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붙들어 매시고 나만 믿으셔"라고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돈을 맡겼다간 큰코다친다. 횡단보도 맞은편 기둥에 '100% 수익 보장, 원금 손실 제로'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정말? 하고 코 꿰면 쪽박 차기 십상이다. 'No pain, No gain' 이 아니라 'No risk, No gain'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편한 길, 안전한 길, 가던 길을 선호한다.
자산에는 위험자산이 있고 무위험 자산이 있다. 경기 상황, 기업현황에 따라 등락이 심한 주식은 위험 자산, 정부가 발행한 국채, 은행 예금 등은 무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라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자수익도 거의 없는 예금에 상당 부분 돈을 넣고 있다. 위험을 헤지 하기 위해서다. 사실 국가도 망할 수 있고 더욱이 은행이 망하는 경우도 다수 있기 때문에 국채나 예금도 100% 안전한 자산은 아니다. 그래서 은퇴한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은행보다 안전한 내 방 금고 안에 현금을 쟁여놓는다고 한다.
제로 전성시대 - 무설탕, 무카페인, 무알콜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위험에 더 민감해졌다. 안전 의식이 높아지고 매스컴에서 전하는 사고 소식에 몸을 움츠린다. 약간의 위험과 난관이 예상되면 잘하던 것도 쉽게 포기한다. 그래서일까 모든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상품과 서비스, 투자가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에는 ‘제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칼로리 없는 탄산음료’, ‘카페인 없는 커피’, ‘알코올 없는 술’ 얘기다. 제로 칼로리 열풍은 동아오츠카의 ‘나랑드 사이다’가 포문을 열었다. 칼로리는 물론 보존료와 설탕, 색소가 없는 ‘4 무(無)’ 탄산음료를 표방하는 나랑드 사이다의 매출은 코로나를 거치며 급격히 성장 중이라고 한다.
디카페인 커피 시장 역시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동서식품, 남양유업의 디카페인 커피믹스뿐 아니라 스타벅스코리아, 투썸플레이스와 같은 카페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도 디카페인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주류업계에서는 ‘무알코올’이 화두에 올랐다. 중국 맥주 '칭다오'의 '논알콜릭', 하이네켄의 무알코올 맥주 ‘하이네켄 0.0’ 등이 인기다. 이러한 무알코올 트렌드는 막걸리 시장으로도 전파되었는데, '맥콜'로 유명한 '일화'는 ‘발왕산 막걸리 제로’를 출시해 젊은이들의 입맛을 저격 중이라는 후문이다.
이와 같이 음료시장에서 ‘제로’를 앞세운 마케팅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이유는 탄산음료는 즐기고 싶지만 다이어트가 신경 쓰이고, 커피는 마시고 싶지만 카페인은 싫고, 술자리는 좋지만 술에 취하기는 싫은 젊은 세대의 취향과 ‘제로’라는 어휘가 주는 안전함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2%'의 부족도 용납이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게 '0%' 여야 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리스크 제로 편향, 왜 '0%' 여야 하는가?
킵 비스쿠시, 웨슬리 마갓 및 조엘 휴버트(Kip Viscusi, Wesley Magat, Joel Hubert)가 진행한 심리학 실험이 있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살충제 및 변기 세척제' 사용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부작용의 수준은 극히 미비하다고 알렸다. 그리고 물었다. ‘부작용을 줄이는데 돈을 쓸 것인지?’, 또 ‘줄인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쓸 것인지?‘. 그 결과 사람들은 부작용의 위험 수준이 극히 낮음(0.03%)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을 완전히 줄이는데 최대 3배 이상의 비용을 더 지불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사소한 위험까지 완전히 제거하려고 하는 인간의 심리를 '제로 리스크 편향(zero-risk bias)'이라고 한다.
