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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준 Oct 30. 2019

정치학 박사 유학 원서 준비
방법 및 자료 모음

들어가며


정치학 수업을 듣다 보니 어느새 "공부"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교수님에게 공부란 무엇인지 물어보러 갔고, 그렇게 나도 모르게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석사 과정 이후에 무슨 과정이 있는지, 어떤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이때까지 알지 못했다. 막연히 유학을 가는 건 어떨지 고민해 본 정도였다. 석사 3학기 차가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유학 준비를 했다. SOP라는 걸 써야 하고 라이팅 샘플을 준비해야 한다는데, 좋은 SOP의 기준은 무엇인지, 라이팅 샘플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딱히 좋은 정보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박사 과정을 시작한 지금, 준비 과정에서는 보지 못했던 자료가 인터넷에 넘쳐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료가 없는 게 아니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몰랐던 것이다. (알았다고 한들 탑 스쿨을 가는 건 아니니까 ㅠㅠ 아쉬워 말자) 그래서 내가 찾은 자료를 이제라도 정리해서 나누려고 한다. 이 정보를 안다고 꼭 합격하는 건 아니지만 방향성 정도는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준비운동


방대한(?) 자료를 집어삼키기 전에 준비운동부터 하기를 바란다. 갑자기 너무 많이 먹으면 체한다. 


1. 마음을 가볍게 해 줄 노래를 틀어라.


"나는 세상의 모든 선거제도를 한 번에 분석하는 거대 이론의 창시자이자 일류 비교정치학자가 될 거야." "내 SOP를 읽고 모든 교수가 눈물을 흘리게 만들 거야." "내 라이팅 샘플은 캠브릿지 대학 출판사에서 나올 책의 일부분일 거야." "우리 과 OO이 보다 더 좋은 대학으로 유학 갈 거야." 


거대한 꿈에 한창 부풀어 있을 (아니면 너무 불안한) 당신의 마음을 가볍게 해 줄 노래를 틀어라. 원서 좀 잘 쓴다고 당신이 THE NEXT ROBERT KEOHANE, ADAM PRZEWORSKI, GARY KING, JOHN RAWLS가 되는 게 아니다. 또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고 꼭 더 좋은 원서를 쓰는 것도 아니다. 마음 편하게 먹고, 몸에 힘 좀 풀고, 두둠칫 두둠칫 하며 그냥 편하게 읽어라. 


https://www.youtube.com/watch?v=AWBUnr0F3Zo

VulfPeck - Cory Wong


흥겨운 마음으로 준비하시길!

2. 학교-교수-대학원생 리서치


당연한 준비를 먼저 하자. SOP를 잘 쓰려면 어느 정도 학교와 교수에 맞춰서 써야 한다. 보통 전반적인 내용은 유지하되 마지막 문단 (Fit 맞는 교수 언급하는 부분)을 학교에 맞추는 게 기본인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세부적인 연구 질문이나 주제도 학교에 조금은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 학교의 학과가 어떤 연구에 집중하는지, 교수들은 어떤 논문을 썼고 지금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대학원생들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까지 다 찾아보길 바란다. 


1) 학교마다 정치학과 사이트는 다 기본적으로 찾아보길 바란다. 중요한 데드라인, 어떤 내용의 SOP, Writing Sample, Personal Statement 등을 원하는지 알려준다. 사이트를 샅샅이 훑지 않고 외부 팁만 찾아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2) 교수들이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보려면 해당 학과 사이트에 들어가서 교수들의 personal website를 확인하자. Personal website가 없으면 Academia, Research Gate, SSRN과 같은 사이트에 서 이름을 검색해보면 간혹 working paper을 올려놓은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나와 핏이 맞아 보이는 교수가 혹시 내년에 안식년을 떠나진 않는지, 다른 학교로 옮길 계획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자. 이런 건 교수의 CV에 간혹 가다 나와 있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없고, 해당 학교 대학원생에게 이메일 보내보면 알아낼 수 있다. 


3) 웬만한 학과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현재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Directory가 있다. 들어가서 CV가 있다면 CV를 보고 personal website가 있다면 확인하자. 특히 졸업을 앞둔 Job Market Candidate들은 웬만하면 다 personal website가 있다. 들어가서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자.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가 현재 연구되고 있는지, 어떤 자세한 세부 주제로 논문이 나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고 "이 학교가 내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미 내 연구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학생을 도와준 경험이 있는 학교는 내 연구도 도와줄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비슷한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들에겐 이메일을 보내라. "내가 이런 연구 하려고 하는데 너희 학과가 내 연구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니? 올해 application committee에는 누가 들어갈 것 같니?" 그냥 물어봐라. 최악의 경우에도 답장 안 오는 것뿐이니. 대학원생들 꽤나 친절하다. 많은 경우 cold-calling에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정 민망하면 한국인 분들에게 이메일 보내 보는 것도 방법이다. 



