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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Nov 07. 2022

'Safe is Risky' 튀어야 산다!

쇼핑몰 운영자라면 꼭 알아야 할 20가지 심리법칙. 18 본 레스토프효과

정상(頂上)에 오른 사람은 정상(正常)이 아닌 비정상인 사람이다

- 한양대 유영만 교수



펭수, 선을 넘다! 캐릭터 마케팅의 진화


캐릭터 마케팅 '펭수' (출처 : EBS)


집에 캐릭터 소품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어린 아이나 소수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던 캐릭터가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비즈니스에 활용되고 있다. 은행이나 건설, 정유업체와 같이 무거운(?) 이미지의 산업분야 조차도 유명 캐릭터와 협업을 통해 마케팅을 하거나 자체 캐릭터를 개발해 브랜딩과 상품화를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의 캐릭터는 브랜드의 마스코트나 상징적인 요소로 활용되면서 특유의 친근함으로 소비자들과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캐릭터는 단순한 마스코트의 역할을 넘어 브랜드의 페르소나로써 브랜드의 세계관을 대표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교육방송 'EBS'가 배출한 불세출의 캐릭터 '펭수'다.


한없이 교육적이고 보수적일 것 같은 이미지의 '교육방송'이 만든 캐릭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펭수'는 자유분방하다. EBS 사장님이나 그 누구에게도 툭툭 던지는 '눈치 챙겨라'식의 직설화법은 펭수의 매력 포인트 중의 하나다. 이는 답답한 대중의 마음을 사이다처럼 뚫어주고 대리만족을 시켜준다. 사실 '인싸(insider)'가 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예스 Yes'라고 할 때 나는 '노 No'라고 말하는 것이다.


기존의 질서를 따라가지 않고 일반적인 방향성을 벗어난 펭수의 말과 행동은 그 거대한 몸만큼이나 직관적이며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특히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펭수와 같은 캐릭터의 파급력이 더 커지고 있다.


캐릭터는 이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브랜드 스토리를 함께 공유하는 공감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 캐릭터는 이제 죽어있는 사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 아닌 새로운 형태의 '휴먼'이 되어가고 있다.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한 캐릭터는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없다. 개성 있는 인간처럼 남들과 달라야 한다. 말하자면 캐릭터도 이제 '튀어야 하는 시대'다. 



튀어야 산다! 본 레스토프 효과


본 레스토프 효과 (출처 : 픽사베이)

1933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헤드비히 폰 레스토프 (Hedwig von Restorff)'가 기억에 관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그녀는 참가자들에게 여러 개의 단어 목록을 주고 기억하도록 했는데, 비슷한 성질의 단어들(예를 들어 사과, 배, 포도 등)보다 독특한 단어(예를 들어 황소)를 기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음과 같은 문자열의 경우를 보자.


9, 12, 3, 16, QX, 14, 11, 2, 7


당연히 숫자들 사이에 영문조합인 QX가 가장 눈에 띄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눈에 먼저 띄는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게 되는 현상'을 가리켜 *본 레스토프 효과(Von Restorff Effect)라 한다.


본 레스토프 효과는 '고립 효과', '격리 효과', '고독 효과' 등으로 번역된다. 본래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용어들이 아니어서 이 글에서는 '본 레스토프 효과'를 그대로 사용한다.


'본 레스토프 효과'의 대표적인 예는 저명한 마케터 '세스 고딘'이 이야기한 '보랏빛 소'일 것이다. 그는 그의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Safe is Risky, 안전한 것이 위험한 것이다', '리마커블(remarkale)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즉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해야 사람들의 눈에 뜨이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양이되어라

본 레스토프 효과, 길 잃은 어린 양


성경에 '길을 잃은 어린양'의 비유가 나온다. 100마리 양 중 99마리 양은 목자의 인도에 따라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으나 한 마리 양이 사라진다. 목자는 99마리 양을 내팽개쳐두고 한 마리 어린양을 찾아 헤맨다. 양을 다시 찾았을 때, 목자는 뛸 듯이 기뻐한다.


목자는 예수요, 어린양은 믿음 없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어린양의 어리석은 행동을 탓할 수 있었지만 목자는 그러지 않는다. 목자에게 그 양은 특별한 양이었기 때문이다.


