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에게 잘 맞는 화장품을 쓰고 싶어 한다. 그래서 뷰티 유튜버의 영상을 매 환절기와 연말연시마다 찾아보기도 하고 나랑 비슷한 피부를 가진 주변 인들에게 '넌 수분 크림 뭐 쓰니?'라고 넌지시 물어본다.
그러나 어디서 귀담아들은 제품 정보건, 언제나 기대와는 조금씩 엇나간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또다시 나에게 찰떡인 제품을 못 찾았다는 허망감마저 이젠 익숙하다. 기대가 높은 걸까? 화장품이란 왜 이렇게나 케바케인 걸까.
화장품 열강들의 수분크림 추천 열전(이미지 출처: 구글)
수분만 있는데 왜 안 투명해?
수분 크림은 대부분 살짝 투명하다. 완전히 불투명한 아이크림이나 바디크림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름대로 수분(水分), '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원래 무색 투명한 물의 외관을 닮았다고 봐도 된다.
수분 크림이 반투명한 이유는 대부분 물과 오일이 혼합되었거나, 간혹 식물 추출물 특유의 불투명한 색상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오일이 본의 아니게도, 수분 크림이란 이름에서 비롯된 오해를 더 키우는 요인이 되곤 한다. 수분 크림이라며 완전히 물로만 된 크림은 또 아니라니, 수분 크림에 오일이 꼭 들어가야 하나. 이름 값 하게 수분만으로 만들면 안 되나?
피부를 수분 증발로부터 보호하라, 크림의 사명
온도가 낮을 때보다 높을 때 빨래가 더 빨리 마르는 건 상식이다. 사람의 체온은 36.5도다. 한 여름을 제외하면, 보통 체온은 기온보다 항상 높다. 즉 우리 피부의 수분이 증발하는 건 자연적인 현상이다. 더구나 습도가 확연히 낮아지는 가을, 겨울에는 더욱 피부가 빠르게, 바짝 말라버린다.
햇볕이 따갑고 바람 부는 날씨는 빨래 널기에 최적이다.
이 증발을 막으려고 우리는 크림을 바른다. 그것도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 왜냐면 에센스, 토너, 세럼은 수분이 많고 오일은 적어서, 증발을 막을 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품이라 그렇다.
크림의 역할은 앞서 바른 제품들로 얻은 피부의 수분이 증발하지 않도록 '밀폐'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수분 크림이라 한들 크림이기 때문에, 오일을 함유하지 않을 수 없다.
속까지 적시지를 못해
한편, 다양한 화장품에 널리 쓰이고 있는 실리콘 오일은 다른 오일류보다 피부에 발랐을 때의 촉감이 월등히 산뜻하고 실키(silky)하다. 실리콘 오일도 분자량에 따라 촉감이 천차만별이지만, 특유의 매끄러운 비닐 막 느낌은 천연 오일에서 나올 수 없는 독보적인 사용감이다. 이게 잘 쓰이면 그렇게 가볍고 보송거려 좋을 수가 없다.
실크는 그 독특한 촉감 때문에 매끄럽다(silky)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러니, 크림이면서도 산뜻하고 매끄럽게 발리는 느낌을 내려면 보통의 보습 크림에 쓰던 오일을 실리콘 오일로 대체하는 게 제격이었다. 그래서 가벼운 사용감의 실리콘 오일을 넣어 만들어진 게 수분 크림이다.
다만 일반 오일보다 실리콘 오일은 수분을 잘 잡아주지 못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름에 '수분'이 들어가니까 이름만 믿고 피부가 촉촉해질 거라 생각해서 스킨이나 에센스 사용을 소홀히 하는 경향도 속건조에 한 몫한다.
10년 전 히트한 제품인데, 실리콘 오일이 많이 들었다. (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실리콘 오일이 차지한 비중만큼, 상대적으로 수분을 공급하는 수분 친화적인 성분은 적다. 이런 조성으로는 피부를 충분히 적시지 못하니까 아무리 오일로 수분 증발을 막아봤자다.
