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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준 Dec 14. 2017

05 [유학 준비]
미국 대학원 석사 유학 프로그램

공부도 하고 싶고, 유학도 가고 싶고,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할지는 모르겠고


학부를 졸업할 무렵쯤 "아 뭔가 나는 공부가 잘 맞는 것 같은데"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보통 대학원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학교를 가서 어떤 공부를 하는 게 좋을까 라는 질문을 던질 때쯤 "유학"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울린다.


그런데 막상 유학을 알아보려고 하면 인터넷에 넘치고 넘치는 자료 중에 나를 이해시켜 주는 자료는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학사, 편입, 어학연수, 교환학생, 석사, 박사, 박사 후 과정, 장학금, 조교, GRE 등. 키워드가 너무 많은 나머지 내가 뭘 찾고 있는지 기억하기도 버겁다.


그중에서도 나처럼 정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처음 유학을 알아볼 때 정치학 석사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석사를 이미 마쳤었기 때문에 생각지 못한 루트로 두 번째 석사 프로그램에 오게 된 것이었지만 반대로 석사 프로그램을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선택권이 없는 게 현실이다. 아, 물론 이건 미국을 이야기하는 거다. 영국이나 캐나다 쪽으로는 정치학 석사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비 영미권은 잘 몰라서... 생략 ㅠㅠ) 영국은 Oxford나 Cambridge와 같이 2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와 LSE 등 1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들이 있다. 캐나다의 경우 대부분 2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도전해볼 만하다. 특히 미국 학교들이 옥스퍼드와 캠브릿지 석사 프로그램을 거쳐서 오는 박사 지원자들을 아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소문도 있으니 얼핏 보기엔 아까울 수 있는 2년이지만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절대로 나쁜 선택은 아니다.




정치학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간다고 하면 석박통합과정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정치학 석사"를 가는 경우는 유사한 행정학이나 국제학을 공부해서 취업을 하기 위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정치학을 학문으로서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가는 경우 정치학 석사를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석사를 가는 게 잘못된 선택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미국에는 정치학 석사 프로그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 석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우는 크게 1) 전문 대학원(professional school)과 2) 터미널 석사 과정(terminal masters program)이 있다. 


전문대학원의 경우 다시 1)행정학(Public Policy) 석사와 2)국제학(International Studies) 석사로 나뉜다. 대부분의 학교가 두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데 하버드의 HKS(Harvard Kennedy School)이나 컬럼비아의 SIPA(School of International and Public Affairs), 존스홉킨스의 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그리고 터프츠의 Fletcher School 등이 있다. 시카고의 Harris School of Public Policy와 같이 행정학에 포커스가 맞춰진 곳도 있다. 



만약 목표가 전문 대학원이라면 구글에 best public policy MA programs, Best internationa studies MA programs 이런 식으로 쳐보면 랭킹부터 시작해서 정보가 쏟아진다. 미국 외에도 유럽에도 이 분야로는 좋은 학교들이 꽤나 있다고 들었다. (i.e. Oxford, LSE, Science Po 등. 아참, 그리고 Singapore National University에 있는 Lee Kwan Yew School of Public Policy도 아주 평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들었다). 


물론 위에 나열한 학교들이 전부는 아니다.

전문대학원의 경우 내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저 정도도 리서치를 해서 알아낸 부분. 좋은 학교들이 아주 많이 있으며 취업도 잘 되는 편이라고 알고 있다. 




반면 터미널 석사 과정에 대한 정보는 극히 드물다. 

터미널 석사 과정은 무엇일까? 기존의 터미널 과정이라는 말은 "석사과정에서 끝나는(terminating) 석사 프로그램"이라는 뜻으로 석박통합 과정 중의 석사 과정이 아닌 석사만 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본다면 전문대학원도 터미널 과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보통 professional school은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인 반면 terminal program이라고 하면 학문에 포커스를 두고 박사 지원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좋은 예로 시카고 대학의 Master of Arts Program in the Social Sciences (MAPSS)와 Committee on Interntational Relations (CIR), NYU의 Master of Arts in Politics와 John W. Draper Interdisciplinary Master’s Program 등이 있다.



터미널 프로그램은 이 네 군데 외에도 물론 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터미널 프로그램들은 "cash cow"라는 평가를 듣고 있고 막상 박사 진학률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실제로 내가 다니고 있는 MAPSS 프로그램은 90% 이상의 풀 펀딩 박사 과정 합격률을 자랑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 들어와서 본 현상은 1) 태반이 1년 과정 중 박사과정 진학을 안 하기로 결심하고 2) 남은 태반 중에서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 학생들 위주로 지원을 도와주기 때문에 결국 전체 학생들 중 90% 이상이 합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PSS가 터미널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합격률을 자랑한다고 하니... 현실은 정말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대목인 듯하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미널 프로그램을 가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다음과 같은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면 터미널 프로그램을 가는 것을 추천한다.


1) 박사 과정에 지원하고 싶지만 스펙에 구멍이 있다.


