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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Nov 20. 2019

진도 한 달 여행하기 1

왕무덤재 넘어 금갑 해변에 닿다



2019년 11월 17일(일요일) 아침 7시,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 롱이 모모와 작별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구형 접이식 자전거를 끌고 7호선 전철 탑승.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진도행 우등고속버스 승차. 버스에 자전거 안 실어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기사분 말씀이 없으셨다. 진도까지는 약 4시간 30분, 전날 먹은 술 때문에 살짝 멀미 증세가 있었다. 예전에 고속버스 4시간 정도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읽을 책이라도 한 권 가져올 걸 하는 후회가 마구 밀려들었다.


오후 1시 30분, 드디어 진도 공용 터미널에 도착해서 은빛 애마에 몸을 실었다. 숙소는 금갑에 있는 진도 한옥 펜션, 터미널에서 약 11km 거리이다. 네이버 길 찾기 앱에는 정확히 48분이 소요된다고 뜨는데 시작부터가 난관의 연속이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천리마라도 늙고 병듦은 어찌할 수 없는지, 기어가 고장 난 노령의 삼천리표 철제 은마는 고갯길만 만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앞발을 높이 치켜들었고, 그럴 때마다 주인은 힘겹게 다리품을 팔며 고개를 넘어야 했다.


왕무덤재를 넘어 의신면 소재지 도착,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아무 데나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주인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가셨나? 하는 수 없이 식당을 나와 사방을 살펴보니 바로 앞에 농협 하나로마트가 보였다. 가서 빵이라도 사 먹을까 하다가 왠지 처량하다는 생각에 그냥 다시 은마를 타고 길을 나섰다. 송정저수지 맞은편에 있는 의신초등학교 명금 분교는 폐교된 지 오래된 듯, 정문 한쪽에 옛사람들의 송덕비만 뻘쭘하게 서있다. 학교는 사라져도 사람의 이름만은 남는 것인가? 금갑리 삼거리 고갯길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마침내 금갑해수욕장 위쪽 언덕에 목적지인 진도 한옥펜션이 나타났다.


펜션 입구에 있는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4시가 넘었다. 예상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대략 2시간 30분이 걸린 강행군이었다. 혼자 여행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가 식당 가서 1인분 음식 주문할 때인데 다행히 식당 주인 내외분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7천 원짜리 백반을 주문했는데 반찬이 열네 가지에 생선찌개와 된장찌개, 계란찜까지, 아 장장 아홉 시간의 여행 끝에 맛보는 참으로 행복한 밥상이었다. 혹시 진도 여행하다가 의신면 금갑해수욕장 근처에 가시거든 꼭 금갑 한옥펜션 식당(박기주 사장님 01055935651)에서 밥 먹고 가세요. 절대 광고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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