제로 리스크 편향과 관련된 또 다른 실험이 있다. 연구진들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위험을 5%에서 0%로 낮추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50%에서 25%로 감소시키는 것이 좋은지 물었다. 통계학적으로 판단할 때 위험을 50%에서 25%로 감소시키는 선택이 5%에서 0%로 감소시키는 것보다 위험은 훨씬 더 큰 비율로 줄이는 선택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비율을 크게 낮추는 것보다 위험을 '제로' 수준까지 감소시키는 것을 더 선호했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위험이 줄어드는 크기에는 관심이 없고 위험 자체를 없앨 수 있느냐 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위험 회피는 인간의 본능
그렇다면 이와 같이 리스크를 완전히 줄이기 위해 필요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인간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회심리학 책과 행동경제학 책이 말하는 것처럼 사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고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많이 게으르다. 그런 의미에서 '제로 리스크 편향' 역시 게으르기만 한 우리의 뇌가 찾은 '정신적 지름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뇌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대신 적은 노력과 직관으로 빠른 해답을 찾아 인지적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뭔가에 대해 신경 쓰는 것을 싫어한다.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싶은데 1%라도 위험이 남아 있으면 영 마음이 찝찝해지기 때문이다.
진화론적인 측면에서도 인간은 위험을 '제로’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생사와 관련된 위험 앞에서 깊은 사고를 할 여유가 없었다. 기존에 확인된 100% 안전한 행동을 하는 것이 죽음을 피하는 길이었다. 가지 않은 길을 가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질 수 있고, 처음 보는 과일 한입에 황천길을 재촉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안전한 길, 다른 사람들의 경험으로 위험이 ‘전혀 없음‘이 확인된 길을 가는 게 멀리 돌아가더라도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었을 것이다.
위험을 제거하는 온라인 쇼핑 판매 전략
상품을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느끼고 체험해 보지 못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상 고객들은 불안을 느끼고 의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은 구매 위험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과 걱정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1. 무료반품
무료반품 (출처 : 29cm, 쿠팡 홈페이지)
무료 반품은 살까 말까 고민하는 당신의 고객에게 구매 위험을 줄여주는 대표적인 방법 중의 하나다. 특히 사이즈 문제가 있는 패션상품의 경우에 무료 반품 옵션은 효과가 크다. 추가 비용 없이 반품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구매의지를 샘솟게 만들기 때문이다.
2. 명확한 보증, 환불정책 표시
보증, 환불정책 (출처 : BURGA, 다이슨, PIMKE 홈페이지)
매력적인 보증이나 환불 정책은 상품을 테스트해보고 구매를 결정하고픈 고객들의 걱정을 덜어준다. 테스트 후 100% 환불해주는 정책은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뿐 아니라 구매를 고려하지 않던 잠재고객까지 구매하도록 돕는다. TV홈쇼핑이 최근까지도 잘 쓰는 방법이고 실제로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들도 많지 않아 신규 상품을 론칭하는 브랜드, 업체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해 봄 직하다.
3. 최저가 보상제
최저가 보상제 (출처 : 여기어때 홈페이지 외...)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최저가를 위해 네이버, 에누리, 다나와를 샅샅이 검색한다. 그렇게 열심히 검색해 구매를 하고도 잘 산 것인지 불안하다. 이때 고객들의 선택에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 '최저가 보상제'다. 동일한 제품에 대해 타 쇼핑몰에서 더 싼 가격으로 팔고 있다면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판매 전략이다.
온라인몰 출혈 경쟁과 경영악화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마케팅 툴이지만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심심치 않게 활용되고 있다. 보상받는 프로세스가 귀찮고 보상금액이 적다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길 수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4. 인증표시
인증표시 (출처 :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PIMKIE 홈페이지)
보안, 결제, 배송 등과 관련된 인증은 고객의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요소다. 쇼핑몰의 여러 가지 위험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인증 표시를 삽입한다면 쇼핑몰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 이는 다른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차별점이 될 수 있다. 고객의 걱정과 불안을 낮추고 신뢰를 높일수록 더 많은 잠재 고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안전 인증 표시는 가능한 한 많이 보여주도록 하자.
5. 기억에 남는 전문적인 도메인 사용
전문적인 도메인을 갖는 것은 쇼핑몰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전문적이지 않은 도메인 이름은 당신의 쇼핑몰이 피싱(Fishing) 사이트처럼 보이게 만든다. 예를 들어, 'AllfreeMetrress.com'과 같은 도메인을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이트에 방문하기도 전에 신뢰할 수 있는 쇼핑몰인지 의심하게 된다. 이상적인 도메인의 이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