지킬 대상이 없는데 방어력만 높은 셈이다. 수부지 피부가 '수분 크림'이라는 이름 하나만 믿고 올인해서 이거 하나만 열심히 발라서는 그저 답답하고 미끌거릴 뿐이다.
사이클로펜타실록세인은 대표적인 실리콘 오일이다.
당신은 잘못 없어, 원인은 제품 이름
수분 크림을 가장 많이 찾는 피부 타입은 이른바'수부지(수분 부족형 지성)'타입이다. 지성은 수분과 피지의 비율로 볼 때 상대적으로 수분이 적지만, 충분히 수분으로 촉촉한 상태라면 화장품 없이도건조한 느낌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어떤 내용일까, 멋진데 나도 한 권 쓰고싶다.
그럼에도수부지라는 사람들은 '뭘 발라도 겉만 번들거리고 속은 건조하고 트는 느낌이 나요'라고 한다.(개인적으로, 이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지성을 위한 크림, 수분 크림이 나왔다. 크림은 크림인데 묵직하지 않고 가볍고 산뜻하게 발린다. 마치 샤베트(Sorbet)같은 반투명한 외관에서 연상되는 그 느낌 그대로다.
수부지도 지성이라 피지가 활발히 분비되어서 피부가 무겁고 끈적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분이 부족한 탓에 건조를 호소하며 크림을 원하니, 산뜻한 실리콘 오일이 딱이었다. 사용감 측면에서는 지성인들의 요구 사항과 사용감 취향이 아주 잘 반영된 셈이다.
유지방(오일)이 없는 샤베트를 수분 크림에, 아이스크림을 일반 크림에 비유하면 투명도가 다른 걸 이해하기 쉽다.
수분 크림도 그냥 크림이다
수분 크림도 엄연한 크림의 한 종류다. 하지만 마치 에센스와 로션 등과 같이 별도의 품목으로 분류되곤 한다. 맨 처음 '수분 크림'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부른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크림의 종류는 각양각색이고, 찾는 이유와 바르는 부위도 다르니 세분화된 모양이다.
딱 봐도 물기어린 촉촉한 피부를 만들어줄 것 같다. (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수분 크림뿐 아니라 보통의 보습 크림도, 수분으로 충분히 적셔지지 않은 피부에는 마찬가지로 겉만 번들거릴 뿐이다.그러니 우선 속보습을 해결하고 싶다면 수분 크림을 찾을 게 아니라, 왜 수분 크림을 쓰고싶은지 잘 되짚어봐야 한다.
속건조 잡는 속보습 케어 방법
오일이 합성 오일이라고 수부지에 나쁜 제품이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분명히 세상에는 수많은 피부 타입과 취향이 존재한다. 피부가 수분으로 충분히 젖어서 속보습이 잡힌 피부에는 건성이든 수부지든 막론하고,분명 산뜻한 수분 크림이매끄러운 촉감에 수분까지 잡아주니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화장솜을 스킨, 토너로 푹 적신 뒤 얼굴에 지그시 대고 있기만 해도 된다.
아마 머릿속으로수분 크림을 찾은 이유로는, 에센스나 스킨만으로는 아직 '건조'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좀 더 보습력이 강한 제품을 찾은 것이다. 그렇다고 에센스 다음 곧바로 수분 크림을 택하면 안 된다. 스킨과 에센스로 피부를 속까지 푹 적신 다음에 사용하는 게 크림이다.
보습력 강한 제품을 새로 살 필요도 없다. 같은 스킨이나 에센스를 두세 번, 시간 차를 두고 덧바르면 된다. 혹은 마스크팩으로 피부를 완전히 수분으로 적신 뒤 크림을 사용해야 비로소 속까지 촉촉한 피부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