3. 고해커스와 그래드카페를 끊어라


고해커스(gohackers.com)은 영구적으로 머릿속에서 지우자.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박사 준비하는 학생은 많은데 이미 합격한 사람은 아무도 안 들어간다. 그나마 있는 정보 중에서도 정치학 관련 세부 정보는 거의 전무할 거라고 본다. 그냥 거기서 받는 조언은 모두 뇌피셜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드카페(thegradcafe.com)의 경우 원서를 넣은 후에는 들어가 보면 도움이 된다. 누가 현재 합격 메일을 받았는지, 언제쯤 연락이 오는지 등을 알 수 있으니 조마조마한 마음을 풀어줄 유일한 창구다. 하지만 그래드카페에서도 조언을 얻으려고는 하지 말자. 거기도 결국 다 준비하는 사람들뿐이지 합격자들은 거의 없다. Trolling(어그로)를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가끔 있다던데.... 실질적인 조언을 얻자. 실질적이라 함은 유학에 대한 지식이 있는 국내 교수님들, 실제로 학생을 받는 유학지의 교수님들, 그리고 합격자들로부터 오는 조언을 말한다.



본론


아래 사이트들 들어가서 차근차근 읽어보자.


1. Katherine S. Moore (Arcadia, Psych)

전반적인 박사 지원 과정 전체에 대해서 아주 자세한 설명을 제공한 사이트다. 여기 먼저 쭉 보고 시작하자. 왼쪽 메뉴 하나하나 클릭하면서 다 보자.


2. Eran Magen (UPENN, Psych)

이 사람도 심리학 쪽 사람이다. 하지만 자기가 어떻게 스탠퍼드 박사 과정에 들어갔는지 엄청 자세하게 설명해놨다. 한 번 보고 가자.


3. Nuno Monteiro (Yale, IR) 

정치학 박사 준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대략적으로 어떤 마인드셋으로 대학원 및 원서에 임하면 되는지 알려주시는 아주 친절한 아저씨다.


4. Matthias Staisch (Chicago, IR) 

이 아저씨 멘토링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아래쪽에 Tips on how to prepare a competitive Ph.D. application이라는 섹션이 있다. 여기서 This document(전반적인 조언)와 five rules(SOP관련)를 다운로드하여 읽자.


5. Chris Blattman (Chicago, Pub Pol)

Harris School of Public Policy 교수인데 경제학 박사 쪽으로 정보가 좀 기울어져 있긴 하지만 여전히 좋은 내용이 많다.


6. Cyrus Samii (NYU, Methods)

NYU처럼 특정 분야 (i.e. Formal Theory)에 집중하는 "Boutique" 학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짧지만 읽어볼 만한 내용이다.


7. Steven I. Wilkinson (Yale, CP?) 

인터내셔널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Samii 글과 마찬가지로 짧다.


8. Charles Lipson (Chicago, Edu?)

추천서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는 글이다. 추천서를 받을 때 또 주의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 교수님들이 써주는 추천서는 보통 1~2장에 학생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쓰는 게 기본인데 비해 탑스쿨들이 기대하는 추천서는 2~3 page, single-spaced, 리서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라고 한다. 은근슬쩍 교수님들에게 이런 정보를 흘려서... 더 좋은 추천서를 써주도록 유도하자.


9. Duke Sociology Department

듀크 대학교 사회학과 사이트다. 학과 차원에서 뭘 원하는지 알려준다. 정치학 박사 지원자들도 읽어봄직하다. 


10. Justin Esarey (Wake Forest; Methods, IR)

방법론 쪽으로 박사를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팁 모음


11. Daniel Nexon (Georgetown, IR)

박사 원서에 대한 정보로 치면 "고인 물"격인 글이다. 한 번 읽어 보는 것도 좋은 듯.


12. Daniel W. Drezner - Foreign Policy Series (2편은 여기)

또 하나의 "고인 물"격의 글이다.




나가며


사실 이거 다 별거 아닌 정보다. 하지만 눈 앞이 캄캄할 때 나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주었던 정보가 정말 사소한 것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내 글이 정치학 박사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명심하자. 같이 박사 준비하는 친구가 주는 조언은 양질의 조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알지도 못하는 아무개가 고해커스에서 주는 조언은 저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거 읽을 시간에 차라리 탑 스쿨 박사생에게 이메일 하나 더 보내서 질문하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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