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일까 고양이 헌팅길인가
시키는 풍산견이다. 풍산견은 사냥개로 사냥 본능이 있다. 하지만 겁이 너무 많아 '너가 누굴 사냥하니, 어디가서 잡아 먹히지나 않으면 참으로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가족들은 시키를 쳐다본다. 하지만 시키의 사냥 본능이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바로 고.양.이. (사실 보고 왜 그렇게 흥분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놀자고 하는 걸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본능이라고도 하는데, 그저 가만히 지켜봤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언제나 긴장해야한다.)
집 주변에 산책길이 잘 마련이 되있기도 하고, 길고양이들 챙겨주시는 좋은 신 분들이 많아 고양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고양이를 본 적이 없는건지, 봐도 무서워서 다가가지를 않았던건지 고양이로 인해 산책이 힘든 기억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고양이만 보면 순간 고양이 헌터로 변신해서 힘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어디서 사는지도 다 기억하고 있어, 산책을 시작하자 마자 고양이 한마리를 보기라도 하면 그날의 산책은 온동네 고양이들 찾아다니기로 변질된다.
고양이를 보면 너무 흥분해서 아무리 콜링을 해도 듣지 않는다. 리드줄을 힘껏 잡아 당겨도 버티는 힘이 너무 강해서 가끔은 하네스 목부분을 잡고 번쩍 들어 시키 눈의 강하게 째려보고 '안돼!'라고 행동 교정을 해야 한다. 그럴 때면 혼내는 마음이 너무 불편하지만 그렇게 까지 강하게 하지 않으면 혹시 시키가 다른 고양이들에게 가해할 수도 있기에 꼭 강하게 해야한다. 그럼 아쉬운듯 고양이가 있는 쪽을 쳐다보지만 곧 이내 잘 따라온다. 다행이도 한번도 고양이와 사고가 있던 적은 없었다. (시키가 눈을 긁힌 것 말고는. 그런데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인 없는 고양이가 괜히 시키로 인해 상처가 생겨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해 아픈 것 보다는 시키가 당하는게 다행이었다.) 그래도 살짝 긁혔던 적을 제외 하고는 보통은 고양이들이 도망을 가거나, 시의적절하게 시키를 저지하여 자리를 빨리 뜨고는 한다.
그래도 희망적인전 정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방법 중에 고양이가 있는 자리로 다시 돌아가 간식을 주면서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방법이 있다. 같은 길을 자주 다녀보니 고양이들은 대체로 오전 10시-1시 사이에는 보통 자기 자리에 잘 없는걸 알아서 눈으로 고양이 유무를 확인하고 시키와 같이 가면서 '없지?'하면서 안심시켜준다. 그 방법이 조금 효과가 있는 것인지 고양이데 대한 흥분도가 조금 낮아졌다. 그러나 후각이 나보다 좋은 시키는 간혹 풀에 꼭꼭 숨어있는 고양이를 반드시 찾아낸다. 난 그럼 후다닥 도망가는 고양이를 보면서 매번 생각한다. '고양이야, 미안해 내가 모자라 우리 시키가 너를 못살게 구는구나. 내가 꼭 시키 교육 잘시킬게' 나는 고양이가 잘 없는 도로 옆 도보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