄까 원하는 결과는 있는데, 그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 대한 노력은 전혀하지 않으면서도 성과를 내기 바라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되었다. 즉 화려하게 파워포인트 사용해서 강의를 하고 싶은데, 그 과정은 배우기 싫고 자료는 매번 고치기 원한다고나 할까?
결국은 이 분을 가르치는 것은 포기했다. 이분은 가—>나—>다—>라 이런 순으로 가르쳤으면 무조건 이 방법만 해야 한다. 같은 일이여도 상황에 따라 가—>다—>라—>나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러면 새로운 방법이라 생각해서 다시 가르쳐야 가능한다. 본인이 그동안 살아온 패턴이 그러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더이상 내 시간을 쓰는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이분을 가르치면서 내 사고도 이렇게 굳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꼭 나이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가르쳤던 분이 60대이시긴 했지만, 80대 이셔도 배워서 본인이 파워포인트에 영상까지 잘하시는 분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분을 보면서 내 사고도 나이가 이렇게 굳어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저렇게 나이가 들면 고집불통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유연하고 깨어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내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나도 외부에서는 저렇게 고집불통에 괴팍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굳이 싫은 말 할 필요 없기 때문에 말을 안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2023년 또 나이를 먹었는데 호적상 나이로 사고를 굳어버리게 만들지 말고, 매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보고 하면서 사고를 유연하게 만드는 데 엄청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