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하루 onharuoff Jan 03. 2023

나도 나만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끔 일을 함께하는 분들에게 간단한 파워포인트, 영상만들기 등을 시간이 될 때 교육한다. 내 시간을 들여서 하는 무료교육이다. 보통은 몇 번의 기초적 사용하는 법을 강의하고 나면 각자가 연습을 통해서 자료를 만들고 응용하는 단계로 넘어서게 된다. 그런데 파워포인트를 가르쳤던 분 중 2년이 지나도 글쓰기와 지우기를 단계를 못넘어서는 분을 만났다.


당시 매주 1번씩 1:1 교육을 했었는데 매주 리셋이 되어오신다. 배울 때만 컴퓨터를 키고 돌아가서는 노트북 한 번을 안 키고 다시 교육에 온다. 그렇게 3개월을 매주 했으나 똑같은 말을 매번 반복한다. 어떤날은 노트북 자체를 키지 못해서 전원 누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즉 파워포인트 이전 컴퓨터 사용자체가 미숙했다. 주변에 고충을 토로하니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해서 가르치는 방법을 바꿔도 다를바가 없었다. 3개월 후 1년이 되도록 매주는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번 몇 주에 한번씩 강의자료 때문에 그분의 파워포인트 가르치기는 처음과 똑같은 ‘글쓰기+지우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더욱 문제는 본인이 아예 포기하고 못하겠소하면 더이상 가르치지 않겠는데, 교육날만 꼬박꼬박 참석한다는 점이다. 글을 쓰고 있는 이순간 당시를 떠올려도 스트레스가 스물스물 올라온다.


뭐랄까 원하는 결과는 있는데, 그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 대한 노력은 전혀하지 않으면서도 성과를 내기 바라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되었다. 즉 화려하게 파워포인트 사용해서 강의를 하고 싶은데, 그 과정은 배우기 싫고 자료는 매번 고치기 원한다고나 할까?

결국은 이 분을 가르치는 것은 포기했다. 이분은  가—>나—>다—>라 이런 순으로 가르쳤으면 무조건 이 방법만 해야 한다. 같은 일이여도 상황에 따라 가—>다—>라—>나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러면 새로운 방법이라 생각해서 다시 가르쳐야 가능한다. 본인이 그동안 살아온 패턴이 그러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더이상 내 시간을 쓰는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이분을 가르치면서 내 사고도 이렇게 굳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꼭 나이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가르쳤던 분이 60대이시긴 했지만, 80대 이셔도 배워서 본인이 파워포인트에 영상까지 잘하시는 분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분을 보면서 내 사고도 나이가 이렇게 굳어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저렇게 나이가 들면 고집불통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유연하고 깨어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내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나도 외부에서는 저렇게 고집불통에 괴팍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굳이 싫은 말 할 필요 없기 때문에 말을 안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2023년 또 나이를 먹었는데 호적상 나이로 사고를 굳어버리게 만들지 말고, 매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보고 하면서 사고를 유연하게 만드는 데 엄청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주말농장 전 몸 풀기 화단에 꽃씨 뿌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