    박사 유학을 가는 길을 정말 멀고도 험하다. 성적, GRE, 추천서, Writing Sample, SOP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야 한다. 나도 작년 이맘쯤 한창 원서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마음속에 뭔가 찝찝한... 뭔가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결과는 아니나 다를까 참담했다. 딱 한 곳에서만 합격 연락이 왔는데 그나마도 노 펀딩. 웨이팅 리스트에 든 곳들도 결국 다 불합격을 받았다. 그런데 딱 두 군데에서 생각지도 못한 오퍼가 왔다. 그게 바로 터미널 석사 과정. 시카고 대학과 뉴욕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위에 언급한 MAPSS와 Draper 프로그램이었다. 이미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또 석사를 하는 게 조금 꺼림칙하기도 했지만 이 기회에 스펙에 구멍을 메꾸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스펙의 큰 구멍은 writing sample이었다. 정치사상은 유독 글쓰기가 중요한 분야다 보니 제대로 된 영문 페이퍼가 필요했고 이 프로그램들은 졸업 논문 대신 "Article Length Paper", 즉 "학술지에 투고할 만한 페이퍼"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었다. Writing Sample이 보통 20 페이지 정도의 양인데 졸업 페이퍼가 25-35 페이지를 요구하니 보통 석사 논문이 요구하는 6-80 페이지를 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공부는 결국 혼자 하는 거지만 학교에서 강제해 줄 때, 그리고 영어에 대한 다양한 도움을 제공해 줄 때, 그 효율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난 여기 와서 내 스펙 구멍을 메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구멍들도 마찬가지다. GRE는 사실... 정말 혼자 하는 싸움이지만 그 외의 것은 다 메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박사 과정에 비해 당연히 석사 과정이 합격하기 쉽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성적으로도 일단 미국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이 곳에 오는 것만으로도 학회에 참여할 기회나 사람들과 네트워킹 할 기회가 훨씬 늘어난다. 또 여기서 1년(혹은 2년)을 공부하면 OPT 비자를 신청해서 1년을 더 있을 수 있다. OPT 신분으로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돈도 벌 수 있다. 성적도 제로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또 얻는 것이다. 추천서도 미국 대학 교수들의 추천서(이 또한 성실하게 수업에 "잘" 임해야 하겠지만)를 받을 수 있다. 보통 박사 지원 시 수업을 들은 (그리고 성적을 잘 주신) 교수님들의 추천서를 받는 것이 정석인데 터미널 석사에 오면 대부분 박사들과 같이 수업을 듣기 때문에 아주 저명한 교수들의 수업을 인원이 아주 적은 세팅에서 들을 수 있다. 거기서 조금만 두각을 들어내면 추천서도 받을 수 있는 부분!


    마지막으로 이건 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네임밸류가 높은 학교를 내 스펙에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의 네임밸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유학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학교 네임밸류와 교수 중에 뭐가 더 중요한지 등에 대한 논란이 매번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박사 유학과 달리 석사 유학은 학교 이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석사는 풀 펀딩을 받는 것도 아니고 석사 과정에서 쓴 논문으로 학계로 곧장 나갈 것도 아니다. 따라서 결국 박사를 가는데 무엇이 더 유리한지를 판가름하는 지를 따져야 하는데 예를 들어 내가 박사를 지원할 때 내 CV에 

Bachelor of Art in Political Science, Kochosun University,  20XX - 2017

라고 적혀 있는 것과

Bachelor of Art in Political Science, Kochosun University,  20XX - 2017
Master of Arts in Politics, Princeton University, 2017 - 2018

라고 적혀 있는 것은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학교가 나를 뽑았고 졸업장을 줬다는 것 자체가 잘 알지 못하는 한국의 대학이 학위를 준 것보다 더 확실한 학생의 능력에 대한 증명이다. 그리고 그 학교의 교수에게 추천서를 받는다면 작디작은 (예를 들어) 정치사상 학계에서 탑 스쿨에서 교수를 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더 신뢰할 수 있는 증명이 된다. 


2) 가능하면 박사도 가고 싶지만 혹시 못(안) 갈 경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5~7년이 걸리는 박사 과정을 가는 것은 그 자체로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반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무작정 내려놓고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면 결국 내가 이 공부를 정말 하고 싶은지 확인할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학부에서 그것을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따라서 좋은 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음과 동시에 공부에 대한 내 마음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터미널 석사다. 터미널 석사 프로그램들이 아무리 박사를 보내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그 많은 학생들이 모두 박사로 넘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보통 Career Center 등을 통해서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데 많은 인프라를 투자한다. 오히려 자신들의 "박사 입학률"을 높이기 위해 애매한 학생들에게는 되려 취업을 종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공부 중에 박사가 내 길이 아니라고 느껴서 취업으로 눈을 돌렸을 때 꽤나 풍부한 인프라가 눈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학부만 나온 것보다는 석사까지 했을 때 더 취업의 길이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고 (무조건 그런 건 아니지만) 특히 연구에 필요한 양적 방법론 수업들을 많이 수강했을 경우 취업의 길은 더 활짝 열리기 때문에 박사를 가지 않더라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3) 다양한 분야를 탐험해보고 싶다.


    터미널 프로그램은 대부분 interdisciplinary 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예를 들어 MAPSS의 경우 사회과학으로 분류되는 정치학, 인류학, 사회학, 역사, 심리학, 경제학 분야의 학생들을 골고루 모집한다. Draper Program 또한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들을 융합한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속한 학생의 신분으로 학교에 웬만한 학과의 수업은 다 들을 수 있다. 일반대학원뿐 아니라 로스쿨이나 경영대학원, 행정대학원의 수업도 신청하면 들을 수 있고 지도교수마저도 내가 원하는 교수라면 아무나 결정할 수 있다 (물론 교수와의 합의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지원은 정치학으로 했지만 졸업은 인류학으로 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에서 필수로 요구하는 것은 코어 수업 하나, 방법론 수업 하나뿐이다. 나머지 수업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결정해서 들으면 된다. 만약 학부 전공과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싶다면 터미널 프로그램을 통해 "갈아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내가 아는 정보가 전부가 아닐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저것 알아보고 실제로 와서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터미널 프로그램이 장점이 많고 무조건 Cash Cow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터미널 프로그램의 경우 장학금도 많이 나오는 편이고 위 장점들을 생각해 볼 때 바로 박사를 가는 것이 옵션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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