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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셋 Oct 08. 2024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 알림이 왔다

배지 하나가 뭐라고!


2주 전, 연재 브런치북 하나를 끝냈다. 매주 목요일 연재였는데 수요일만 되면 압박감이 아주 그냥 말도 못 하게 밀려왔다! 아니, 누가 시켰나요? 누가 강제로 하라고 했나요? 왜 나는 혼자 일을 만들고 게다가 돈 버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싶은 적이 종종 있었다...보다는 매주 그랬다는 게 더 맞겠다. 그래도 '나와의 약속'(독자와의 약속이라 하긴 좀 그렇. 그야 독자가 많지 않으로...) 지키기 위해 한 번도 연재일을 어기진 않았다. 사실 '나와의 약속'은 그냥 좋은 말이고, 연재일을 어기면 브런치에서 앞으로 영원히 내 글을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 안 띄어줄까 봐 연재일을 지켰다. 신용불량자(?)가 되기 싫어서 꾸역꾸역 지킨 거다.(이렇게 솔직할 필요 있나...)


그렇게 17회까지 글을 올리고 연재를 종료하니 세상에 마상에 이렇게 후련할 수가 없네? 연재를 끝낸 다음 주. 수요일이 되었는데마음이 고요하다. 평화롭다. 내일 아무것도 올리지 않아도 된다니.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니. 고치지 않아도 된다니. 사실 다른 연재 바로 시작할까도 조금 고민했었는데, 그 휴식이 너무 달콤해서 나는 새로운 연재를 그냥 저쪽에 내팽개쳤다. 이 홀가분함을 누려야겠다... 하고 있는데?

띠링띠링. 알림이 왔다.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프로필 첫 화면 작가명 밑에 뜨는 연두색 배지.

몇 달 전만 해도 이게 뭔지도 잘 몰랐고 그냥 유명한 사람들 달아주는 건가 보다 했다. 출간 작가들만 달아주는 건가? 아니면 구독자 엄청 많은 사람들, 인기글 많은 작가들만 달아주는 건가? 추측만 하고 딱히 찾아보지도 않았다. 그때만 해도 연재를 시작하기 전이었고 브런치는 좀 방치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연재 바람이 불기 전까진 그랬다...

본격 연재를 시작하고 이글 저글 눈에 띄는 것들을 읽다 보니 이 연두색 배지가 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있어 보여....'


그렇다. 이 말도 안 되는 있어빌리티에 현혹되어 나는 그 배지를 탐했다. '명품백 들고 다니니까 있어 보인다 가방 사야지' 이거보단 '저 연두색 배지 있어 보인다 글 써야지'하는 편이 내 형편엔 더 맞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스토리 크리에이터 배지는 출간 작가에게만 주는 것도, 인기 작가에게만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꾸준히, 열심히, 괜찮은 글을 브런치에 착착 올리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거였다.

그렇지만 말이 '누구나'지, 아무나 이걸 받을 수가 있나요? 꾸준히, 열심히, 괜찮은 글을. 이게 핵심이니까.


스토리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선 네 가지를 본다고 했다.



전문성, 영향력, 활동성, 공신력.

한동안 브런치에 자주 들어오지 않았고, 구독자 수도 글 개수도 그대로 머물러있었지만 연재글을 올리기로 했으니 몇 주라도 꾸준히 올리다 보면 나도 배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뭐, '아니면 말고'였다. 배지를 받으려고 연재한 게 아니고, 연재를 마음먹고 보니 어쩌면 배지도 받으려나? 했던 거라. 연재를 하는 동안은 배지 생각이 그다지 나지 않았다. 그저 제시간에 쓰기 싫었을 뿐...... 그래서 더 띠링 알림에 놀랐다.)


전문성.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콘텐츠? 그래, 음식으로 주제 잡았으니 만들 수 있었다.

활동성. 꾸준히, 규칙적으로? 주 1회 지키게 될 거니까 어쨌든 가능했다.

공신력. 공신력이라고 하니 좀 거창해 보이지만 이것저것 생각나는 거 다 긁어모아 프로필도 새로 작성해야지.

영향력. 이게 문제라면 문제네. 구독자 수를 늘려 팬을 확보하라는데 이게 참...


