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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N페르소나

글쓰기 수업에 등록했다

by 김반장

글쓰기 수업에 등록했다.

나에게는 타인과 깊이 연결되기를 바라는 강렬한 욕구가 있다.
결코 완전히 가 닿지 못할 타자성을 향해,
혼란스럽고 모호하고 복잡한 나의 현재를
공적인 세계의 언어로 치환하는 시도를 멈추지 못하는 건, 오로지 이 욕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충동 때문이다.

그러나 충동은 누구도 배불리지 못한다. 충동의 존재 이유는 충동이 일어나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만족은 없다. 별 의미 없는 반복과 다변의 유혹에 사로잡힌다. 이 순진하고 저돌적인 짐승을 길들이는 것이 내게 주어진 과제다. 나는 영원히 패배할 운명에 처했다.

충동은 현실을 넘어서고자 하는 힘으로, 나의 글은 언제나 과잉이다. 예컨대, 법을 지켜야 한다는 단순한 선언보다는, '법은 선이 아니라 질서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일상을 나누는 사람에게 이런 말은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다. 나는 조금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이라 여겨지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를 권유받는다. 그럴 때 글을 쓰면, 법은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므로 다소 모자란 선이라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고 또한 최고의 선을 지향하더라도 현실의 복잡성을 내포하는 과정에서 다소 부족한 선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는 법의 문장으로만 현실을 단순하게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선을 핑계 삼아 다급한 현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즉 행동을 유보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노력할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 현실을 분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힘이 글쓰기라는 패배의 과정에서 유일하게 내가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더 적확하고, 더 뾰족하게 나의 심부를 적중할 언어를 찾아 헤매고 그것을 이해할 단 한 명의 독자를 찾으려는 욕망이 게걸스레 집어든 선택들이 도달하는 지점에서 나의 글은 끝난다.
글이 무엇이 될지, 나는 모른다.
이번에도 아마 그럴 것이다.

쉽게 쓰기를, 흥미로운 스토리로 각색하기를 권유받을 테지만
나는 내가 아닌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번에도 맹렬히 패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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