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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준 Aug 04. 2018

11 [마지막] 졸업논문

7월 31일 아침.


귀국한지 4일 째,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되었는지 6시 쯤 눈을 떴다.

바깥 날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그나마 이제 조금 이해가 되려고 하는 졸업논문을 다시 펼쳤다. 

"오늘은 정말 제출해야 하는데..."


언제 부터 쓰기 시작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어느새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논문을 보며

"그래도 내가 시카고 까지 가서 뭔가 하기는 했구나" 생각했다.

최종 점수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특별히 두 가지 감사한 점이 있었다.

세세한 수정까지 다 꼼꼼히 봐주고 이메일 답장이 빠른 지도교수를 만난 점과

새로운 주제에 큰 흥미를 느끼게 해준 지도교수를 만난 점. 

이러면 감사한 점이 결국 하나인건가?

그러고 보니 난 언제나 지도교수 복이 있었다. 

나만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7/31일 아침. 식사 후


어느새 지도교수가 지적해 준 부분을 다 고치고 맞춤법 검사를 끝내고 나니,

실감이 나지는 않았지만, 논문이 완성되었다. 

그럴싸하게 커버 페이지를 만들고 

그럴싸하게 제목을 붙히고 

PDF로 저장하고 나니

나는 졸업생이 되었다. 


지도교수와 프리셉터(preceptor)에게 PDF 파일을 보내고 나니 

이제 정말 나는 시카고와의 인연이 끝이 났다. 

물론 곧 박사과정 지원을 위해

지겹도록 시카고 사람들과 연락 해야겠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그 쪽 방향으로는 고개도 돌리기 싫다. 


이제 동기들의 민망한 자랑 행렬을 쫓아

커버 페이지를 인스타에 올리면서 

"인생의 한 챕터가 끝났습니다"와 같은

오글거리는 멘트를 남겨주고

한 달간 고국을 즐겨야지. 

날씨마저 지옥으로 변한 이 나라가

그래도 반갑다.



인스타에 올린 그 민망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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