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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국부랑자 Nov 13. 2018

유럽 씨푸드 속 독재자, '굴'

'거의' 유일한 해산물 굴 이야기

 유럽에 살다 보면 한국이라는 해산물의 천국이었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삼면이 바다와 접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섬나라인 영국조차도 겨우 10여 종류의 생선, 2~3종류의 조개 그리고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갑각류인 새우, 랍스터 정도만을 먹는다. 독일은 말할 가치도 없다. 오징어조차 구하기 힘들고 구한다 해도 겨우 다리와 껍질이 없는 세피아(sepia)의 몸통만 살 수 있다. 조개도 처참한 지경인데, 독일에서는 겨우 홍합과 모시조개가 전부였다. 그나마 스페인에서는 맛조개와 거북손 등을 팔고 있어서 놀란 기억이 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독보적으로 군림하고 있는 해산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굴이다. 그 어떤 나라에 가더라도 꼭 이 '굴' 만큼은 팔고 있고 시장이 열리면 해산물 코너에 대개 '오이스터바'가 있다. 우리나라는 굴이 워낙 흔해서 껍질을 깐 생굴을 봉지에 막 담아서 팔고 횟집에서는 초장과 함께 반찬으로 나오지만 유럽은 다르다. 이 오이스터바에서 굴은 그 자체로서 요리이자 신선한 해산물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이 신선한 굴은 유럽 사람들이 날 것으로 먹는 몇 안 되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굴을 먹는 행위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카사노바가 실제로 그렇게 굴을 많이 먹었다고 하던데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스위스 제네바 프랑스 국경 지대에서 열린 마켓


시장 구경을 하고 허기진 배와 갈증을 채워줄 녀석으로 굴을 골라봤다. 유럽에서 굴을 주문하면 대개 레몬과 함께 주거나 와인비니거(와인식초)를 조금 곁들여서 먹는다. 특히 다른 점이 있다면 먹기 직전에 껍질을 열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물과 함께 마시듯이 먹는다는 것이다. 초고추장이 굴의 비린맛을 잡아내는데 집중했다면 이 레몬과 와인비니거는 굴의 향과 맛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힘을 쓰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서서 먹는 오이스터바~ 비록 잔은 일회용컵이지만...

이때 결정타로 마지막에 궁합이 맞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가장 유명한 조합으로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나오는 "샤블리(chablis)"이다. 이때 샤블리는 10유로 전후의 저렴하고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샤블리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조합보다는 루아르 지방에서 생산되는 뮈스카데 드 세브레 에 멘(Muscadet de-Sevre-et-Maine)이다. 이름이 길지만 이 와인은 대개 효모 찌꺼기와 함께 발효시켜서(Sur lie) 그 풍미가 굴의 미네랄과 바다향을 묘하게 감싸 안는다. 굴과 와인이 입 안에서 티키타카를 하며 골을 만들어내는 느낌이랄까? 적어도 내게는 굴이라는 악마가 들어온 느낌이었다.



 

 유럽에 와서 미식 여행을 위해 꼭 미슐랭 레스토랑처럼 파인다이닝을 찾을 필요가 없다. 이 굴 한 점과 맛있고 저렴한 화이트 와인의 콜라보를 느끼고 있노라면 유럽 식문화의 뿌리가 보일게 분명하니까.


 유럽에 갈 수 없다면 집에서 굴과 와인을 마셔보자.(둘다 마신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굴을 서브할 때는 굵은 각얼음보다 잘게 부서진 얼음이 좋다. 왜냐면 굴 안에 들어있는 물이 경사진 얼음 사이로 흘러버릴 테니까. 이건 정말 쓸데없을 것 같지만 유용한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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