호기심 많은 어린양은 무리를 벗어난다. 가지 않던 길,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맨다.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았으며 만나지 못했던 동식물들을 접했을 것이다. 어린양에게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은 위험했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길을 잃은 어린양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며 우리가 99마리 양들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길 잃은 한 마리 어린양을 기억하는 이유다. 그 특별한 어린양은 예수의 품에 안긴 모습으로 이후 수많은 예술 작품 속 주인공이 되었다.



뭔가 이상해 보일수록 우리는 더 많이 기억한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평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왜일까? 그럴수록 신경이 곤두서고 피곤 해질 텐데 말이다.


뇌에게 있어 생존은 최고의 가치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은 그래서 모든 본능 위에 우선한다. 뇌는 많은 정보들 중에 생존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더 빨리 더 오래 기억하려고 애쓴다. 새로운 것, 눈에 띄는 것, 낯선 것에 빨리 반응하고 적응하는 것은 그래서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지각활동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하지 않고 이상해 보이는 것에 무감각했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본 레스토프 효과'를 활용한 광고 메시지


본 레스토프 효과 (출처 : Hennessy 홈페이지 광고이미지)


위 그림을 보자. 바로 양주병에 눈이 가지 않은 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침이 나왔을 수도 있다. 뇌는 형체가 더 큰 왼쪽 사람보다 크기는 작지만 눈에 '확' 띄는 양주병에 시선을 주고 그 대상물을 더 오래 기억한다.


본 레스토프 효과 (출처 : 페덱스 킨코스 닷컴)


사무용품을 판매하는 '페덱스 킨코스 닷컴 (Fedexkincos.com)'이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알리기 위해 도시 한 복판에 세운 '거대한 형광펜과 수정액 용기'다. 보지 않고 지나칠 수 없을 만큼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대한 구조물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인데 킨코스 닷컴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차도와 인도의 구분선으로 노란색 형광펜을, 횡단보도를 그리는 도구로 하얀색 수정액을 사용했다. 말하자면 눈에 띄는 구조물에 '이야기'를 덧입힌 것이다.


이미 이야기한 펭수도 덩치만 컸다면 밋밋한 '인형탈'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직설화법의 자유로운 영혼' 펭수라는 스토리가 덧입혀져 인상적 캐릭터가 된 것이다. 위스키병만 덩그러니 있는 것보다 카메라를 든 머리 희긋희긋한 거장의 이미지와의 대비된 위스키가 우리의 뇌에 더 깊이 각인되는 것처럼 말이다.



본 레스토프 효과(Von Restorff Effect)를 활용한 4가지 UX 원리


우리 눈에 먼저 띄는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게 되는 현상인 '본 레스토프 효과'를 온라인 비즈니스에 적용한 사례를 살펴보자


1. CTA(Call-to-Action) 버튼의 색상과 크기

CTA 버튼의 색상과 크기 (출처 : 넷플릭스 홈페이지)


CTA(Call-to-Action) 버튼의 최종 목적은 누르게 만드는 것이다. 이로써 회원가입을, 결제를, 판매자가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 넷플릭스의 메인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는 클릭 요소는 3가지뿐이다. 넷플릭스 로고, 로그인 버튼 및 검색창이 그것이다. 빨간색을 일관되게 사용하여 고객들이 쉽게 찾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검색창 강조

검색창 강조 (출처 :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오픈마켓처럼 사이트 방문자가 검색창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경우 창의 색상, 크기 및 위치를 유저의 시선에 맞추어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이 좋다.



3. 배경 이미지 처리


배경이미지 노출 (출처 : 노스페이스 홈페이지)


배경 이미지를 흐리게 하거나 무채색 채열로 디자인하면 CTA버튼이나 광고 문구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아래 그림처럼 노스페이스는 텍스트의 배경이 되고 있는 산의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해 프로모션 카피라이팅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고 있다.



4. 페이지 스크롤 다운 시 헤더 디자인


헤더 디자인 (출처 : ASOS 홈페이지)

고객이 쇼핑몰 페이지에 있는 동안 '따라다니는 헤더'를 통해 세일 메뉴를 클릭하게 하거나 아웃렛 카테고리를 둘러보게 만들 수 있다. 또한 회원가입을 유도할 수도 있고 결제버튼을 통해 바로 결제로 유도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고객이 버튼 또는 메뉴를 쉽게 클릭할 수 있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각각의 페이지에 따라 시간 간격을 두고 다른 메시지나 색상을 변경하여 보여주면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본 레스토프 효과
우리 눈에 먼저 띄는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게 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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