열심히 글을 올기야 하겠지만 구독자가 늘까? 그리고 뭐 얼마나 늘어야 기준을 충족시키는 걸까? 400명 넘는 구독자도 몇 년을 조금씩 조금씩 겨우겨우 티끌을 모은 건데. 그나마도 브런치가 막 핫해지기 전에 시작해서 겨우 이 정도로 모은 건데. 내 글은 그렇게 깊은 맛이 있지도, 재미가 있지도, 울림이 있지도 않은 평범한 글인데. 이렇게 글 잘 쓰는 사람이 모인 2024년의 브런치에서 구독자 수를 늘릴 수나 있을까? 여태의 경험으로 보면 기존 구독자들이 내 글을 읽는 건 당연히 얼마 안 되고 브런치나 다음 메인에 걸려야 누군가 한 번이라도 눈길주거나 하게 되던.

근데 뭐, 이거 저거 따지면 뭐 하나. 일단 올려야지. 올려봐야 알지. 그래야 한 명이든 명이든 늘 거 아닌가?


결과적으로 이번 연재로 꾸준히 18개의 글 올렸고, 그러는 사이 36명의 구독자 증가했다. 어쩌자고 이런 누추한 곳에 찾아준 귀한 분들 한 명 한 명이 또 모여서...  네 달 동안 글 올리면서 삼십몇명? 적다면 적은 숫자이지만 나한텐 너무 고마운 분들이다.

그 독자들 덕분에 그리고 매주 나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낸 덕분에! 나도 배지를 달게 되었다. 잠깐이었지만  나름의 꾸준과 정성이 있었다. 





스토리 크리에이터 분야는 가족.연애 / 리빙.스타일 / 여행.맛집 등 8개 부문이 있고, 따로 신청하는 게 아니라 글의 특성과 주제에 맞게 브런치에서 알아서 정해준다. 나는 가족.연애 부문 배지를 달게 되었다.

이걸 달면 카카오 주요 채널에 소개될 기회가 많아진대고 응원하기 기능을 사용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응원하기 기능은 작년 말인지 올해 초인지부터 변동이 되었다. 스토리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응원하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 응원받기 기능은 어차피 내것은 아닌 거 같아......





띠링띠링.

결국 이 알림 하나가 또 나를 부담의 수렁으로 밀어 넣고야 말았다. 이 배지 물론 내가 달고 싶었던 거 맞지, 맞는데 하필 또 시기가 딱... 연재 다 끝내고 이제 홀가분함에 좀 취해볼까, 다시 브런치 좀 방치해 볼까(?) 하고 있는 이 시점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또 마냥 편하게 방치하지를 못하겠는 거다....

아니, 이 여우 같은 아니아니 똑똑한 브런치가 이것까지 다 계산을 한 건 아닐까? 작가들을 못 쉬게 하자! 계속 쓰게 하자! 브런치로 달리게 하자! 이러면서 말이다.


배지를 달았으니 더 열심히 책임감을 갖고 써야겠다...겠냐구요. 사실 서두에 말했던 자신과의 약속 어쩌고 이거랑 비슷한 상황이다. 뭐라도 써서 올려야겠다 생각하는 이유는 솔직히 하나다.


'아무것도 안 올리고 몇 달 방치하면 크리에이터 배지 회수당할 거 같아....'


하. 상점보다 벌점이 무서워서 움직이는 마흔 살이라니. 게임시간 뺏길까 봐 연산 푸는 우리집 어린이들과 내가 다를 게 뭐냐. 하하하...


그래바로 다시 달리는 건 차마 용기가 안 나서 일단은 글쓰기 매거진에 올릴 이 글부터 써본다. 사실 고민 많다. 연재를 새로 하자니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그냥 매거진에 그때그때 생각나는 글을 쓰자니 요즘 브런치가 연재북을 많이 밀어주는 터라 어디에도 한 번 메인에 걸리지 않고 떠내려가는 글이 될 거 같고.

그래도 어쩌나요. 이리저리 각만 재고 있으면 뭐가 해결되나요. <음식 하나에 사랑과> 8화 핫케이크 글처럼! 할 수 없는 것에 너무 무리해서 덤비지 말고, 마냥 걱정만 하고 있지 말고, 일단 눈앞에 있는 쓸 거리부터 해치우자마음이다. 일단 올릴 걸 올리자!


https://brunch.co.kr/@6sw6/110


 


혹시나 나처럼 스토리 크리에이터 배지를 달고 싶은 사람들이 검색을 하다가 이 글을 보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의욕이 생기길 바라며...라고 할 거면 차라리 블로그에 올리는 편이 검색유입으론 더 나을까? 모르겠다. 오늘의 글은 마무리되었으니 뒷일, 뒷연재, 뒷글은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브런치가 머리를 잘 쓴 걸까?

연두색 배지가 뭐라고.

다음 글을 쓸 원동력이 좀 되네.

글의 소재도 되어주니 고맙다.

글쓰기의 추억, 좋은 기억 하나가 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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