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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Feb 06. 2024

운전 습관도 바꾸게 만드는 '또복이'의 힘!

반려견 또복이가 알려주는 것들

제주에서 5살 된 반려견 또복이를 키우고 북카페 '보기도기'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퍼니제주'입니다. 이곳에서 그 일상의 기록들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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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습관도 바꾸게 만드는 '또복이'의 힘!


평소에는 느긋하더라도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나오고 성질 급해지는 건 나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시내를 벗어나 속도를 낼 수 있는 도로에 들어설라치면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조급해지고 다른 차보다 뒤처지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난다. 그때, 깜빡이도 켜지 않고 급하게 끼어드는 차가 보이면  여지없이 경적을 울린다. 운전석에 앉기만 하면 악마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치기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퇴행하는 것인지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다. 

road rage (출처 : freepic)


운전 시 흥분상태로 빠지는 이와 같은 '로드 레이지(road rage)'는 나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TV 프로그램 '한문철의 블랙박스'를 보면 평소에는 온순한 사람들도 운전 시 성격이 돌변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운전하면서 화를 내고 답답해하고 초조해지는 건 온전히 나만의 문제다. 내가 차 안에서 화를 낸다고 상대방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미안해하는 것도 아니다. 버릇없는(?) 운전자를 향해 사이드 윈도를 내리고 삿대질을 할 정도의 용기가 없는 까닭에 성질도 속으로 낸다. 화를 내면 스트레스를 쌓이고 이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안전운전과 함께 마음의 평안을 찾아 하는 데 이 맘처럼 쉽지 않다. 


조용한 음악도 들어보고 심호흡도 해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본다. 하지만 노력은 노력일 뿐 도로에 들어서면 괄약근의 고통을 참고 화장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모냥 다시 조급해진다. 


그러던 차,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던 나에게 요즘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매장으로 또복이와 함께 출근하기로 하면서 차에 녀석을 태우게 된 것이다. 가진 차가 세단형의 높이가 낮은 차량이라 캔넬을 이용해 또복이를 차에 태울 수가 없다. 해서 앞뒤로 쏠리지 않게 가림막을 하고 또복이를 뒷좌석에 앉힌다. 차에 탔을 때 엉덩이를 깔고 앉거나 엎드려 있으면 좋으련만 또복이는 처음에는 보통 서있다. 차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냄새를 맡기 위해서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강아지를 태우고 운행하기에는 조금 위험한 환경이다. 급제동이라도 할라치면 또복이가 운전석 뒤쪽으로  몸이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복이를 태우고 운전할 때는 그래서 최대한 속도를 줄이고 규정속도를 준수한다. 방지턱이 나타나면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미리 서행하고 웬만하면 차선 변경을 하지 않는다. 경적은 아예 기능을 상실한 상태. 창문도 또복이의 안전을 위해 바람이 들어올 정도만 열어놓는다. 물론 다른 운전자가 끼어들기를 수시로 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뒤차가 느리게 간다고 헤드라이트로 약 올려도 신경 쓰지 않는다. 편안하게 뒷자리에 앉아 있는 또복이를 보면 오히려 흐뭇한 마음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습관도 잘못된 행동마저도 고쳐질 수 있다. 사랑의 마음은 배려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불편할까 저어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이 이기적이고 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지금은 또복이에 대한 작은 배려의 마음이지만 다른 운전자, 내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면 상대방을 위해서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행복한 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오늘도 조용히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또복이를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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